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야구회관 4층은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야구회관은 KBO(한국야구위원회)의 빌딩이지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4층에 입주해 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이하 야구협회)는 대한야구협회-생활체육 전국야구연합회-대한소프트볼협회 3개 단체가 통합한 단체여서 이전 대한야구협회보다 업무 영역이 크고, 다루는 사안도 다양하다. 임직원이 18명으로 늘어나 사무실 리모델링을 하게 된 것.

야구협회가 목동구장으로 이전하지 않고 KBO에 주저 앉게 된 것은 아쉬운 면이 많다. 목동구장은 넥센 히어로즈의 홈구장이었으나 지난해 고척돔으로 옮기면서 아마추어 전용구장이 됐다. 그런 만큼 바늘가는데 실따라 가듯 야구협회는 당연히 목동 구장에서 ‘신장개업’을 했어야 했다.

야구협회 관계자는 “먼저 야구회관에 위치한 KBO와의 유기적 관계를 고려했다.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아경기대회와 2020년 도쿄올림픽 그리고 앞으로 열릴 프리미어 12를 고려할 때 몇 년간은 KBO와 유기적 관계를 맺어야 하기에 같은 공간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이전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유기적 관계는 KBO보다 아마야구쪽이 더 절실하다. 중고대학 야구대회가 1년 내내 목동구장에서 열리므로 주관 단체인 야구협회가 목동에 있지 않고 승용차로 거의 한시간 거리인 도곡동에 있다는 것은 업무상 매우 비효율적이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두산과 LG가 잠실구장내 입주해 있는 것을 보면 비효율성을 쉽게 알 수 있다.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야구협회가 KBO에 머문 것은 ‘시어머니 곁’을 떠날 수 없는 탓이다. 이전 대한야구협회는 최근 몇 년간 회계부정 등 비리가 잇달아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로 전락했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임원진을 갖추면서 ‘관리단체’의 멍에는 벗었지만, 1년 예산의 상당부분인 10억원 이상을 KBO로부터 지원받으므로 당분간은 ‘감시’를 받지 않을수 없다.

KBO 양해영 사무총장이 야구협회의 부회장을 겸직하며 행정과 회계업무를 총괄하는 게 상징적 사례다. 이러니 목동으로의 이전은 언감생심이다.

야구협회는 목동구장을 장기 임대하지 않고 대회마다 사용료를 내게 된다. 협회 관계자는 대회별 사용료를 내는 게 목돈이 들어가는 장기 임대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소탐대실’이다. 장기 임대 계약을 맺으면 수익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회 중계권료, 펜스 광고권, 매점 임대료 등 벌어들이는 수익금이 10억~15억원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

현재 스포츠전문 케이블 TV가 10개 가까이 되는데, 이들은 시즌중 내내 방송 컨텐츠 부족에 시달리므로 한 경기에 세시간씩 걸리는 야구대회는 안성맞춤인 프로그램이다. 야구협회는 연간 TV 중계만으로 1년 총 10억원 가량의 수익을 낼수 있다. 이럴 경우 KBO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 채산이 충분히 가능하다.

목동구장 장기 임대 문제는 야구협회와 KBO가 공동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서울시와 협상을 벌이면 해결할 수 있다. 지금부터 서울시와 구체적인 협의를 거쳐 내년부터는 프로야구처럼 구장의 장기 임대가 실현되야 한다. 재정 자립만이 진정한 야구협회 발전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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