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의 직격 야구] 고교야구 대회는 ‘부상 사각지대’

지난주 프로야구 스프링캠프에서의 선수 부상 위험을 지적한바 있는데, 2월부터 시작한 고교야구 대회 역시 ‘부상 사각지대’여서 또 한번 경고를 내린다.

고교야구가 2월 1일을 기점으로 일제히 원터리그에 돌입했다. 1일부터 시작된 경남지역 및 대구권 대회는 88야구장을 비롯해 삼계, 진해야구장과 고교 야구장에서 8일간 치러졌고 3일부터는 제주 오라구장에서 제주고 포함 7개 팀이 참가했다.

13일부터는 대구, 경북권 대회가 5개 야구장에서 8일간 열렸으며 17일부터는 군산월명구장과 군산상고 야구장 2곳에서 10개 학교가 일주일간 풀리그를 펼쳤다.

20일부터는 해외원정길에 나섰던 장충고, 휘문고가 출전하는 원터리그 충청권 대회가 시작됐다. 이 대회는 대전고, 세광고, 북일고, 공주고 등 4개 학교 야구장에서 모두 17개 학교가 참가했다.

17일부터는 제11회 천우스포츠배 우수고교초청대회가 부산 구덕야구장을 중심으로 문수구장, 기장드림, 부산고, 경남고, 개성고, 동의대 등에서 열렸다.

경기를 치르다 보니 이기고자 하는 욕심도 있지만 승패 보다는 여러 선수들을 기용하며 컨디션을 점검하는데 대부분 팀들이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겨우내 체력 및 기본기 훈련의 결과를 살펴보는 것.

제주리그는 이틀 연속 게임이 취소됐다. 전날까지 좋았던 날씨가 도착 당일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감돌더니 결국 이후 경기는 모두 눈 때문에 열리지 못했다. 마지막 이틀 간 열리지 못한 게임은 동전던지기로 승패를 정해 제물포고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고교야구 주말리그 경기

실내 연습장이 없는 제주고를 포함, 참가팀들은 일제히 훈련을 접고 숙소에서 시간을 보냈다. 작년에도 폭설로 제대로 대회가 진행되지 못했던 사례가 있다. 항공편을 구하지 못한 스카우트들은 발을 동동거리며 꼼짝없이 유배(?)생활을 하기도 했다. 제주가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해 동계훈련 장소로 각광을 받지 못하는 이유다.

위에서 보는 것처럼, 고교야구팀들은 두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먼저, 날씨가 쌀쌀한 2월에 성급하게 대회를 치르다보니 부상 선수가 여럿 나올 수 있다. 인체 생리학상 영상 7도 이하의 기온에서 던지거나 치는 훈련을 하면 관절 손상이 오기 마련이다.

제주 낮 기온이 10도를 넘더라도 바람이 불면 체감 온도는 영상 7도 이하로 내려간다. 이런 찬 날씨에 무리하게 경기를 하면 지금 당장 부상을 당하지 않더라도 1,2년후 대학이나 프로에 입단해서 ‘원인모를 부상’으로 선수 생명이 단축될 수가 있다.

쉽게 이야기해서 자동차 추돌사고로 어깨 통증이 생겼지만 엑스레이상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몇주 혹은 몇 달후에 통증이 심하게 재발되는 경우와 같다.

두 번째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경남이나 전남의 바람이 없어 훈련하기 좋은 곳에 훈련장을 많이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해에 전용훈련장이 있지만 전국의 중-고-대학팀들의 신청을 소화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그래서 겨울에 눈이 오고 바람이 많이 불어 훈련지로 적당치 않지만 제주도에 캠프를 차리게 된다. 눈이 와서 훈련이나 대회를 못하면 훈련 부실에 경비만 날려 서울이나 해당 지역에서 체력훈련만 하느니보다 못한 꼴이 된다.

초중고시절 어렵게 키운 선수가 어이없는 동계훈련으로 선수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다면 엄청난 손실이다. 팀마다 부상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훈련장 건설은 학교 팀들이 전혀 대책을 마련할 수 없으므로 협회 차원에서 지자체와 협의, 활로를 뚫었으면 한다. 거의 모든 중고-대학 야구선수들이 부상에 노출된 안타깝고 참담한 현실을 타개하지 못하면 한국야구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고 볼수 밖에 없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