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일본 전지훈련을 마친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이 첫 평가전을 마쳤다. 김태균, 최형우, 이대호로 대표되는 대표팀의 중심타선 역시 한국 팬들 앞에서 첫 선을 보였다. 거포 3인방이 첫 경기서 보여준 명과 암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 대표팀은 2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1차 평가전에서 6-1 완승을 거뒀다.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의 김태균, 이대호(가운데), 최형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사실상 첫 평가전에서 완승을 거둔 대표팀. WBC 본선에서의 호성적을 향한 첫 단추는 잘 꿰어진 셈. 물론 대표팀은 지난 19일과 22일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당시, 각각 요미우리와 요코하마와의 연습경기를 가졌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말 그대로 연습이었다.

WBC 본선과 흡사한 분위기 속에서 실제 본선 참가국과 맞선 이날 경기야 말로, 대표팀의 진정한 첫 평가전이었다.

하지만 대표팀은 전력을 다하지는 않았다. 여러 가지 과제를 안고 있었던 대표팀은 이날 평가전을 통해, 모든 것을 쏟아내기 보다는 많은 것을 점검해보고자 했다. 그 중 하나가 최적의 중심타선 구성 및 클린업 트리오의 컨디션이었다.

김인식 감독은 이른바 ‘거포 3인방’으로 불리는 김태균, 최형우, 이대호의 컨디션을 유심히 살폈다. 일단 큰 이변이 없는 한, 세 선수가 중심타선에서 이탈하는 일은 없을 전망. 이대호와 김태균의 포지션 문제(1루수와 지명타자)만 해결된다면, 타순 정도만 조금씩 변화가 있을 대표팀의 중심타선이다.

여러모로 기대를 모았던 거포 3인방의 첫 평가전 성적은 합격도 낙제도 아니었다. 명과 암이 뚜렷했던 것.

일단 세 선수들 가운데 가장 빛났던 선수는 역시 김태균이었다. 김태균은 이날 3타수 2안타 2볼넷 1득점 2타점을 기록했다. 대표팀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2타점을 올렸다. 일본에서 치른 두 차례의 연습경기에서 6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그였지만, 이날은 분명 달랐다.

2볼넷까지 얻어내면서, 4출루 경기에 성공한 그는 왜 자신이 지난 시즌 KBO리그 출루율(0.475) 부문 선두였는지를 몸소 증명해보였다.

김인식 감독 역시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그를 칭찬했다. 그는 “김태균이 오늘(25일) 좋은 타구를 날렸다. 그는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도 좋은 타구를 계속해서 때려냈다. 비록 안타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빠른 라인드라이브성 타구였다”라고 밝혔다. 클린업 트리오 중에서 현재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김태균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이대호는 이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던 선수. 그는 이날 경기에서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1회말 2사 1,2루에서 경기의 포문을 여는 적시타를 때려내기도 했지만, 4회 무사 만루에서는 허무한 3루수 앞 병살타로 득점 기회를 무산시켰기 때문.

그러나 이대호가 지난 2차례의 오키나와 평가전에서 2타수 무안타 2삼진에 그쳤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나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김인식 감독은 이대호의 타격감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자제했다. 아직까지 몸상태가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대호는 아직 100%의 컨디션이 아니다. 오늘(25일) 1회에 맞이했던 찬스에서 밀어 쳐 타점을 올리기도 했지만 역시 4회의 타점 찬스에서 병살타에 그치며 기회를 날리지 않았는가”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마 이대호의 몸상태가 100%로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역시 중심 타선을 구성하고 있는 김태균 보다는 컨디션이 다소 떨어져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대호 본인 역시 자신의 몸상태가 아직까지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했음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그는 매 평가전 성적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오직 본선에서의 호성적만을 바라보고 훈련량을 점차 늘려가겠다는 각오.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의 최형우(왼쪽)와 김태균. 스포츠코리아 제공

최형우는 이날 클린업 트리오 중 유일하게 무안타에 그친 선수다. 그는 4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음에도 3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1회에 얻어낸 볼넷은 물론 4회 2루수 실책으로 두 차례 출루를 했다는 데, 위안을 삼았던 그다.

2회와 5회에는 각각 삼진과 포수 뜬공으로 물러났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전체적으로 타구의 질적인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려웠다. 실제로 김인식 감독은 지난 22일 요코하마전에서 최형우가 3타수 무안타에 그쳤음에도 타구의 질만큼은 나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단 김인식 감독은 최형우의 쿠바 1차 평가전 결과가 좋지 못했음을 인정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그를 감싸기도 했다. 그는 “3번 타자로 나온 김태균이 좋은 타구를 날려서 인지 최형우가 힘이 들어간 듯 했다. 요코하마전보다는 타구의 질이 좋지 않았다. 끝내 안타도 없었는데, 앞으로 26일 쿠바 2차전과 호주전을 통해 회복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형우의 타격감은 물론 이대호 역시 컨디션을 되찾을 것이라 회복이 될 것이라 낙관한 김인식 감독. 이는 결코 근거 없는 낙관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12일에 들어서야 제대로 된 훈련에 돌입한 대표팀 선수들이다. 특히 타격감은본래 단숨에 좋아지기 보다는 시간이 흐르며 점차 나아지는 경향이 있는 만큼, 쿠바전 한 경기만 보고 모든 것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나쁠 때도 있으면, 좋을 때도 있는 것이 타격의 오묘한 세계다. 오히려 평가전서 시행착오를 겪고, 본선에서 타격감이 폭발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다만 26일 2차전은 중심타선을 좀 더 정확하게 진단하고 평가 할 수 있을 경기가 될 전망이다. 쿠바 대표팀이 지난 25일 경기 당일 오전 6시가 돼서야 한국에 입국했던 만큼, 지난 1차전의 쿠바는 정상 전력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시차 적응은 물론 컨디션을 가다듬을 26일 경기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1차전 승리에도 불구하고 긴장의 끈을 더욱 바짝 조여야 할 중심타선 3인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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