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겨울이 끝나고 어느덧 야구의 계절, 봄이 찾아왔다. 쌀쌀했던 날씨도 꽤 포근해졌다. 이는 KBO리그 개막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2017 KBO리그는 오는 31일 5경기를 시작으로 약 6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26일 기준으로 정확히 5일 만을 남겨둔 개막이다.

두산 니퍼트(왼쪽)과 넥센 밴헤켄. 스포츠코리아 제공
한국시리즈라는 끝도 중요하지만, 개막전으로 대표되는 시작 역시 중요하다. 모름지기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마무리도 좋은 법이다. 각 팀들은 저마다 개막전 승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저마다 에이스를 꺼내든다.

하지만 2017시즌 개막전 선발 투수는 외국인 투수 일색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장 LG, KIA를 제외한다면 1선발로 꺼내들 토종 투수들이 마땅치 않다. 심지어 LG 역시 허프가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토종 선발 투수가 발을 붙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2명의 외국인 투수들은 이제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토종 대형 투수의 기근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탓에 외국인 투수들은 팀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들이 100만 달러를 훌쩍 넘긴 계약금을 보장 받는 일이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외국인 투수가 어디까지나 팀 전력의 보조적 존재였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외국인 선수의 농사가 한 해의 성적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일단 외국인 투수들이 가장 강한 팀은 두산이라고 할 수있다. 지난 시즌 무려 40승을 합작한 보우덴과 니퍼트의 강력함을 설명하는 일은 이제는 입이 아플 정도다.

그 중에서도 한국에서만 어느덧 7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2016시즌 리그 MVP 니퍼트는 올시즌에도 호성적이 기대되는 선수다. 비록 만 36세로 다소 나이가 많은 것은 사실이나, 노련함으로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전망. 한국 무대가 무척 익숙하다는 것은 니퍼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외국인 투수들의 이름값으로만 놓고 봤을 때, 가장 기대가 되는 팀은 한화다. 한화는 오간도(180만 달러)와 비야누에바(150만 달러)의 영입에만 도합 330만 달러를 썼다.

메이저리그에서만 476경기에 나선 비야누에바 역시 수준급 투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간도의 올시즌 성적이 무척 궁금하다. 그는 지난 18일 대전 kt전에서 첫 선을 보였는데, 상당한 위력을 자랑했다. 2015시즌 중반에 한화에 입단해 ‘괴물투수’로 불렸던 로저스의 새로운 버전을 보는 듯 했다.

큰 이변이 없다면 오는 31일 두산과 한화간의 개막전에서 니퍼트와 오간도의 선발 맞대결이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데, 개막 5경기 가운데 가장 기대가 되는 경기다.

한화의 오간도. 스포츠코리아 제공
차우찬의 영입으로 이른바 ‘어메이징 4’ 선발진을 갖췄다고 평가 받는 LG지만, 개인적으로는 쉽게 이러한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 먼저 소사의 경우, 국내 리그에 완벽하게 적응한 것은 물론 최근 2시즌에는 190이닝 이상 책임질 정도로 ‘이닝 이터’의 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

다만 매 경기 마다 기복이 심하다. 제구에 문제가 있는 선수다. 니퍼트 만한 특급 선수라고 불리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허프는 지난해 포스트시즌만 놓고 보면 ‘좌완 니퍼트’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문제는 최근 무릎 부상을 당해 약 4주간을 쉬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기에 투입되기까지는 4주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무릎은 투구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위다. 무릎이 회복된다고 해도 실전에 투입되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이런 탓에 정상 컨디션으로 회복하기까지 6~8주가 소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LG 입장에서는 시즌 초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넥센은 올시즌에도 밴헤켄의 어깨에 많은 것을 의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밴헤켄의 2017시즌은 나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단 아시아 야구에 최적화된 선수다.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일본프로야구 경험도 있고, KBO리그에서만 6번째 시즌을 보내기에 니퍼트만큼이나 한국 타자가 친숙한 선수다. 15승 정도를 기대해도 될 것 같다.

