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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대전=박대웅 기자]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과 한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시범경기 일정 동안 kt 김진욱 감독의 얼굴에는 연일 여유 있는 미소가 흘러넘친다. 5경기에서 4승1무로 전체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팀 성적은 김 감독을 미소짓게 하는 요소와 거리가 멀다.

김진욱 감독은 지난 1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들에게 “머리가 아프다”고 입을 열었다. 걱정거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너무나도 잘 따라와 주고 있기 때문에 반어적 표현으로 이같은 말을 꺼냈다.

한화와의 경기 전까지 4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한 김 감독은 “시범경기는 젊은 선수들에게 엔트리에 합류할 수 있느냐의 여부를 가릴 시점이기 때문에 우리 뿐 아니라 모두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며 승패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았지만 선수단 사이에서 생긴 변화에 흡족함을 한껏 드러냈다.

김 감독은 kt 선수단의 마음가짐이 과거와 달라진 점을 가장 큰 소득으로 꼽았다. 심리적으로 편안한 마음을 먹으면서 선수들도 제 기량을 발휘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고 있다는 것. 특히 벤치 분위기가 많이 좋아진 가운데 실책이 나오더라도 받아들이는 것에서 불안감이 사라지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점을 고무적으로 꼽았다.

김진욱 감독은 “캠프에서 신나게 했지만 사실 한국으로 돌아오는 순간부터는 선수들도 스트레스가 시작될 수밖에 없다. 엔트리 경쟁과 성적을 내는 일부터 언론이나 팬들의 평가에 대한 부담도 시작된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유니폼을 입는 한 이는 숙명과도 같으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며 “그럼에도 감독 입장에서는 선수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 선수들과 약속했다”는 사연을 소개했다.

좋은 결과를 내야한다는 압박을 선수단에 주는 일은 일체 없을 계획이다. 당연히 ‘탈꼴찌’라는 목표에 얽매이지도 않을 생각이다. 그저 승률, 성적, 순위를 따지지 않고 1년 동안 신나게 야구를 한다면 좋은 결과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간섭 역시 최소화한다. 함께 방향을 설정한 뒤 본인이 직접 나서기보다 코칭스태프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이에 앞서 선수들 스스로가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지향할 방침이다. 이미 하준호와 심우준이 앞뒤 타순을 이루는 동안 서로 대화를 나누며 경기 흐름을 읽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대견하기만 한 김 감독이다. 내성적인 베테랑들의 달라진 변화에도 큰 힘을 얻고 있는 김진욱 감독이다.

이 밖에 선수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할 방침이다. 정말 중요한 시합이 아닌 이상 선수들에게 경조사가 있을 경우 기꺼이 허락하고, 현재 시범경기에서도 오더를 짤 때 선수들이 몸상태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들을 반영하고 있다. 시즌이 시작됐을 때에도 이같은 방식을 최대한 이어가야 욕심을 부리지 않을 수 있다는 언급을 보탰다.

이는 선수들과의 약속이기도 하지만 이는 김 감독 본인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감독 역시 스트레스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위치에 있지만 본인이 먼저 이같은 압박을 이기지 못하면 결국에는 선수단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 없이 즐기는 야구를 외친 김 감독의 약속이 올시즌 kt 선수단에 어떤 긍정의 바람을 불어넣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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