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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고척=박대웅 기자] 손아섭이 미친 존재감을 발휘하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의 외야 경쟁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한국은 2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2차 평가전에서 7-6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1차전에서 선발 토레스를 1.2이닝 만에 강판시킬 만큼 초반부터 강력한 화력을 뿜어냈던 한국은 2차전에서 블라디미르 바노스의 호투에 막혀 4회까지 단 1점도 뽑지 못했다. 바노스는 1회부터 서건창, 허경민, 김태균을 내리 삼진으로 돌려세운 것을 비롯해 최고 시속 140km의 커터(35구)와 슬라이더(21구) 등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한국 타선을 유린했다.

그러나 2회 첫 타석에서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린 손아섭은 0-2로 뒤진 5회 다시 한 번 좌중간 안타를 기록해 일찌감치 멀티히트를 완성시켰다. 이후 이용규의 우중간 2루타때는 1루에서 홈까지 안착해 한국에 첫 득점을 안겼다.

손아섭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3으로 뒤진 7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서 좌중간을 뚫는 2루타를 폭발시켰으며, 또 한 번 득점을 기록해 추격의 선봉에 섰다. 또한 후속타가 불을 뿜으면서 한국이 역전에 성공한 뒤 손아섭은 2사 만루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2타점 쐐기 적시타까지 작렬, 그야말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1차전에서는 솔로 홈런까지 때려내는 등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해 최형우, 이용규, 민병헌으로 굳어지는 듯 했던 외야 선발 자리를 다시 한 번 혼전 속에 빠뜨렸다.

경기 후 김인식 감독 역시 상대 선발 투수의 변화구를 칭찬하면서도 “손아섭이 그래도 결정적일 때 안타를 때리면서 점수가 많이 날 수 있었다”며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손아섭을 꼽았다.

손아섭은 “평가전이지만 이기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힌 뒤 “타석에서 조금씩 공이 보이기 시작한다. 좀 더 준비를 잘 해서 본 경기에서도 좋은 결과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1차전 첫 3번의 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났지만 이후 방망이가 불을 뿜게 된 비결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손아섭은 “어제 숙소에 들어가 휴대폰으로 타격감이 좋았을 때의 영상을 보면서 지금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봤다. 타격폼에서 미세하지만 좋지 않은 변화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좋았을 때의 느낌으로 다시 해보니까 ‘이거다’ 싶은 느낌이 있더라. 시합 때 결과적으로 그런 모습이 나왔는데 어제 본 영상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 때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꿈을 키우기도 했던 손아섭은 이번 WBC에 메이저리거들이 참가하는 부분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손아섭은 “좋은 투수를 상대로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고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내 자신에 대해 좀 더 부딪히고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 대회는 사실 스카우트들에게 잘 보이는 대회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무대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오직 한국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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