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사실상 포화상태다. 주어진 자리는 한정적인데 자원이 많아도 너무 많다. 바로 그 어느 시즌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SK의 좌·우 외야수 주전 경쟁이다.

왼쪽부터 SK의 정의윤, 이명기, 정진기. 스포츠코리아 제공
SK는 지난 14일 사직 롯데전을 시작으로 2017 KBO 시범경기 일정에 돌입했다. 이후 총 6경기를 치른 SK 선수단은 19일 광주 KIA전을 끝으로 20일 하루 휴식을 가졌다. 2주간의 시범경기 일정의 1막이 내려진 셈.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SK 선수단은 21일 인천 두산전을 시작으로 6차례의 점검기간을 갖는다.

예년 보다 짧은 시범경기 일정 탓에 한 주만 지났을 뿐이지만, 벌써 시범경기 일정의 절반이 마무리 됐다. 점검 기간의 절반을 사용했지만 여전히 SK의 트레이 힐만 감독은 여러 면에서 구상을 마치지 못한 부분이 많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좌·우 외야 구성’이다.

힐만 감독은 지난 14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시범경기 기간 동안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으로 ‘좌·우 외야 구성’이라 밝힌 바 있다. 해당 자리를 맡을 적임자가 없어서 하는 고민은 아니다. 오히려 적임자가 너무 많다는 점에서 기인한 고민이다.

지난 6차례의 시범경기에서 선발과 교체를 포함해 좌·우측 외야수로 나섰던 선수는 총 6명이다. 정의윤, 이명기, 김동엽, 정진기, 조동화, 김재현이 바로 그들. 그러나 김재현의 경우 주로 대주자로 쓰이는 등 교체로 나선 일이 잦아 사실상 백업 선수로 분류된 상황. 현재로선 김재현을 제외한 5명의 선수들이 두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는 형국이다.

일단 경쟁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선수는 정의윤이다. 정의윤은 지난 5차례의 시범경기에 출전해 타율 4할(15타수 6안타), 4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현재 SK 선수단 가운데 시범경기 타율 1위는 그의 몫.

이미 힐만 감독의 애제자로 꼽힐 정도로 신뢰까지 얻어 놓은 상태. 단순히 타격감만 놓고 보자면 정의윤을 주전으로 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 다만 수비 능력은 아쉬운 부분. 몇 차례 상황 판단이 아쉬웠던 부분들이 눈에 띈 바 있다. 수비능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 타격 능력이 뛰어난 탓에 오히려 지명타자로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힐만 감독은 지난 16일 마산 NC전에서는 정의윤을 지명타자로 기용한 바 있다.

시범경기 기간 ‘진기명기 듀오’로 불리며 SK의 테이블세터로 활약 중인 정진기와 이명기는 주어진 기회에 비해 성적이 약간 아쉬운 선수들. 정진기의 20일 현재 시범경기 성적은 5경기 출전 타율 2할6푼3리(19타수 5안타), 1타점, 2도루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이명기는 6경기에 나서 타율 2할2푼2리(18타수 4안타) 3타점, 1볼넷을 올렸다.

정진기의 경우, 같은 기간 2도루를 올렸을 정도로 빠른 발을 자랑하지만 문제는 삼진이 매우 많았다는 점이다. 볼넷은 한 차례도 없었는데, 삼진만 무려 8차례를 기록했다. 테이블세터의 미덕이 타점 보다 출루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많은 삼진은 주전등극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전망. 게다가 수비에서도 확신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지난 2015시즌 SK의 주전 좌익수로 자리매김 했던 이명기는 부진으로 점철됐던 지난 시즌을 뒤로하고 올시즌 재도약을 노리는 선수. 타석에서의 성적은 평이한 수준. 출루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이명기의 주전 등극 도전은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명기가 득점권에서 비교적 강한 집중력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시범경기 기간 그의 득점권 타율은 3할3푼3리였다. 테이블세터 혹은 하위 타선에서만 활약했음에도 3타점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득점 기회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힐만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을 법 하다.

SK의 트레이 힐만 감독(왼쪽)과 김동엽. 스포츠코리아 제공
이명기의 주전 도약은 김동엽의 활약 여부에 따라 결정될 공산이 크다. 김동엽은 이명기가 가지지 못한 클러치 능력을 보유한 선수로 지난 시즌 이명기의 대체자로 잠시 나마 각광을 받은 바 있다. 비록 시범경기 기간의 성적(5경기 출전 타율 1할9푼, 2타점)은 다소 저조하지만 무시하기엔 아까운 카드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김동엽 역시 정의윤과 비슷한 딜레마를 안고 있다. 수비 능력이 타격 능력을 뒷받침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이런 탓에 의도치 않게 정의윤과 외야수가 아닌 지명타자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과연 이들 가운데 2017시즌 KBO리그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선수는 누가 될까. 시범경기 일정의 마지막 일주일을 통해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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