변수는 부상 위험이 높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도 부상으로 인해 실패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고령의 나이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게다가 부상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구종인 포크볼을 주무기로 쓴다. 많이 던질수록 어깨에 부하가 가는 구종이 바로 포크볼이다. 얼마만큼 부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오설리반의 기량에 대해 평가를 내리긴 상당히 조심스럽다. 미국에서는 혹평에 시달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까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KIA는 지난 시즌 15승(5패)를 기록한 헥터가 건재한 가운데 좌완 팻딘을 영입했다. 헥터의 기량이야 이미 검증된 탓에 추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

팻딘은 구위 보다는 다양한 구종으로 상대 타자를 요리하는 것은 물론 맞춰 잡는 데 능한 땅볼 유도형 투수로 보인다. 구위가 강력한 우완 투수와 기교파 좌완 투수가 원투펀치를 이루고 있는 KIA의 전력은 기존 좌완 에이스 양현종과 결합해 더욱 강해질 전망. 외국인 투수만 보면 KIA 역시 우승후보로 꼽힐 만 하다.

좋은 평가를 받는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의문이 드는 외국인 투수들을 영입한 팀들도 적지 않다. 롯데와 삼성 여기에 NC는 다소 위험부담이 따르는 선수들을 영입했다.

먼저 NC는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 소속으로 월드시리즈에도 등판한 바 있는 맨쉽을 영입했다. 이름값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다. 문제는 선발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투수라는 데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만 통산 157경기를 뛴 맨쉽은 이중 선발 등판 횟수가 단 10차례에 불과하다.

지난 2013시즌 이후에는 전문 계투 요원으로 활약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선발 경험이 있지만 역시 2014시즌 이후 선발 등판 경험이 전무하다. 이미 몸이 불펜 투수에 최적화 된 선수다. 이처럼 계투가 익숙했던 선수를 선발로 내보내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따르는 일이다.

NC의 2017시즌 새로운 외국인 투수 맨쉽. 스포츠코리아 제공
일반적으로 불펜 투수들은 ‘1이닝만 막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강력한 단기 집중력을 보이곤 한다. 하지만 선발 투수는 계투와는 달리 장기 집중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불펜 투수들은 긴 시간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이 결코 익숙하지 않다. 환경은 물론 문화 차이도 극복해야 하는 외국인 선수에게 보직 전환이라는 모험까지 감내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성공 가능성을 낮추는 셈.

삼성은 2017시즌 외국인 투수를 모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페트릭과 레나도를 데려온 삼성인데 두 선수가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다.

삼성은 레나도를 1선발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오간도처럼 공이 빠른 것도 아닌데다 제구, 즉 공의 움직임마저 인상적이지 못했다. 페트릭은 지난 시즌 일본 무대에서 부상으로 고전하며, 많은 경기를 출전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삼성이 택한 선수. 요코하마 소속으로 선발 등판이 7차례에 불과했다. 당시 제구 역시 크게 흔들렸다.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레일리의 재신임은 물론 마켈을 새롭게 영입한 롯데 역시 외국인 투수가 약해 보인다. 레일리는 차지하더라도 마켈의 영입은 상당히 의문이다.

마켈은 앞서 언급된 NC의 맨쉽보다도 선발 경험이 적다. 사실상 계투로만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온 선수다. 싱글 A에서 뛰던 시절을 제외한다면 계투 전문 요원이다.

사람마다 맞는 옷이 다르듯, 야구 선수도 마찬가지다. 선발 투수와 계투를 구분해서 쓰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선발 투수로서 검증이 되지 않은 선수를 무작정 영입해 선발 투수로 쓰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시즌을 앞두고 여러 외국인 선수들을 향한 예측들을 내놓긴 했지만, 나의 이번 예측은 모두 틀릴 수도 반대로 모두 맞아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예측의 적중 여부와는 관계없이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각 구단들의 강한 인내심이다.

물론 당장의 팀 성적이 걸려 있으니, 외국인 선수의 초반 성적에 민감해 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도 국내 선수와 마찬 가지로 사람이다. 최소 2~3개월은 지켜봐야 해당 선수의 적응 여부를 정확히 파악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선수들도 달라진 환경과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성급한 교체 결정을 내리기 전에 시간을 두고 숙고하는 관행이 정착되길 바란다.

박명환 스포츠한국 야구 칼럼니스트·해설위원/ 現 야구학교 코치, 2017 WBC JTBC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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