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희관(왼쪽)과 SK 힐만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인천=이재현 기자] 두산 유희관(31)이 자신에게 자신감을 보였던 SK에게 위트 넘치는 발언으로 응수했지만, 저조한 경기 내용 탓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SK는 21일 오후 1시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2017 KBO 시범경기에서 4-6으로 패했다.

SK는 이날 4회까지 4-3으로 앞서나가고 있었지만, 5회 김재환의 투런포에 이어 6회 최주환에게 적시타를 맞고 무너졌다. 하지만 패배에도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상대 선발 투수 유희관 공략만큼은 경기 전 계산대로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던 것.

사실 이날 두산의 선발 투수 유희관은 자타공인 두산의 토종 에이스 중 한 명이었다. 지난 시즌 15승(6패)를 거두면서 2시즌 연속 15승을 기록했던 것. 두산의 강력한 선발진을 일컫는 별칭인 ‘판타스틱 4(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의 일원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성적.

올시즌에도 유희관은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할 예정. 첫 시범경기 역시 준수하게 시작했다. 그는 지난 15일 광주 KIA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5피안타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던 것.

이런 탓에 SK 입장에서는 유희관의 경기력이 다소 부담스러울 법도 했다. 하지만 이날 ‘적장’ SK 힐만 감독은 오히려 의연했다. 여유까지도 느껴졌다. 그는 경기를 앞두고 “유희관의 각종 기록들을 유심히 살펴봤는데, 지난 시즌 SK가 좌타자와 우타자 가릴 것 없이 모두 유희관에게 나름 좋은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오늘(21일) 라인업 역시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게 구성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유희관은 지난 시즌 SK를 압도하는 데 실패했다. 총 4차례 등판해 1승 무패 5.1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것. SK 상대 피안타율은 3할3푼이었다. 이는 KIA와 kt에 이어 가장 높은 피안타율이었다.

유희관에게는 자존심이 상할 만할 힐만 감독의 발언이었다. 그러나 경기 전 힐만 감독의 해당 발언 내용을 전해 들었던 유희관은 오히려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는 “맞다. SK가 나를 잘 공략했었다. 힐만 감독에게 OK라고 전해달라”라고 받아쳤다. 어떤 상황에서도 유쾌함과 여유를 잃지 않는 유희관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던 한 마디였다.

상대의 여유에 여유로 되받아준 유희관. 그러나 경기 내용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SK의 타선은 그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시작부터 꼬였다. 유희관은 0-0으로 맞선 1회말 2사에서 최정에게 우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맞고 급격하게 흔들렸던 것. 후속타자 정의윤을 상대하다 폭투를 범하기도 했다. 최정이 3루를 밟는 데는 어떠한 지장도 없었다.

결국 6구째 승부 끝에 정의윤에게 볼넷을 내준 그는 한동민과의 승부에서 다시 한 번 폭투성 공을 던져 정의윤의 2루 도루를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

2사였지만 2,3루 찬스를 맞았던 SK의 한동민은 유희관의 3구째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2타점 중전안타로 순식간에 2점을 뽑아낸 것. SK의 자신감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2회와 3회를 무실점으로 버텨냈던 유희관. 하지만 4회 고비를 넘기지 못한 그였다. 4회말 선두타자 김동엽에게 좌월 솔로포를 맞은 그는 후속타자 김성현에게 좌익수 왼쪽으로 빠지는 2루타를 얻어맞았다.

이어진 기회에서 이재원은 내야 땅볼로 돌아섰지만, 유희관의 위기는 1사 3루로 심화됐다. 이후 타석에 들어선 SK의 정진기는 유희관을 포함한 야수진 전원이 예상치 못한 기습번트로 출루에 성공했다. 당황했던 유희관은 뒤늦게 공을 잡고 1루에 포구하고자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가 허둥대던 사이 3루 주자 김성현은 홈을 여유 있게 파고들었다.

후속타자 김강민과 박승욱은 모두 외야 뜬공으로 돌아섰지만 역전에 성공했기에 SK 입장에서는 나름 만족스러운 4회였다. 물론 유희관에게는 뼈아픈 4회이기도 했다.

5회 시작과 동시에 조승수에게 공을 넘기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유희관은 4이닝 4실점이라는 저조한 성적과 마주해야 했다. 물론 타선의 폭발력에 힘입어 패전은 면했지만 경기 전 그가 선보였던 여유와는 크게 상반된 성적이었다.

다소 거만해 보이기까지 했던 힐만 감독의 자신감은 분명 근거가 있었다. 시범경기에서도 그대로 적용된 SK의 ‘유희관 강세’가 정규시즌에서도 그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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