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고척=박대웅 기자] 한국 야구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그동안 좋은 성적을 거둬왔던 가장 큰 힘은 바로 근성이었다. 이번 대표팀에서는 손아섭과 이용규가 그 역할을 전면에서 책임질 전망이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 대표팀은 2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2차 평가전에서 7-6으로 승리를 거뒀다.

전날 열린 1차전에서도 한국은 장단 11안타를 폭발시키며 6-1로 손쉬운 승리를 따냈다. 2015년 서울 슈퍼시리즈에서 맞붙었던 토레스를 1.2이닝 만에 강판시켰고, 3안타를 때려낸 허경민을 비롯해 민병헌, 김태균, 김재호 등이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쿠바 마운드를 시종일관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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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같은 흐름이 2차전 초중반까지는 전혀 이어지지 못했다. 쿠바의 베테랑 선발 블라디미르 바노스가 커터와 슬라이더 등 날카로운 변화구를 앞세워 4회까지 무실점으로 한국 타선을 틀어막았기 때문. 특히 1회에는 서건창, 허경민, 김태균을 내리 삼진으로 처리하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은 0-2로 뒤진 5회 들어 마침내 반격의 포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선두타자 손아섭이 좌중간 안타를 터뜨리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이후 한국은 김하성과 김태군이 내리 파울 플라이로 허무하게 물러났으나 이용규가 우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2루타를 쏘아 올리며 1루에 있던 손아섭을 홈까지 불러들였다.

1-3으로 뒤진 7회에도 재추격의 시작은 손아섭이 알렸다. 선두타자로 나선 손아섭은 두 번째 투수 모이넬로를 상대로 좌중간을 뚫는 2루타를 폭발시켰다. 이후 김하성의 볼넷과 양의지의 내야 안타 때 상대 유격수의 실책으로 손아섭이 홈을 밟아 두 번째 득점을 만들어냈다.

계속된 무사 2, 3루에서는 이용규가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3번째 투수 가르시아의 초구를 받아쳐 깨끗한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후 박석민까지 좌익선상 2루타를 폭발시키면서 한국의 짜릿한 역전극이 탄생할 수 있었다.

손아섭은 두 차례나 추격의 불씨를 붙인 것을 비롯해 2회 첫 타석에서도 중전 안타를 때려냈고, 7회 타자 일순 후 찾아온 2사 만루 기회에서는 2타점 쐐기 적시타까지 터뜨렸다. 1차전 솔로포에 이어 이번에는 5타수 4안타 2타점 2득점의 미친 존재감을 발휘, 대표팀의 ‘폭탄 6번’ 타순에서 확실하게 터지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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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 역시 1차전에서는 팔꿈치 염좌로 교체 출전에 그쳤으나 이날 경기에서는 3회 첫 타석부터 볼넷을 골라낸 뒤 바노스를 흔들며 보크까지 얻어내는 등 동료들의 방망이가 얼어있던 순간 본인의 특기를 활용해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능력을 선보였다. 3타수 2안타 2타점 1볼넷으로 손아섭과 함께 이날 최고의 수훈갑이 됐다.

손아섭과 이용규는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악바리들이다. 또 다른 악바리 중 하나인 정근우가 왼쪽 무릎 발월연골 수술 후 통증을 느껴 이번 대표팀에서는 제외됐기 때문에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손아섭과 이용규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한 상황.

당초 외야 한 자리를 놓고 경쟁 관계를 펼칠 것으로 보였던 손아섭과 이용규지만 쿠바와의 2차전에서는 공존에 대한 희망까지 발견해냈다. 두 선수가 WBC 메인 무대에서도 대표팀에 근성을 불어넣으며 분위기 반등의 선봉에 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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