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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2016시즌 KBO리그 전체 타율은 2할9푼. 그러나 역대 최고의 투고타저 시대는 단지 허상에 지나지 않았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서울라운드 2차전에서 0-5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이스라엘과의 개막전 패배 이후 또 한 번 고개를 숙이며 2라운드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당초 우려를 낳았던 마운드가 어느 정도 제 몫을 해준 것이 사실이다. 물론 네덜란드에게는 5점을 내주긴 했으나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즐비한 타선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 타선은 연장 10회까지 단 2점으로 봉쇄했다. 물론 제구가 다소 불안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스라엘이 대만으로부터 무려 15점을 폭발시킨 것과 비교해 잘 버텨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문제는 타선에 있었다. 한국은 지난 2경기에서 타자들이 도합 19이닝 동안 단 1점을 얻는데 그쳤다. 경기별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도 물론 있었다. 좋은 기회 역시 여러 차례 찾아왔다. 다만 해결사의 부재 속에 엇박자가 심했고, 응집력 역시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현역 메이저리그 선수로는 오승환만이 유일하게 출전하면서 한국의 타선은 순수 KBO리그 출신들로만 구성됐다. 이대호 정도가 지난해 메이저리그를 경험했고, 김태균 역시 일본 리그 경험은 있지만 이들 역시 결국 KBO리그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선수들이다. 추신수, 강정호, 김현수, 박병호 등 좀 더 정예 멤버를 꾸릴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저마다의 이유로 합류가 불발됐고, 결국에는 대표팀 타자들이 KBO리그의 자존심을 보여줘야 했던 상황이다.

역대급 타고투저 속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뽐낸 타자들이 뭉쳤기 때문에 충분히 빅리그 출신들의 공백을 어느 정도는 채워줄 수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결과는 현재 드러난 바와 같이 처참하다.

개막에 앞서 최고의 컨디션을 뽐냈던 김태균은 이번 대회에서 아직까지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고, 이대호 역시 무게 중심을 잡아줘야 했던 4번 타자였으나 9타수 1안타의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또한 사상 첫 FA 100억 시대를 열었던 지난해 KBO리그 타격 3관왕 최형우 역시 대회 이전부터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더니 네덜란드전에서만 대타로 한 타석을 소화하는데 그쳤을 뿐이다.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지만 이는 준비 과정에서 스스로 자초한 부분이 크다.

이 밖에도 리그를 휘어잡는 다수의 타자들이 출격했지만 민병헌과 손아섭이 나란히 7타수 3안타를 때려낸 정도를 제외하면 꾸준한 선수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에는 KBO리그의 매운 맛을 보여주기는커녕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음을 홍보하고 있는 꼴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FA 몸값 거품 현상의 심각성에 대한 지적까지 또 한 번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

물론 단 2경기만을 놓고서 선수들의 부진에 대해 조롱하고, 특히 그들의 연봉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옳은 일은 아니다. 과거 야구 선진국들과 몸값 규모를 비교하기조차 민망했던 시절, 한국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해서 세계적 스타들보다 더 높은 상품가치를 지니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서로 다른 리그의 선수를 놓고 기량에 따른 연봉 기준을 동일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팬들이 아쉬움을 느끼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타자들의 경우 토종 에이스 투수의 씨가 말라가는 상황에서 타고투저의 시대가 열리며 상당한 기록 볼륨 상승이 있었고, 연봉 문제를 떠나 기량적인 차원에서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국제 대회에서 외국인 투수들을 상대로 점차 민낯이 드러나는 분위기다. 그동안 리그 전반적으로 기량이 낮은 한국 투수들과의 대결에서 얻은 성과만 놓고 우물 안 활약에 안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거와 같은 헝그리 정신을 굳이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제는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반대로 수준급 기량을 가진 외국인 선수들도 KBO리그의 문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에 팬들의 눈높이도 그만큼 높이지고 있으며, 타 리그와의 비교도 잦아질 수밖에 없다. 국내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다면 최소한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국제 대회에서도 최고의 성적으로 보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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