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두산전에서 9회 등판해 최고 157km 직구 뿌려…KIA의 새로운 마무리 후보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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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광주=김성태 기자]모두가 놀랐다. 이 정도의 구속을 지금 시기에 보는 것이 쉽지 않다. 상대 두산 선수들도 내심 놀라는 눈치다. KIA 한승혁(24)이 시속 157km까지 구속을 찍었다.

지난 14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범경기 첫 날, KIA는 3개의 홈런을 쳐낸 타선의 힘을 앞세워 7-4로 리드를 잡았다.

9회, 한 이닝을 막으면 이긴다. 김기태 감독의 선택은 마무리 임창용이 아닌 '영건' 한승혁이었다. 그가 전날 던진 공은 정확히 14개다. 그런데 변화구가 없다.

직구만 던졌다. 오로지 빠른 구속을 앞세운 힘 있는 속구로 두산 타선을 상대했다. 9회에 나온 상대 이성곤, 조수행, 서예일을 연달아 처리하며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 했다.

깔끔한 것도 좋았지만 팬들의 이목을 더욱 끌었던 것은 바로 한승혁의 구속이었다. 1사 이후, 세 번째 타자인 서예일을 상대로 5구째 공을 던졌다.

중계화면, 그리고 KIA 챔피언스필드 전광판에 157km가 찍혔다. KIA가 자체적으로 측정한 구속은 156km까지 나왔다. 직구 최저 구속이 152km였고 최고 구속이 156km였다. 평균 구속이 무려 153km다.

맞든 맞지 않든 전혀 상관없이 자신감 있게 공을 던졌다. 뿌렸다는 표현보다도 찍어 눌러서 밀었다는 느낌이 강했다. 포수 한승택도 공을 간신히 잡을 정도였다.

전날 광주는 바람이 많이 불었다. 날씨도 생각보다 쌀살했다. 선수들 역시 유니폼과 더불어 점퍼를 단단히 입고 훈련에 임하고 경기를 소화할 정도였다.

챔피언스필드를 찾은 1400명의 관람객 역시 다들 옷깃을 여미며 경기를 지켜봤다. 날이 춥다보면 선수들이 부상을 우려, 긴장을 하기에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한승혁은 무시무시한 위력의 공을 던지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원래 공이 빠른 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는 팬들은 더 빨라진 그의 공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만약 날이 풀리고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 5월과 6월을 넘어 여름이 되면 일반적으로 구속은 빨라진다. 지금 157km가 나왔다면 향후 한승혁의 159km 마크 역시 불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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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프로 6년차의 한승혁이다. 지난 2011년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유망주였다. 공을 빨랐지만 제구가 엉망인 경우가 많아서 매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5시즌 모두 17개로 리그 폭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후반기에 페이스가 급상승, 모두 36경기를 뛰며 3승 2패 1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4.86을 기록했다.

그리고 한승혁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제대로 몸을 만들었다. 오키나와에서 치른 평가전에서도 그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줬다.

라쿠텐과의 경기를 비롯, 모두 4경기에 나서 5이닝을 소화하며 16명의 타자를 상대했다. 그가 던진 공은 모두 53개였다. 허용한 안타는 단 1개, 삼진은 5개나 잡았다. 무실점에 평균자책점이 0이었다.

김기태 감독이 스프링캠프 MVP로 그를 뽑은 이유가 있다. 그렇게 한승혁은 올해 작심해서 몸을 만들었고 시범경기에서 꽤나 진한 인상을 심어주게 됐다.

물론 정규시즌이 아닌 시범경기다보니 실점을 내줘도 아무 상관이 없다. 자신감 하나 믿고 직구를 던지기에 좋은 환경이다. 대신 시즌 들어가서도 이 구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전날은 구위 뿐 아니라 제구 역시 좋았다. 포수의 미트에 공이 팡팡 꽂혀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다소 공이 높긴 했지만 예전에 비하면 훨씬 안정감 있는 모습이었다.

현재 KIA는 마무리로 임창용이라는 카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WBC에 대표팀으로 출전, 이스라엘전에서 아쉽게 실점을 내주며 대표팀의 1라운드 탈락을 막아내지 못했다.

선수단 모두 활약이 미진했기에 임창용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WBC를 위해 일찌감치 서둘러 몸을 만들다보니 컨디션이 100%가 아니다. 캠프에서 제대로 몸을 만들지 못했다.

기존에 있던 임창용의 마무리 자리가 흔들릴 것이라 판단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한승혁의 존재감은 KIA의 새로운 마무리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마무리 투수가 갖추어야 할 덕목 중 하나는 바로 확실한 '필살기'다. 그 중에서도 가장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빠른 강속구다. 빠른 공은 타자들이 힘으로 이겨내기 힘들다.

전날 한승혁은 157km까지 찍힌 구속에 제구까지 겸비한 완벽한 마무리 투수였다. 여기서 구속 추가 상승도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매년 뒷문 고민에 시달리던 KIA에 행복한 고민거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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