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2017시즌 외국인 선수 번즈. 롯데 자이언츠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다재다능한 내야수로 내야 전 포지션의 수비가 가능한 롯데의 새 외국인 선수 번즈. 하지만 방망이를 잡았을 때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여러 자리를 오가는 것 보다는 고정된 타순 속 일관된 활약이 절실하다.

롯데는 지난 1월 8일 내야수 번즈를 영입했다. 보너스 5만 달러가 포함된 계약금은 60만 달러였다.

롯데가 번즈를 영입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약해진 내야 수비를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FA자격을 얻었던 3루수 황재균이 팀을 떠날 것이 유력했기에 롯데는 3루는 물론 2루와 유격수 자리도 맡아줄 수 있는 유능한 선수가 필요했다.

실제로 롯데는 버즈를 영입했을 때 “번즈는 2루수가 주 포지션이지만 내야 전 포지션을 두루 책임질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수비와 송구능력을 갖췄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조원우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번즈를 주전 2루수로 낙점했고,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시범경기 일정에서도 이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번즈는 20일 현재 총 5차례의 시범경기에서 모두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일단 번즈는 기대대로 수비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정확하고 날카로운 송구는 물론 종종 빠른 발을 이용해 날렵한 수비동작까지 선보였던 것. 상황 판단능력 역시 우수했다.

문제는 타격이다. 시범경기 첫 일주일간의 성적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번즈의 타격 성적은 기대 이하다. 번즈는 5차례의 시범경기에서 타율 2할(15타수 3안타), 2타점.

롯데는 번즈에게 장타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뛸 때도 장타력이 돋보이지는 않았다. 번즈의 트리플A 통산 장타율은 3할6푼3리였고, 홈런 역시 12개에 불과했다. 롯데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롯데는 번즈가 컨택 능력만큼은 일정 수준 이상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적만 놓고 보면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 지난 15일 번즈가 롯데 타선의 핵심이 될 것이라 밝혔던 조원우 감독의 발언이 다소 무색해 지는 성적이다.

엄밀히 말하면 컨택 능력이 나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인플레이 상황을 만들어 내는 데는 일가견이 있어 보인다. 삼진이 5경기 중 단 1개에 불과했다는 점은 이를 증명한다. 비록 안타는 아니지만 어떻게든 방망이에 공을 맞춰 내는 셈.

일반적으로 컨택 능력이 좋은 선수들은 테이블세터에 배치되는 것이 일반적. 출루를 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원우 감독은 적어도 시범경기 기간 동안에는 번즈의 타순을 고정시키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테이블세터는 물론 중심타선에도 포함될 여지를 남겨둔 것.

조 감독은 지난 15일 사직 SK전을 앞두고 “이대호, 최준석, 강민호와 같은 거구의 선수들로 중심타선을 구성하면 타선의 묵직함은 더해지지만, 발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발이 빠른 번즈를 통해 기동력을 살려보겠다”라고 답했다.

당시 그는 번즈의 구체적인 타순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황상 테이블세터와 중심타선의 연결고리인 3번 타자로 기용할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번즈는 조 감독의 발언이 있던 다음날인 16일 사직 두산전에 3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성적이 신통치 못했다. 3타수 무안타에 그친 것. 당시 그는 두산의 선발 투수 보우덴과 이현호에게 꽁꽁 묶였다.

그렇다고 해서 리드오프로 두기에도 어딘가 애매하다. 3번 타자도 가능한 손아섭이 아니더라도 전준우라는 좋은 옵션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 15일 SK전에서는 리드오프로 나섰지만 3타수 무안타로 볼넷 하나를 얻어내는 데 그쳤다.

아직까지 타격에서 확실한 모습을 보이지 못해 고민이 되겠지만, 외국인 타자의 빠른 리그 적응을 원한다면 롯데는 가까운 시일 내로 번즈의 타순을 정해야 한다. 타순마다 맡은 각자의 역할이 다른 만큼, 매 경기마다 다른 타순에 투입된다면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다행히 갈피는 잡은 모양새다. 가장 최근 롯데의 2경기를 살펴본다면 번즈의 타순은 2번으로 굳어질 조짐이다. 지난 18일부터 진행됐던 사직 LG 2연전에서 번즈는 시범경기 개막 이후 처음으로 2경기 연속 같은 타순을 유지했다. 2경기 연속 2번 타자로 나섰던 것.

성적도 준수했다. 18일에는 3타수 2안타 2타점 3득점, 19일에는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상황에 맞는 탄력적 운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재 롯데의 타순은 일정한 짜임새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열쇠는 당연히 번즈다. 이제 남은 시범경기는 6게임. 여기에서 번즈는 코칭스태프들에게 확신을 심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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