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의 이대은(왼쪽)과 최형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 대표팀의 마운드와 타선에서 가장 우려를 자아냈던 이대은(28·경찰야구단)과 최형우(34·KIA). 두 선수는 2연패로 실의에 빠져있는 대표팀에게 유종의 미를 안길 수 있을까.

WBC 한국 대표팀은 7일 오후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2017 WBC A조 2차전에서 0-5로 완패했다. 이로써 이스라엘전(1-2 패)에 이어 2연패에 빠진 대표팀은 2라운드 진출이 사실상 좌절됐다. 오는 8일 오후 네덜란드(1승)가 대만(1패)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는 즉시, 대표팀의 실낱같은 2라운드 진출 희망은 사라진다.

그러나 2라운드 진출이 좌절됐다고 해서 한국 대표팀의 2017 WBC 일정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오는 9일 A조 최종전인 대만과의 경기가 남아 있는 것. 이번 A조 예선이 안방인 고척에서 열리는 만큼, 대표팀은 고국의 팬들을 생각해서라도 어떻게든 승리해 유종의 미를 거둘 필요가 있다.

대만전 승리가 분명 절실한 것은 사실이나, 대만 역시 탈락이 유력해 보이는 탓에 동기부여는 상당히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대표팀에게 대만전이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전망.

따라서 김인식 감독은 선발 라인업 구성과 마운드 운용을 앞선 두 경기 보다는 여유 있게 가져갈 수 있을 전망. 실제로 김 감독은 7일 네덜란드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만전에서 부상 선수들이나 컨디션이 좋지 못한 선수들을 무리해서 투입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이전 두 경기에서 중용을 받지 못했던 ‘투·타 골칫덩이’이자 대표팀의 아픈 손가락이던 이대은과 최형우의 대만전 투입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두 선수는 대회 준비 기간 내내 김인식 감독의 속을 타들어가게 만들었던 주인공들이다.

먼저 이대은은 경찰 야구단 입대를 위해 4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지난달 9일에야 퇴소해 이틀 뒤인 같은달 11일 대표팀에 합류했다. 겨우내 부족한 훈련량은 끝내 그와 대표팀의 발을 잡았다. 그의 몸상태는 공을 제대로 던질 수 있는 몸상태가 아니었던 것.

이런 탓에 이대은은 우완 선발 투수 기근 현상에 골머리를 앓았던 대표팀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됐지만, 평가전을 거듭할수록 대표팀에게 걱정만 안겼다. 지난 22일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1이닝 3피안타 1볼넷 2실점)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이대은은 매번 실망만을 안겼다.

지난달 25일 쿠바전(2이닝 3피안타 1실점), 지난달 28일 호주전(1이닝 2피안타 2실점)은 물론 지난 2일 상무와의 시범경기에서도 1.2이닝 6피안타 1볼넷 1탈삼진 4실점에 그쳤다. 3선발 유력 후보였던 그의 위상은 선발은 물론 계투로도 투입이 망설여지는 처지까지 전락했다. 실제로 그는 대표팀의 지난 2차례 본선경기에서 외면 받았다.

타선에서는 최형우가 철저히 외면 받았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취득한 뒤, 4년 총액 100억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KIA 입단을 확정지은 그는 화려하게 생애 첫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문제는 높아진 기대를 충족 시켜주지 못했던 타격감이었다. 최형우는 평가전에서 연일 침묵했다. 매번 중심타선(4,5번)의 한 축으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지난 2일 상무와의 경기까지 총 6경기에서 17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비록 지난 4일 경찰야구단과의 시범경기에서 2안타를 때려냈지만 그의 기량은 지난 시즌 그가 한창 좋았을 때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김인식 감독은 매 평가전을 마친 뒤 “그럼에도 본선에 들어서면 잘 할 것이다”라고 최형우를 향해 변함없는 신뢰를 드러냈지만, 결국 지난 6일 오후 이스라엘과의 개막전이 눈앞에 닥치자 태도가 달라졌다. 고심 끝에 그를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한 것.

그렇게 그는 6,7일 2차례의 본선 경기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7일 네덜란드전 9회말 2사에서 민병헌의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면서 체면치레를 했지만, 말 그대로 초라하기 짝이 없던 '100억 사나이' 최형우의 WBC 데뷔전이었다.

물론 앞선 경기보다는 다소 여유 있게 대만과의 A조 최종전을 구상할 수 있다고 해도 이대은과 최형우의 출전 여부를 장담하기는 힘들다. 7일 네덜란드전에서 9회말 대타로 나서 내야안타를 만들어내 가능성을 선보인 최형우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이대은의 등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만전 선발 투수는 양현종이다. 원했던 선발 등판은 애초 불가능하다. 불펜 투입도 미지수다. 일단 대표팀의 WBC는 사실상 단 한 경기만이 남았지만 아직까지 본선 대회 마운드를 밟아보지 못한 선수들은 여럿이다. 베테랑 박희수, 우완 롱릴리프 장시환 역시 이번 대회 첫 출전 기회를 엿보고 있는 선수들.

게다가 장원준, 우규민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대만전 투입이 가능한 상황이라 경기가 접전 양상을 보인다면, 김인식 감독 입장에선 그간 제구가 잡히지 않던 이대은을 내밀기 쉽지 않다. 경우에 따라 한 차례의 공도 던져보지 못한 채 대회를 마무리 할 수도 있는 것. 이대은 입장에서는 대만전서 대표팀의 타선이 폭발해, 일찌감치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이 연출되길 기대해야 한다.

명예회복이 절실하지만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계속된 패배로 팀 분위기마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어렵사리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그동안 대표팀의 한숨을 자아내게 했던 이대은과 최형우는 과연 각종 어려움을 뚫고 대만전에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