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거듭된 졸전 속에 벼랑 끝까지 몰렸다. 사실상 탈락이 임박한 상황에서 초라한 대표팀의 현 모습이 KBO리그 흥행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위기다.

지난 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서울라운드 2차전에서 0-5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이스라엘과의 개막전에 이어 또 한 번 승리 사냥에 실패하며 2연패로 A조 최하위까지 밀려났다. 한국이 2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한 가지 남아있기는 하지만 8일 네덜란드가 대만에 승리를 따내면 마지막 희망마저 날아간다. 각 팀의 전력을 감안했을 때 대만이 승리할 확률 자체가 낮은 편이기 때문에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경우의 수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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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한국은 대만과의 최종전 승리마저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2006년 4강(6승1패), 2009년 준우승(6승3패)의 영광 이후 2013년 1라운드 탈락(2승1패)이라는 수모를 이미 겪은 가운데 만약 이번 대회에서 3패 탈락이라는 WBC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다면 그 후폭풍도 상당히 거셀 수밖에 없다.

사실 2000년대 초중반 암흑기에 빠져있던 KBO리그가 국내 최고 인기의 스포츠로 성장한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있지만 그 중에서 국제 대회 성적이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했다. WBC 1, 2회 대회의 성과를 비롯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의 신화를 쓰면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해마다 관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2011년에는 사상 첫 600만명 돌파, 2012년에는 그마저도 뛰어넘어 700만 관중 시대를 활짝 열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WBC 대표팀의 충격적인 1라운드 탈락 소식이 전해졌고, 그 해 7년 만에 처음으로 총 관중수가 전년 대비 하락세를 나타냈다. 물론 모든 책임을 WBC 대표팀의 부진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큰 대회였던 만큼 실망도 컸고, 이같은 여파가 분명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9개 구단 체제의 출범 속에서 일어난 결과였기에 관중 감소는 더욱 큰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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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10개 구단, 각 144경기 체제로 시즌이 열리면서 관중은 다시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렸고, 결국 지난해에는 사상 첫 800만 관중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가득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유독 많은 선수들이 사건 사고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언제 급격히 리그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싹트기 시작했던 것도 사실이다.

WBC 1, 2회 대회가 복합적인 요인 속에서 흥행에 결정적인 촉매제 역할을 했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1라운드 탈락의 충격이 팬심을 싸늘하게 얼어붙도록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실제 사상 첫 FA 100억원 시대를 열며 KIA로 이적한 최형우는 비시즌 동안 온갖 화제를 몰고 다녔지만 WBC 준비 과정에서부터 급격한 부진에 빠졌고, 개막 후 2차전까지 단 한 타석에 대타로 출전하는데 그쳐 있다.

이대호 역시 일본과 미국 생활을 거쳐 친정팀 롯데로 복귀하면서 무려 150억원이라는 FA 계약 총액에도 불구하고 ‘결코 아깝지 않은 몸값’이라는 평가와 따뜻한 환대가 이어졌으나 2경기 도합 9타수 1안타 2삼진에 그치면서 실망한 팬들이 크게 늘었다. 당장 14일부터 시범경기가 개막하는 가운데 KBO리그가 우물 안 개구리들의 싸움으로 인식된다면 사상 첫 1000만 관중 시대를 열기는커녕 또 한 번의 부침을 겪을 여지도 있다.

대만전에서 승리하더라도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탈락이 유력하고, 1승2패로 WBC 최저 승률도 맡아놓은 분위기다. 대표팀으로서는 안방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그나마 명예 회복을 이룰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이다. 물론 등 돌린 팬심이 다시 발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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