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KBO리그의 김풍기 심판위원장이 최근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통해 화두로 떠오른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규정 안에서 기존 스트라이크 존을 최대한 활용하겠지만 인위적인 확대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김풍기 KBO 심판위원장. 스포츠코리아 제공
WBC 한국 대표팀은 지난 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2017 WBC A조 2차전에서 0-5로 완패했다. 이로써 이스라엘전(1-2 패)에 이어 조별예선에서 2패째를 당한 대표팀은 2라운드 진출이 불투명해졌다.

네덜란드(1승)가 8일 오후 대만(1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다면, 한국 대표팀은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다. 이전 경기들을 통해 드러난 전력상 대만이 네덜란드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최근 2차례의 WBC 경기를 통해 대표팀의 경기력은 비난의 도마위에 올랐다. 특히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부분은 역시 2경기 동안 1점을 뽑아내는데 그친 빈약한 타선이었다.

사실 대회를 앞두고 가장 우려를 자아냈던 부분은 타선이 아니라 마운드였다. 팀을 홀로 이끌만한 에이스가 눈에 보이지 않았기에 이러한 우려는 당연했다.

오히려 타선은 큰 걱정이 없었다. 베테랑 이대호, 김태균, 최형우는 물론 직전 시즌 KBO리그에서 3할 이상의 성적을 냈던 선수들이 라인업에 즐비했기 때문.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표팀 타선이 가진 방망이는 불방망이가 아닌 물방망이였다. 19이닝 동안 타선이 뽑아낸 점수는 단 1점에 불과했다.

그것도 테이블세터 서건창의 방망이에서 대표팀의 이번 대회 유일한 타점이 터져 나왔다. KBO리그가 낳은 톱스타들로 구성된 중심타선은 침묵만을 지켰다.

타선의 부진에 대해 여기저기서 다양한 분석들을 내놓고 있지만, 역시 가장 뜨거운 감자는 스트라이크 존이었다. 메이저리그 심판들이 주관하는 WBC 경기에서 한국 타자들이 KBO리그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넓은 스트라이크 존에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런 탓에 지난 시즌 무려 40명의 3할 타자들을 배출한 KBO리그의 타고투저 경향은 좁은 스트라이크존의 덕을 봤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스트라이크 존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KBO는 스트라이크 존의 개편을 고려하고 있을까.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8일 스포츠한국과의 통화에서 자신의 입장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존의 인위적 확대는 없을 전망. 다만 규정이 허용하는 한 스트라이크 존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의도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줄인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최근 회의를 통해 스트라이크 존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데는 심판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라고 답했다.

기존의 룰이 있기에 이를 인위적으로 크게 늘릴 수는 없지만, 이른바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는 공들을 이전 시즌보다 관대하게 판정하겠다는 것.

이어 그는 이미 스트라이크 존을 최대한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고척에서 열린 한국 대표팀의 3차례 평가전(호주, 쿠바)에서도 시행했다는 것. 실제로 이용규는 지난 3차례의 평가전을 마친 뒤 “스트라이크 존이 과거에 비해 넓어진 느낌을 받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김풍기 KBO 심판위원장. 스포츠코리아 제공
현재로서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스트라이크존 확대 요구는 결과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기존의 스트라이크 존을 최대한 활용만 하더라도 확대한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것이 김풍기 위원장의 설명.

김 위원장은 “주심 마다 스트라이크 존이 조금씩 상이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 겨울 주심들에게 스트라이크 존의 최대 활용은 물론, 일관성을 가진 스트라이크 판정 역시 함께 해줄 것을 당부했다. 타자들이나 구단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다소 생경한 스트라이크 판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최소 1시즌 정도만 지나도 정착 되리라 믿는다”라고 답했다.

김풍기 위원장은 WBC에서 대표팀이 거둔 성적은 아쉽지만 WBC에서의 대표팀 타격 부진의 원인이 오롯이 KBO리그의 다소 좁은 스트라이크존에 쏠려있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KBO리그에 비해 넓은 스트라이크 존 때문에 대표팀 타자들이 부진했다면, 왜 투수들은 넓은 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많은 볼넷을 내줬는지 되묻고 싶다”며 “과도한 타고투저의 흐름이 어느 정도 개선되어야하는 부분인 것은 맞지만, 심판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는 것은 섭섭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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