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KIA는 지난 7일 오전 4대4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SK는 외야수 노수광, 윤정우, 포수 이홍구, 이성우를 받고 외야수 이명기, 내야수 최정민, 노관현, 포수 김민식을 내줬다.

지난 7일 KIA에서 SK로 유니폼을 갈아입게 된 이홍구(왼쪽)와 노수광. SK 와이번스 제공
개인적으로는 이번 트레이드를 무척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선수는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시작하게 돼 어색하긴 하겠지만 환경이 바뀌면 동기부여도 훨씬 더 강해지기 마련이다.

잘 만 활용한다면 선수 개인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팀은 본인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전력을 한 층 탄탄하게 갖출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특정 팀에게만 좋은 선수들이 수두룩하게 몰려있는 이른바 전력 편중 현상까지도 막을 수 있는 것이 트레이드다. KBO리그의 재미를 더할 수 있는 요소다.

SK와 KIA간의 트레이드는 전적으로 두 프런트가 합작한 그럴 듯한 작품이라고 평할 수 있다. 특히 염경엽 SK 단장과 김기태 KIA 감독의 친분이 주효했다.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오고 갔기에 협상 분위기가 긍정적이었고, 각자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계산적 사고로 접근하지 않았기에 대형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SK 염경엽 단장의 태도다. 단장의 머리가 돋보이는 좋은 사례였다. 그는 팀의 현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전면에 나설 때와 나서지 않아야 할 때를 분명하게 알았다.

현재 SK는 트레이 힐만이라는 미국인 감독을 선임했다. 그 역시 내심 트레이드를 원했지만 아무래도 김기태 감독과 속깊은 이야기를 하기에는 언어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기본적인 소통은 통역을 통해 가능했겠지만, 팀 전력이란 내밀한 이야기를 하는 데는 언어적 차이로 인해 아무래도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다.

게다가 힐만 감독은 KBO리그는 물론 SK마저도 제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 따라서 SK는 물론 KIA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염 단장이 팔을 걷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단장 부임 이후부터 SK를 연구했던 염 담장은 팀에 확실한 리드오프가 없다는 팀의 약점을 항상 인지하고 있었고, 즉각 원하는 것을 채우기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이때 그는 협상 과정에서 다소 뒤편으로 물러나 있었던 힐만 감독이 트레이드 결과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만큼,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했다. 충분한 설명으로 힐만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던 그의 모습은 자신만의 체면이 아닌 팀 전체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염 단장은 넥센 감독 시절부터 팀은 물론 선수의 장래만을 생각한 파격 행보를 선보 인 바 있다. 2016년 내야수 서동욱을 말 그대로 ‘무조건’ 트레이드로 KIA에 넘겼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선수의 장래를 고려해 기회를 주고자 트레이드를 결정했다’라는 상투적 표현조차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행동으로서 선수만을 생각하고 있다는 자신의 진심을 많은 이들에게 전달했다.

SK 염경엽 단장.SK 와이번스 제공
염경엽 단장은 야구인 출신 단장으로서, 다른 야구인들을 선도할 수 있는 선진적 행보를 여러 차례 보이고 있는 중이다. 이는 야구인 출신 단장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행정이나 선수단 지원 면에서 미숙함과 불협화음까지 노출하고 있는 KBO리그에 경종을 울리는 하나의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특히 염 단장의 이 같은 선진적 행보는 아직까지도 김성근 감독과 대립 중인 박종훈 현 한화 단장과 크게 대조를 이룬다.

앞서도 잠시 언급했듯 단장과 감독이 서로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한다면 트레이드는 결코 이뤄질 수가 없다. 감독과 단장은 상대 팀으로부터 데려올 선수는 물론 내줄 선수까지도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 한다. 상대팀과의 합의 이전에 내부적으로 먼저 의견 일치가 이뤄져야 일이 진행 된다.

예전부터 김성근 감독은 1군은 물론 2군까지도 자신이 전권을 쥔 채, 구단 운영을 해왔던 것이 무척이나 익숙한 감독이다. 트레이드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15년에만 넥센과 KIA를 상대로 무려 두 차례나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박종훈 단장 부임 이후, 1군 선수단 운영만 담당 할 수 있도록 감독의 권한이 대폭 축소된 현재. 김 감독은 트레이드 요청조차 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김 감독은 캠프 기간 동안 다른 구단들과 상의하며 좌완 투수는 물론 내야수 보강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포지션의 주전급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했거나 부상의 위험이 상당히 높았기 때문이다.

허나 공식적으로 요청하진 못했다. 그는 단장이 원칙을 들어 요청을 거절할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트레이드는 물론 선수단 구성의 전권을 가진 단장이 ‘NO'를 외치면 김 감독으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

때로는 감독의 요청 혹은 요구 사항을 전적으로 도와주기도 하는 것이 단장의 역할이다. 허나 박종훈 단장은 적어도 현재까지만 놓고 본다면 김 감독의 요청을 들어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김 감독 부임 이후 시행된 2차례의 트레이드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고 판단한 박 단장은 감독이 불필요한 트레이드를 원하고 있다고 여겼다. 또다시 즉시 전력감이 아닌 백업 선수감을 데려올 것이라 예단하고 있는 것.

감독은 요구 사항에 대해 말하기를 주저하고, 단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일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웃지 못 할 상황이 구단 내부에서 펼쳐지는 모양새다. 동일한 시대 속에서 야구를 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SK와 한화의 풍경이다.

박명환 야구학교 코치.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박명환 스포츠한국 야구 칼럼니스트·해설위원/ 現 야구학교 코치, 2017 WBC JTBC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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