[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올시즌 KBO리그에서 그 어떤 선수들보다 잘 던졌지만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선수를 골라야 한다면 바로 SK 켈리(29)가 첫 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SK의 퀄리티스타트 요정 켈리는 올시즌 네 번째 시즌 첫 승에 도전한다.

SK 켈리. 스포츠코리아 제공
SK는 18일 오후 6시30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넥센과 격돌한다. 이날 SK는 1선발인 우완 투수 켈리를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SK의 2017시즌 1선발인 켈리는 최근 3년 새 KBO리그에서 가진 실력에 비해 가장 저평가된 선수 중 한 명이다. 단순히 개인 기록만 놓고보면 켈리는 뛰어난 선수가 아니다. 지난 2015시즌 이후 켈리는 통산 20승19패, 3.8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퀄리티스타트(선발 투수가 6이닝 이상 공을 던지고 3자책점 이하로 막아낸 경기) 기록을 살펴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켈리는 17일 현재 통산 63차례 선발 등판했는데, 이중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한 경기는 무려 40차례.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승리 투수가 됐어도 손색이 없었을 경기가 무려 40차례나 됐다는 것.

지난 2016시즌에는 ‘리그 MVP' 두산 니퍼트 보다도 1차례가 더 많은 20차례의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지만 승수는 9에 머물렀다. 이렇게 잘 던지고도 통산 19승에 그쳤다는 것은 ‘불운’이라는 표현 이외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올시즌에도 켈리의 지독한 무승 불운은 이어지고 있다. 리그 개막전이었던 지난달 31일 인천 kt전을 시작으로 총 3차례의 선발 등판 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지만 승리가 없다. 오히려 1패를 안고 있는 실정.

특히 가장 최근 경기였던 지난 12일 인천 롯데전에서는 8이닝 6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 경기를 펼쳤음에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개인 통산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까지 경신했음에도 승리와는 연이 없었다.

그렇다면 지독한 무승불운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터져줘야 할 타선이 켈리가 등판할 때면 침묵을 지킨다는 것. 지난 시즌 켈리는 10경기 이상 선발 등판 기록을 지닌 SK 선발진 가운데 가장 적은 득점 지원을 받은 채 상대 타자들과 마주했다.

지난해 총 31차례 선발 등판했던 켈리는 경기 당 4.85점의 득점 지원을 받았는데, 이는 21경기만 뛰고도 10승(8패)을 챙긴 김광현의 경기 당 득점 지원 기록(6.18점)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투수가 제 아무리 잘 던져도 팀이 득점하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는 구조의 스포츠다. 따라서 타선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 켈리는 잘 던지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SK 켈리. SK 와이번스 제공
올시즌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안 그래도 빈약한 득점 지원이 더욱 줄어든 것. 단 3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켈리가 올시즌 타선으로부터 받은 경기 당 득점 지원은 2.25점에 불과하다. 심지어 12일 인천 롯데전에서는 8이닝 동안 단 1점만을 지원 받았다.

역시 3경기에 나서 2승(1패)을 챙긴 윤희상은 경기 당 5.21점을 지원받았다. 켈리와는 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 셈. 상황이 이쯤 되면 켈리 입장에선 자신이 등판 할 때마다 침묵을 지키는 타선이 야속할 법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SK 타선의 분위기는 무척 긍정적이다. 현재 SK는 5연승을 달리고 있는데, 최근 3경기에서 뽑아낸 점수가 무려 28점이나 됐다. 이 기간 홈런은 5개나 터졌고, 팀타율은 3할6푼에 달했다. 이번만큼은 풍성한 득점 지원을 기대를 해봐도 좋을 상황.

지난 시즌에도 켈리는 넥센을 상대로 2승(1패)을 챙겼을 정도로 넥센에 강했다. 따라서 시즌 시작 이후 지금까지 하던 대로만 던져준다면 승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과연 ‘QS 요정’켈리의 무승 불운이 ‘3전 4기’ 끝에 끊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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