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때이른 연습경기로 스프링캠프에서의 선수 부상 위험을 지적한 바 있는데, 부상은 전력 부진의 큰 요인이어서 이번주에 다시 한번 지적해본다.

#1=지난해 마무리 투수로 눈부신 활약을 보였던 LG 임정우(26)가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엔트리에서 지난 17일 빠져 눈물을 머금고 첫 국가대표 유니폼을 반납했다. 컨디션이 나쁘다는 이유다.

임정우 스스로 실토하길 “지난달 괌 미니캠프에서 시작부터 공을 세게 던졌다. 느낌이 좋고 날씨가 따뜻해 페이스를 너무 빨리 올린 탓”이라고 했다.

그래서 오른쪽 견갑골 통증이 왔고, 당분간 쉬어야 할 신세다. 올 시즌 등판엔 큰 무리가 없겠지만, 참으로 어리석은 일을 저질렀다. 아무리 날씨가 따뜻해도 초반부터 투구 개수를 잘 조정했어야 했는데….(미니캠프 출발전 구단에 훈련 프로그램을 요청하든지, 구단에서 미리 짜 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투수 박희수가 일본 오키나와 우루마시 구시카와 구장에서 열린 전지훈련에서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KBO 제공

#2=올시즌 재기를 단단히 노리던 기아 김진우(34)가 지난 16일 니혼햄과의 연습경기서 선발로 등판해 강습 타구에 맞고 잠시 쓰러졌다. 진단 결과 단순 타박상으로 밝혀져 본인이나 구단이 가슴을 쓸어 내렸지만, 김진우 역시 임정우처럼 빠른 페이스가 문제였다.

김진우는 지난 10일 훈련중 불펜 투구를 했다. 김기태감독이 처음 김진우의 투구 모습을 보다 30분후 다시 보니 계속 던지고 있어 “어, 아직 던져?”라고 한마디하고는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아무리 페이스가 좋다고 해도 캠프에 온지 9일만에 163구를 던진건 무리였다. 이게 강습 타구와는 연관이 없지만, 페이스가 빠르다고 이날 선발 등판시킨 게 화근이 아니었을까?

일본야구의 전설인 장훈은 60년 전 나니와 상고 시절 좌투수였는데, 매일 1000개 이상의 투구를 하다 어깨 고장으로 타자로 전업했다. 이 덕분에 일본 프로야구 최다안타(3,085개)의 금자탑을 세웠다. 그렇지만 김진우는 30대 중반이어서 타자로 변신하기 힘들지 않는가. 지금이라도 페이스 조절을 잘해야 자신의 목표인 15승은 어렵더라도 10승은 거둘 수 있을 것이다.

#3=한화는 지난 19일 요코하마 2군과의 연습경기에서 2-5로 져 6연패를 당했다. 2득점으로 5경기 연속 무득점의 부진에서는 벗어났다. 주전이 거의 빠지고 또 연습경기이긴 하지만 감독이든 선수든 지는 걸, 거기에다 계속되는 패배를 좋아하는 이가 있을까? 다음 연습경기에서는 어떡하든 이길려고 애를 쓰고, 그렇다 보면 작은 부상이라도 입을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은 “스프링캠프의 최대 목적은 부상 선수가 없는 것”이라고 캠프 출발 전 말했는데 말과 행동이 달라지고 있다. 어느 원로 야구인은 “야구 포함, 운동선수는 어려서부터 어느 경기든 이겨야 한다는 강한 주문속에 훈련을 한다. 져서는 안된다는 체질이 몸에 배여 있다.”고 말했다.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지난 18일 삼성과의 연습경기서 0-9로 완패하자 19일 WBC 한국 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엔 최정예를 투입해 4-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는 스포츠팀의 승부근성을 잘 말해준다.

롯데 신인 포수 나종덕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롯데 자이언츠 제공

#4=한화 배영수 역시 페이스가 너무 빠른 게 문제점일수 있다. 배영수는 지난 12일 연습경기서 3이닝 2실점, 16일 경기서는 3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보였다. 투수들은 누구나 프로야구 개막전(올해는 3월 31일)에 맞춰 페이스를 적절히 높이는데, 2월 중순에 벌써 최고조라면 오버페이스임이 분명하다.

배영수는 故 최동원처럼 경기전 원투(遠投)를 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외야 근처에서 70~80m 거리의 포수에게 50개 정도의 투구를 한뒤 선발 등판한다. 원투는 투수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밖에 없다. 인간이 던질수 있는 평생 투구수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므로 쓸데없는 원투는 자신의 부진을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 배영수가 화려한 재기를 하려면 지금이라도 원투수를 줄여 시즌 때는 거의 던지지 않아야 하고, 페이스를 슬슬 늦춰야 한다.

두산, LG, NC 등은 21일 이후에 첫 연습경기를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연한 스케쥴이 아닌가? 선수들의 투-타 페이스가 웬만큼 올라온 뒤 경기를 가져야 부상도 방지하고 실전 감각도 제대로 익히게 된다. 한화의 급한 사정은 야구 팬이라면 누구나 이해하지만 ‘급할수록 둘러 가라’는 격언을 깊이 새겨야 할 때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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