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로 태어나 해볼 만한 일이 세 가지 있다. 그것은 오케스트라 지휘자, 연합 함대 사령관, 그리고 프로야구 감독이다.”

미즈노 스포츠와 산케이신문 회장을 역임한 미즈노 시게오의 말이다. 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던 그에게도 선망일 정도로 매력적인 직함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을 추구할 수 있는 영역들이어서 남자들에겐 마음속으로나마 꼭 해보고 싶은 직업이다.

특히 프로야구 감독은 한해 144번의 전쟁을 치르는 장수인 만큼 그 광활한 지휘력을 팬들은 늘 동경한다. 하지만 144경기 모두가 피말리는 승부이므로 감독직은 잔인할 때가 많다.

시즌 초반부터 연승가도를 달리며 1위를 질주하는 감독에게 “아이구, 올해는 편안하게 가시겠습니다”라고 하면 “무슨 말씀을~매 경기가 살얼음판인데요…”라는 답이 돌아오기 마련이다. 아무리 잘 나가는 팀이라도 2연패에 빠지면 감독들은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다고 한다. 언제 3연패, 4연패에 빠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프로야구 10개팀 감독들이 모두 올 시즌 성적에 목을 매고 있지만, 특히 한화 김성근감독과 kt 김진욱 감독은 더욱 다급하다.

kt wiz 제공
‘야구의 神’이라 추앙받으며 3년 20억원의 특급 대우를 받았던 김성근 감독은 지난 2년간 구단의 엄청난 투자와 지원에도 불구하고 6위, 7위에 그쳐 계약 마지막해인 올해는 반드시 5강 진입을 달성해야 할 입장이다.

kt 김진욱감독은 더할 나위없다. 3년만에 야구판에 복귀, 2연속 10위의 수모를 당한 팀을 맡은 김감독에게는 하위권 탈출이 최우선이다.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 무려 3승(4패)을 거두고도 해임당했던 김감독으로서는 이를 악물며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2016 한국시리즈에서 NC 김경문감독은 4전패를 당했으나 재계약 성공).

아무리 사정이 급하다 해도 초반부터 세게 달리면 막판에 지치게 된다. 프로야구 6개월간의 페넌트레이스는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에 흔히 비유된다. 아무리 우승 후보자라 해도 스타트때 무리하면 ‘마(魔)의 35km 지점’에서 처지게 마련이다.

김성근-김진욱 감독이 얼마나 성급하냐 하면, 스프링캠프 운영을 보면 잘 알수 있다.

프로야구 10개팀은 지난 1일부터 일제히 동계훈련에 들어갔다. 한국과 16시간 시차의 미국 애리조나주에 캠프를 차린 kt는 이동하는데 20시간가량 걸렸으므로 시차 적응하는데 사흘정도 소요된다.

바로 본격적 훈련에 들어간다 해도 2월 20일은 지나야 선수들 컨디션이 50% 이상 회복된다. 그런데도 캠프 차린 지 8일만인 지난 9일(한국시각)에 작년 일본시리즈 우승팀인 니혼햄과 친선경기를 가졌다. 결과는 1-9 완패. 친선경기의 승패는 의미가 없지만,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왜 경기를 가졌을까? 신인급 위주로 출전을 시켰다 하더라도 경기는 경기인 만큼 선수들이 무리를 하지 않을수 없으므로 부상 위험이 크다.

한화 이글스 제공
오키나와에서 캠프를 시작한 한화는 12일 주니치와 연습경기를 가져 1-18로 대패했다. 김성근 감독은 “준비가 덜된 상태이므로 지는 건 어쩔수 없다. 잘 얻어 터졌다”며 패배에 개의치 않았다.

준비가 안됐는데, 왜 연습경기를 가졌을까? 한화는 캠프 기간동안 연습경기와 청백전을 많이 가질 것이라고 한다. 이는 스프링캠프의 고전적인 운영방식에 어긋난다. 매년 12월, 1월은 선수들이 공식훈련을 갖지 못한다.

12월은 각종 시상식, 결혼식, 가족들과의 여행 등으로 개인 훈련을 거른다. 1월초부터 개별적으로 훈련을 하지만 대부분 체력 훈련 위주다. 투-타 실전훈련은 스프링캠프에서 실시하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 2월말이 다 돼서야 연습경기및 청백전 일정을 갖게 된다. 컨디션 회복이 덜 된 상태에서 실전에 못지 않는 연습경기를 하면, 부상 위험이 적지 않고 시즌 막판까지 힘차게 달릴 수가 없다. 한화와 kt의 다급한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더디지만 꾸준하면 성공한다’는 "Slow&steady"라는 서양 격언을 새기면 더 좋은 결과가 나지 않을까?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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