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KBO리그를 대표하는 톱타자와 4번 타자 중 한 명인 서건창(28·넥센)과 최형우(34·KIA)가 국제경기에서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평가전서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은 애가 타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애만 태우고 있다. 서건창과 최형우가 호주 평가전에서는 달라질 수 있을까.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의 서건창(왼쪽)과 최형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2017 WBC 대표팀은 28일 오후 6시 30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호주 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른다. 지난 27일 공식 휴식일을 맞아, 충분한 휴식을 취했던 대표팀은 호주전을 시작으로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한다는 각오다.

지난 쿠바와의 2차례 평가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던 대표팀이지만, 연승에도 불구하고 걱정거리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아직까지 풀지 못한 숙제가 여럿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역시 리드오프와 4번 타자의 침묵이다. ‘1번타자’ 서건창과 ‘4번타자’ 최형우는 평가전 연승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서건창과 최형우는 지난 25일과 26일에 열렸던 쿠바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나란히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서건창은 1번 타자 겸 2루수, 최형우는 4번 타자 겸 좌익수였다. 하지만 두 차례의 경기 결과는 두 선수 모두 무안타로 끝났다.

각자 볼넷이라도 얻어냈던 1차전은 그나마 나았다. 2차전에서 서건창과 최형우는 볼넷조차 얻지 못한 채 나란히 2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채 교체 됐다. 이들의 부진 탓에 경기 후반 대표팀은 리드오프로 박석민을, 4번 타자로는 민병헌을 기용하는 보기 힘든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김인식 감독은 지난 24일 당초 쿠바는 물론 호주와의 총 3차례 평가전을 통해 확실한 주전 리드오프를 가려내는 것은 물론 중심타선의 컨디션 회복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건창과 최형우의 부진 속에 앞선 김 감독의 발언은 다소 무색해졌다.

두 선수가 부진하다면 대체 선수들로 이를 만회해야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대표팀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먼저 서건창과 함께 리드오프 후보로 분류됐던 민병헌과 이용규는 현재 정상 컨디션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 김인식 감독의 설명. 26일 경기 직후 김 감독은 “아직 몇 선수는 팔꿈치가 안 좋아서 볼을 잘 못 던진다”며 이용규와 민병헌의 팔꿈치 상태를 크게 우려한 바 있다. 두 선수 모두 타격은 가능한 상황이나, 완전한 몸상태가 아닌 만큼 서건창을 대신해 리드오프로 믿고 맡기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의 서건창. 스포츠코리아 제공
서건창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상황이다. 최형우는 사실상 대체 불가의 선수다. 굳이 따지자면 박석민 정도만이 현재 대표팀 내에서 최형우를 대신 할 수 있는 선수로 분류되지만, 그가 완벽하게 최형우를 대체한다는 것은 불가능이다.

선발 당시부터 김 감독은 그를 김태균, 이대호와 함께 중심타선의 핵심으로 평가했다. 불안한 수비, 첫 대표팀 발탁이라는 몇 가지 위험 부담은 있었지만 김 감독은 지난 시즌 KBO리그 ‘타격 3관왕’의 타격감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하지만 결과는 평가전 2경기서 5타수 무안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당시에 가졌던 두 차례 평가전까지 합산한다면 무려 4경기 연속 무안타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5년 한국시리즈의 부진처럼, 큰 경기에서의 침묵을 다시 한 번 재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기도 한다. 당시 그는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타율 9푼5리(21타수 2안타)에 그치며, 두산의 우승을 물끄러미 바라만 봐야 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스스로 살아나야만 하는 최형우. 일단 본인은 첫 대표팀 발탁이라는 부담감을 덜어내고 더 이상 조급해하지 않겠다는 입장. 일종의 조바심만 떨친다면 타격감은 저절로 살아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형우는 지난 26일 쿠바와의 2차 평가전을 앞두고 “주변에서 많은 말들이 있지만, 이제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을 내려놓으려고 한다. 평가전 내용은 중요치 않다. 따라서 당장 터지지 않아도 상관없다. 조급함만 떨쳐낸다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의 최형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앞선 두 경기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서건창과 최형우는 최소 28일 호주전까지는 충분히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두 선수의 선발 출격은 대안이 딱히 없다는 점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믿음의 야구’로 대표되는 김 감독의 선수기용 스타일도 한 몫을 할 전망.

김인식 감독은 26일 쿠바와의 2차 평가전이 끝난 뒤 대표팀 외야수들간의 주전 경쟁 양상이 더욱 치열해졌음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선수는 언제나 굴곡이라는 것이 있다”라고 답했다. 오랜 경험을 통해 그는 좋을 때도 있으면 나쁠 때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아직까지는 선수들을 믿겠다는 것.

물론 아직까지 신뢰는 잃지 않았지만, 마냥 안도할 수만은 없다. 타격감에도 굴곡이 있는 것이라면 이제는 나쁠 때가 아닌 좋은 때의 모습을 보여줄 때도 됐다.

다행히 반등의 여지는 충분히 존재한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랭킹 10위인 호주는 쿠바(WBSC랭킹 5위)에 비한다면 한 수 아래로 통한다. 전력차가 좀 더 벌어진 만큼, 쿠바보다는 훨씬 더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을 전망. 물론 본선에서는 더욱 강한 상대들과 맞붙어야 하나, 본선을 앞두고 타격감은 물론 자신감 회복이 절실한 서건창과 최형우 입장에서는 이만한 상대도 없다. 그 어느 때 보다 비장한 각오로 타석에 들어설 두 선수가 반전드라마의 주인공으로 거듭 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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