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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부끄러운 졸전의 연속이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서울라운드 2차전에서 0-5로 패했다.

지난 2013 WBC에서의 패배를 설욕하고자 했지만 당시와 동일한 스코어로 패하면서 악몽만 되살아났다. 특히 4년 전에는 남은 2경기를 모두 잡아내며 어느 정도 명예 회복을 이뤘고, 2승1패의 성적으로도 아쉽게 탈락했다면 이번 대회에서는 그야말로 따가운 시선만이 대표팀을 향해 있다.

이제 한국이 1라운드에 올라갈 수 있는 시나리오는 단 하나 뿐이다. 8일 경기에서 대만이 네덜란드를 잡는 이변을 가장 먼저 일으켜야 하며, 9일 이스라엘이 또 한 번 네덜란드를 꺾고 3연승에 성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대만을 상대로 승리를 따낸다면 한국-대만-네덜란드가 나란히 1승2패가 돼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볼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 모든 일들이 순차적으로 실현될 확률은 지극히 낮다. 무엇보다 1승2패 세 팀이 나오더라도 동률팀 간의 이닝당 최소 실점, 최소 평균자책점, 최고 타율 순으로 우위를 따져 단 한 팀만 도쿄행 티켓을 가져갈 수 있다. 때문에 한국이 이같은 행운을 누리기 위해서는 우선 대만과 이스라엘이 많은 점수를 내며 네덜란드를 완파하고 한국은 대만전에서 실점을 최소화하며 승리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대만과의 승부에 앞서 네덜란드가 대만에 승리를 따내면 한국의 탈락은 최종 확정된다.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경기들을 돌아봤을 때 가장 전력이 강하다고 평가받는 네덜란드가 최약체로 꼽힌 대만에 패할 가능성 자체가 희박한 편이다.

이같은 경우의 수를 따지는 자체가 한국으로서는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다. 이스라엘, 네덜란드를 당당히 꺾고 2연승을 챙겼다면 이스라엘은 1승1패, 네덜란드와 대만은 1패씩을 기록해 주변 경기들까지 복잡하게 따져볼 필요도 없었다. 확률적으로 네덜란드가 대만에 승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8일 두 팀 간의 승부 이후 자력으로 2라운드 진출을 확정짓고, 대만전에서 숨을 고르는 여유도 부릴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 반대다. 단순히 패배만 떠안은 것이 아닌 2경기 도합 19이닝 1득점이라는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줬고, 다른 팀들의 결과만을 두 손 모아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 됐다. 심지어 점수조차 제대로 뽑지 못하는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는 대만전 승리도 장담하기 어렵다.

우주의 기운이 몰리면서 단 하나 남아있는 경우의 수가 맞아 떨어져 2라운드에 진출하더라도 방송인 서장훈의 유행어처럼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상황이다. 오히려 보다 강한 팀들과의 승부에서 더욱 큰 망신만 당하지 않으면 다행으로 여겨질 만큼 한국은 2라운드 티켓을 가져갈 자격 자체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천운을 바라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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