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간도(좌)와 비야누에바(우). 한화 이글스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대전=박대웅 기자] 소문대로 괴물들이었다. 한화가 비야누에바-오간도를 앞세워 올시즌만큼은 가을 야구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한화는 지난 1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와의 2017 KBO리그 시범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비록 3연승 달성은 다음으로 미루게 됐지만 이날 경기장을 찾은 6979명의 야구 팬들은 괴물 투수의 등장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다. 한화 선발 오간도의 이야기다.

오간도는 영입 당시부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던 투수다. 2010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메이저리그에 입단한 것을 시작으로 통산 283경기에서 33승18패 평균자책점 3.47을 기록했고, 특히 2011년에는 13승8패 평균자책점 3.51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3.94의 성적을 남기는 등 180만 달러(약 21억5000만원)의 몸값에서도 알 수 있듯 경력만큼은 그동안 KBO리그를 거친 투수들과 차원이 다르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부터 12이닝 2실점으로 두각을 나타냈던 그는 한국 팬들 앞에서도 그 위력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4이닝 동안 총 61개의 공을 던진 가운데 볼넷과 실책으로만 한 차례씩 출루를 허용했을 뿐 노히트로 kt 타선을 틀어막았다. 특히 탈삼진을 무려 7개나 솎아내는 괴력을 발휘했으며, 최고 시속 150km의 직구 외에도 슬라이더와 커터, 체인지업, 투심 등을 섞어 타자들의 방망이를 수없이 헛돌게 만들었다.

경기 후 그의 피칭을 분석한 kt 정명원 투수코치조차 “직구는 타점이 높고 볼에 힘이 있어서 치기가 어렵다. 슬라이더가 직구와 구속 차가 많이 났고 떨어지는 각도 역시 좋다.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기 때문에 타자로서는 대처하기 힘들어 보인다. 리그에서도 상당히 활약할 것 같다”며 경계심을 드러낼 만큼 인상적인 투구 내용이었다.

오간도에 앞서 지난 14일 LG와의 첫 시범경기에서 등판한 비야누에바 역시 거물급 투수다. 몸값은 150만 달러(약 17억원)로 오간도보다 다소 낮지만 메이저리그 경력은 더욱 굵직하다. 무려 10년 동안 풀타임으로 활약하며 51승55패 평균자책점 4.32의 성적을 남긴 것.

비야누에바는 스프링캠프에서 연습경기 등판 없이 불펜 피칭과 라이브 피칭만을 거쳤을 뿐이지만 동료 오간도로부터도 극찬을 받으며 기대를 부풀렸다. LG와의 시범경기 역시 3이닝 동안 2피안타 1실점을 내줬지만 탈삼진 3개를 솎아낸 가운데 이닝을 거듭할수록 안정감 넘치는 피칭을 했다. 오간도가 구위에 강점이 있다면 비야누에바는 직구 최고 시속이 143km에 그쳤으나 환상적인 제구력으로 타자들을 제압해 나갔다.

물론 정규시즌에 돌입한 이후의 활약이 가장 중요하지만 현재까지의 모습을 놓고 봤을 때에는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이 그저 장식은 아니었음을 확실하게 입증해낸 두 투수다.

그동안 한화에서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를 보유하는 것은 꿈에 가까운 일이었다. 실제 단일 시즌 10승을 챙긴 투수도 2007년 세드릭(11승13패), 2015년 탈보트(10승13패)까지 단 2명 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승률은 5할에 미치지 못했다.

올시즌 외부 FA 영입 대신 내부 육성과 외국인 선수에 대한 투자로 한화의 운영 방침이 변화를 맞이한 가운데 만약 두 외국인 투수가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임팩트를 정규시즌까지 이어간다면 10년 만의 가을 야구 진출도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다.

당장 지난 시즌 36승을 합작해내며 두산의 우승을 이끈 니퍼트-보우덴 원투펀치와 비교를 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르다. 하지만 지난 시즌 4명의 한화 외국인 투수 로저스-카스티요-마에스트리-서캠프가 고작 13승을 합작하는데 그쳤음을 감안하면 오간도와 비야누에바의 가세는 분명 한화 팬들에게 높은 기대감을 심어주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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