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WBC 이후 8년 만에 대표팀에서 다시 뭉친 임창용(좌)과 오승환(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KBO리그 역대 세이브 1, 2위. 한·미·일 통산 751세이브를 합작해낸 오승환과 임창용이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도 한국 대표팀의 수호신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25일과 2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평가전 두 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 오는 6일부터 시작되는 WBC를 앞두고 컨디션을 점차 끌어올렸다.

타선에서는 2경기 동안 도합 20안타가 터졌고, 1차전에서는 고른 활약, 2차전에서는 강한 응집력을 통해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마운드는 아직까지 합격점을 주기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다. 1차전 선발 장원준이 4이닝 3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든든한 활약을 펼쳤지만 2차전 선발 양현종은 3이닝 4피안타 1탈삼진 2실점으로 다소 흔들렸고, 전반적으로 제구가 높게 형성되거나 초반 볼카운트가 불리하게 형성되는 모습이 노출됐다.

불펜 역시 1차전에서는 임창민, 이대은, 이현승, 원종현이 도합 5이닝 1실점으로 쿠바 타선을 묶었으나 2차전에서는 임창민, 박희수, 장시환, 심창민, 원종현이 6이닝 동안 총 4점을 내주며 확실한 안정감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물론 이대은의 경우 보직이 확실하게 정해졌다고 보기 어려우며, 장시환 역시 롱릴리프의 역할을 수행하는 점을 감안하면 1이닝 정도를 짧게 맡게 될 불펜진들의 경우 비교적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차전을 마친 뒤 김인식 감독이 밝혔듯 아직까지 많은 투수들이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투구수가 늘어나는 등 마음을 완전히 놓기는 힘든 상황이다.

평소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김인식 감독으로서는 임창용과 오승환의 활약에 기대를 거는 부분이 크다. 한국 야구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꼽히는 임창용과 오승환은 국제 대회 경험 역시 풍부하다.

임창용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후 국제대회에서 총 21경기에 등판, 1승2패2세이브 평균자책점 3.07(29.1이닝 20피안타 32탈삼진 10자책점)을 기록했다. 오승환 역시 어느덧 이번이 4번째 WBC 출전일 뿐 아니라 국제대회 총 20경기에서 1승2패6세이브 평균자책점 2.16(16.2이닝 8피안타 21탈삼진 4자책점)으로 호투했다. 이들은 2009년 WBC 이후 8년 만에 대표팀에서 다시 뭉쳤다.

경험과 실력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두 선수는 공교롭게도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고, 대표팀 발탁 및 최근 훈련 과정에서도 저마다 잡음이 있었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 태극마크가 의미하는 무게를 뼈저리게 느끼고 책임감을 발휘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현재 두 선수는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를 나란히 가지고 있기도 하다. 임창용은 오키나와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팀과의 연습경기부터 쿠바와의 평가전까지 마운드에 서지 않았다. 오승환의 경우 소속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고서 26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 등판했지만 1이닝 동안 3피안타(2피홈런) 3실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27일 귀국을 하루 앞두고 나타난 오승환의 부진은 대표팀에게도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은 여전히 두 선수에 대한 믿음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26일 쿠바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임창용에 대해 “경험이 많은 투수이기 때문에 실전을 한 번만 치르면 본인의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고 밝힌 뒤 그를 3월2일 상무전, 또는 4일 경찰청과의 경기에 등판시켜 1이닝 정도를 던지게 할 계획임을 전했다.

또한 오승환에 대해서는 “피홈런 소식을 들었다”고 밝히면서도 “컨디션이 얼마나 올라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메이저리그의 경우 마무리투수들이 직구 승부를 많이 하기 때문에 타자들도 노리고 들어온 점이 있었을 것이다”며 부진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반응을 보였다. 오승환 역시 임창용과 마찬가지로 상무 또는 경찰청전 가운데 한 경기에 등판해 1이닝 정도를 소화할 예정이다.

오승환과 임창용은 이번 WBC가 태극마크를 가슴에 새기는 마지막 대회로 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단지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해서 명예가 깨끗이 회복될 상황인지는 야구 팬들마다 의견이 엇갈릴 수 있지만 두 선수 모두 최소한 스스로에게 더 이상의 후회는 남기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