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이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부터 한화가 시끄럽다. 박종훈 단장과 김성근 감독이 구단의 1군 엔트리 등록·말소 방법을 두고 정면충돌했기 때문. 두 사람은 3일 정면으로 부딪혔다.

김성근 감독은 현재 1군 선수 내에 좌완 투수가 부족해 휴식일에 4명의 2군 좌완 투수들을 불러 테스트를 거친 뒤 이튿날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박종훈 단장은 2군 선수를 포함한 육성은 구단이 전적으로 담당하는 만큼 감독의 마음대로 2군 선수들을 불러 낼 수 없다고 선언했다.

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육성이냐 성적이냐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하는 한화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1군이 있어야 2군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메이저리그도 그렇고 감독과 1군 중심의 야구를 전적으로 도와야 하는 것이 단장의 역할이다. 야구 후배로서 단장과 감독이 캠프 초반부터 지금까지 수차례 충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소통의 부재가 이번 사건을 훨씬 키웠다는 점이다. 단장과 감독은 서로 보는 방향이 같아야 한다. 만약 다르더라도 긴밀한 소통을 통해 누군가는 양보해 고개를 같은 쪽으로 돌려야 한다. 하지만 한화는 지금 전혀 소통이 이뤄지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이러한 갈등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야 옳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외부에 있는 팬들이 몰라야 정상이다. 야구인으로서 창피한 일이다. 이러한 주제로 칼럼을 쓰는 것조차 민망할 따름이다. 최근 한국 사회의 화두가 무엇인가. 바로 소통이다. 하지만 한화는 전혀 소통하지 않고 단장은 단장대로 감독은 감독대로 야구를 하고 있다.

물론 프런트 야구가 옳은 것인지 혹은 감독 야구가 옳은 것인지 명확한 정답은 없다. 다만 박종훈 단장의 태도는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인다. 소통은 커녕 본인의 욕심만 너무 많이 챙기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박 단장의 요청 거절 이유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김성근 감독이 2군 선수들의 1군 훈련 합류를 요청한 때인 지난 3일은 퓨처스리그가 개막하기도 전이다. 당초 김성근 감독은 3일 일종의 테스트를 거쳐 4일 최종 결정을 내릴 생각이었다. 1군에 올릴 선수는 4일에 올리고 성에 차지 않는 선수 역시 같은날 2군 캠프로 돌려보내겠다는 것.

하지만 박 단장은 장기간 선수들 데리고 있을 것이라 속단했던 것은 물론 육성 파트 침해라는 이유를 들어, 2군 선수들을 직접 보고 싶다는 김 감독의 요청을 거부했다. 어딘가 이치에 맞지 않아 보인다.

2군 선수들은 1군 선수들과 훈련만 하더라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경험적으로도 체득한 부분이다. 2군 선수들은 1군의 간판스타와 동행하며 훈련은 물론 일종의 조언도 들을 수 있는데, 이 때 야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다소 힘들지만 2군과 1군을 오가다 보면 꿈도 더 커질 것이고 1군 선수들의 좋은 루틴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2군 서산 캠프와 1군 훈련지를 오가는 일정이 선수들을 불필요하게 피곤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일정부분은 이해한다. 하지만 경제활동을 하는 현대사회 다수의 구성원들이 그렇듯이 피곤하다고 해서 자신의 일을 내팽개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야구도 사회생활과 다를바 없다. 2군 선수들은 1군 캠프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면 잠을 줄여서라도 이동시간에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는 열의를 보여야 한다.

물론 2군 선수들을 1군 캠프에 불러 필요 이상으로 공을 많이 던지게 하는 것은 나 역시 반대한다. 그러한 부분은 분명 제재를 해야 한다. 무조건 혹사를 이겨내야 더욱 큰 선수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 야구는 분명 관리가 필요하다.

좌완 투수가 정말 필요하다면 김성근 감독이 서산 캠프로 내려가 직접 관찰하고 2군 선수 중 누구를 선택할지 결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한화는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기존 1군 선수들 훈련을 지도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서산 캠프까지 이동해야 하는 것은 분명 부담스러웠을 터.

지난 2010년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SK와 LG의 감독 자격으로 만났던 김성근 현 한화 감독(왼쪽)과 박종훈 현 한화 단장. 스포츠코리아 제공
2군 선수들을 휴식일에 1군 훈련장으로 불러 내달라 요청한 것은 결코 과한 요구처럼 비쳐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선수단 엔트리 문제는 단장이 왈가왈부할 사항이 아니다. 단장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선발 라인업, 성적을 이야기하면 안 되는 것처럼 엔트리 문제 역시 감독에게 일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단장은 어디까지나 선수단이 최대한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뼛속까지 야구인인데다 감독 경험까지 있는 박종훈 단장이 이른바 ‘어깃장 행보’로 한화의 분위기를 냉각시키고 있다는 점은 쉬이 이해가지 않는다.

물론 2군 선수를 수시로 불러 1군 감독이 체크한 뒤 1군 합류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보통은 1군 감독이 매일 같이 2군 감독이나 코칭스태프로부터 2군 선수들의 동향을 보고 받는다.

매일 선수들의 상태를 보고 받았던 1군 감독은 1군 엔트리에서 부상자가 발생하거나 활약이 저조한 이들이 보인다면 2군에서 대체 선수를 찾는다. 보통은 1군 감독이 2군 관계자에게 해당 포지션의 대체 선수를 구할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하고 이전에 보고 받은 내용을 통해 특정 선수까지도 지목을 한다. 2군 선수들의 1군 콜업은 통상적으로 이렇게 이뤄진다.

문제는 현재 김성근 감독이 한화 2군 감독인 최계훈 감독을 못 믿는 데서 비롯된다. 최계훈 2군 감독은 한화 2군 감독 부임 이전 NC에서 박종훈 단장과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따라서 김 감독은 최 감독을 이른바 박종훈 사단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박 단장의 선임 자체부터 심기가 불편한데, 박 단장의 라인으로 평가받는 최계훈 감독과 어떻게 소통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겠는가. 1군과 2군 사이 소통이 뜸할 수밖에 없다.

현재 한화 단장과 감독은 한 때 사제지간이었다. 아무리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서서히 희미해지고 있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한국의 예의가 대체 어디로 실종됐는지 묻고 싶다. 하지만 단순히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두 사람간 치열한 신경전의 피해는 고스란히 한화 선수들에게 전가된다. 야구에만 전념해도 모자란 상황서 양 쪽의 눈치를 보며 야구를 해야 하는 현재 한화 선수들의 처지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박명환 야구학교 코치.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박명환 스포츠한국 야구 칼럼니스트·해설위원/ 現 야구학교 코치, 2017 WBC JTBC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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