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2017시즌을 통해 KBO리그에 처음으로 입성한 외국인 타자들이 시범경기 첫 일주일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들의 KBO리그 적응은 순조롭게 이뤄졌을까.

지난 14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2017 KBO 시범경기 일정이 일제히 막을 올렸다. 10개 구단은 지난 19일까지 총 6경기를 치르고 20일 잠시 휴식을 가졌다. 첫 일주일간의 일정이 마무리 된 가운데 역시 관심을 모으는 부분 중 하나는 구단별 외국인 타자들의 성적이다.

삼성의 러프(왼쪽)과 KIA의 버나디나. 스포츠코리아 제공
물론 새 외국인 타자들이 KBO리그에 빠르게 적응할 수만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아무래도 낯선 것이 사실인 만큼 각 구단들은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무리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하는 시범경기라도 선수 입장에서는 성적이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다.

올시즌을 앞두고 새 외국인 타자를 영입한 구단은 총 6개 구단이다. 롯데, 삼성, KIA, kt, NC, SK가 바로 그들. 일단 첫 일주일 동안 가장 웃음을 지은 선수는 KIA의 버나디나다.

버나디나는 시범경기 5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8리(13타수 4안타), 2득점을 기록했다. 타율만큼은 새 외국인 선수들 6인방 가운데 가장 높다. 두산과의 첫 2연전에서는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던 버나디나는 16일 광주 kt전을 시작으로 3경기 연속 안타행진을 달리고 있다.

특히 몇 차례의 경기를 통해 KBO리그 투수들의 구질을 파악한 듯한 모습이다. 최근 3경기에서 버나디나가 기록한 삼진은 2개에 불과하지만 볼넷은 4개나 됐다. 선구안이 크게 좋아진 셈. 그가 새 시즌 KIA의 리드오프를 맡을 것이 확실시 되는 만큼, 벌써부터 출루에 능한 그의 모습은 KIA를 흐뭇하게 한다.

삼성의 러프 역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6경기에 나서 타율 3할(20타수 6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한 것. 지난 14일 대구 kt전부터 안타를 신고했던 그는 특히 가장 최근 경기였던 마산 NC전에서 3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을 올렸다. 2개의 안타가 모두 장타(2루타, 홈런)일 정도로 수준급의 장타력을 과시했다.

지난 시즌 부진한 외국인 타자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던 삼성 입장에서는 순조롭게 KBO리그에 적응중인 러프의 홈런이 무척 반가울 전망.

NC와의 영입전쟁까지 치르며 외국인 타자에게 통 큰 투자(계약금 90만 달러)를 단행했던 kt 역시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을 전망. kt의 새 외국인 타자 모넬은 시범경기 5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7푼8리(18타수 5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가진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3할3푼3리(15타수 5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던 모넬은 KBO리그에서도 나름 준수한 성적을 내며 스프링캠프의 호성적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나름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좋을 수는 없다. 롯데와 SK, NC는 다소 우려섞인 시선으로 외국인 타자를 바라볼 전망. 먼저 롯데의 번즈와 SK의 워스는 초반 일정에서 부진하며 걱정을 샀던 선수들이다.

롯데 번즈(왼쪽)와 NC 스크럭스. 스포츠코리아 제공
유틸리티 내야수 번즈는 시범경기에만 총 5경기 출전해 타율 2할(15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개막 이후 3경기 연속 안타가 없던 번즈는 지난 18일 사직 LG전에서 3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19일 역시 사직 LG전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잃었던 타격감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수비에서는 준수한 평가를 받는 만큼, 타격만 살아난다면 롯데의 보물과도 같은 존재가 될 전망.

번즈와 마찬가지로 워스 역시 초반 부진을 딛고 살짝 반등에 성공한 사례. 워스는 시범경기 4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1푼4리(14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역시 지난 14일부터 사직에서 치러진 롯데와의 2연전에서 침묵을 지켰던 그는 17일 마산 NC전에서 무려 3안타 경기에 성공했다. 지난 18일 광주 KIA전에서는 2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아직 심각하게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

정작 SK의 걱정을 사는 부분은 타격감 보다는 몸상태다. SK는 내야 수비 강화를 위해 워스를 영입했지만 워스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수비에 나서지 못했다. 이유는 부상 때문.

스프링캠프 때 다쳤던 오른쪽 어깨가 문제였다. 당초 SK는 단순 염좌로 판단해 1~2주면 완쾌될 것이라 내다봤지만 3월 중순인 지금에도 워스는 수비가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복이 생각보다 더딘 상황.

테임즈를 대신할 강타자로 스크럭스를 선택했던 NC. NC의 선택은 현재까지만 놓고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스크럭스는 시범경기 기간 동안 5차례의 경기에 나서 타율 7푼1리(14타수 1안타), 1홈런 1타점 2볼넷을 기록했다.

시범경기 초반 3경기에서 안타가 없었던 스크럭스는 지난 17일 마산 SK전에서 비로소 첫 안타를 신고할 수 있었다. 당시 경기 7회에서 SK 채병용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비거리만 120m였다. 강타자의 자질만큼은 입증한 셈. 임팩트가 상당했던 한국 무대 첫 안타였다.

다만 많은 삼진은 걱정스러운 부분. 시범경기 첫 주에만 5차례나 삼진을 당했던 것. 물론 상대적으로 많은 삼진은 홈런타자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성공을 원한다면 시간을 두고 서서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임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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