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 못 올라간 한풀이’ vs '태극마크의 자존심’ 싸움에서 ‘야구 변방’ 이스라엘이 대한민국을 누른 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마이너리그 팀’ 이스라엘은 지난 6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한국과의 첫 경기에서 탄탄한 투수력과 수비력에 힘입어 연장 10회, 짜릿한 2-1, 승리를 거뒀다.

경기 전 한국이 이스라엘에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긴 있었지만, 7안타 1실점으로 무너질지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먼저, 한국의 최대 패인은 코칭스태프의 우려와 달리 선수들이 이스라엘을 가볍게 여긴 탓이 아닐까?

옛말에 어린이와 씨름을 하더라도 온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스라엘? 네덜란드?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베테랑들이 두세명 있다고 하지만 야구 후진국이잖아?

대만은 완전 한수 아래로 예상되고…. 대부분 마이너리그 소속 선수들이 오합지졸로 뭉쳤다고 낮춰 본 탓에 1라운드 상대인 세 팀을 그저 스파링 파트너로 가벼이 여겨 준비를 소홀히 했을 가능성이 많다. 말은 국가대표 자존심을 걸고 반드시 1라운드를 통과해야 한다고 했지만, 몸은 벌써 2라운드가 벌어질 도쿄돔에 가 있었던 것 같다.

여기에는 한국의 특수 여건도 한몫한다. 올해부터 새로 바뀐 규정에 따라 12월에 이어 1월도 자율훈련 기간이었다. 국가대표에 선발된 선수들은 WBC가 3월 6일에 열리는 만큼 개인별로 준비를 해왔겠지만, 아무래도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몸이 덜 풀린 탓에 1득점의 허망한 공격력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WBC 예선 A조 1차전에서 이스라엘에게 덜미가 잡힌 한국대표팀이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결과론이긴 하나, 코칭스태프의 투수진 운용도 패인의 하나다. 8명의 ‘벌떼 마운드’를 운용한 건 이해가 가지만, 최고 마무리 오승환을 맨 나중에 투입했어야 했다. 8회까지 1-1로 팽팽히 맞섰다면 10회 연장전을 예상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오승환 다음에 나온 ‘41세’ 임창용이 패전 투수가 된 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직구 최고시속 150km의 오승환의 구위가 전체 투수중 으뜸이었으므로, 9회초 위기 상황이나 10회초에 등판시키는 게 올바른 순서로 보인다(연장 11회는 없음. 10회까지 승부가 나지 않으면 승부치기).

이왕 1차전에서 어이없이 졌다면 1라운드를 탈락하는 게 KBO 리그를 위해 좋다는 생각이 든다. 2,3차전에서 투수들이 시속 5km를 더 높이기 위해 무리한 투구를 하거나, 타자들이 오버 페이스로 치고 달린다면 부상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WBC 대표들은 KBO리그 각팀의 주전중 주전이므로 만약 다친다면 팀별 순위가 요동침은 물론, 전체적인 경기력 저하 현상을 보여 흥행에 영향을 끼칠수 있다.

어쨌든 WBC 대표팀이 2라운드 진출을 위해 2,3차전에서 전력을 기울일 것이므로 대표선수들의 시즌 오픈은 한달 20일 가량 앞당겨졌다(3월 31일 KBO 리그 개막). 그러니까,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팀일 경우, 시즌이 3월초에서 11월초까지 무려 8개월이나 된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WBC 대표팀에 선수를 많이 차출당한 팀의 성적이 나쁠 것으로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WBC 대회는 2006년, 2009년, 2013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인데 한국 대표는 전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선수가 주축을 이뤘다. 대표로 뽑힌 선수들은 일반 선수들보다 시즌이 한달이상 빨라졌음에도, 페넌트레이스 경기력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했음이 자료가 말해준다.

2006년 첫 대회에서 삼성은 최다인 5명이 차출됐으나 그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고, 2009년 대회에서는 SK가 우승은 못했지만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2013년 대회에서 6명을 대표로 보낸 삼성은 한국시리즈 3연속 우승을 따냈다.

악영향을 끼치지 않은 게 아니라 오히려 ‘보약’이 됐다. 올해는 두산이 WBC 사상 최다인 8명을 대표팀에 파견보냈는데, 올시즌 성적이 궁금해진다. 혹 한국이 이번 WBC 대회에서 선전을 펼치지 못하더라도 KBO 리그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6개월 내내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