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3번 타자는 중심타선의 시작이다. 컨택 능력은 물론 장타력까지 갖춰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테이블 세터가 출루에 성공하면 자신이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거나 4번 타자에게 찬스를 연결시켜주는 것도 3번 타자의 몫이다.

최소한 진루타라도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보통 팀의 간판타자를 넣는 경우가 많다. KBO리그에서도 나성범, 최정, 이승엽 등 각 팀에서 수준급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3번 타순을 맡고 있다. 팀에 확실한 1,2번 타자가 있는 경우 3번 타자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

10개 구단 중 가장 확실한 테이블 세터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 뒤에 김태균이라는 믿을만한 4번 타자가 있는 한화 입장에서 3번 타자는 상황에 따라 공격의 시작과 끝이 될 때도 많다.

타격하고 있는 송광민. 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3번은 송광민(34)이 맡았다. 시즌 초 3번과 5번을 오갔던 송광민은 시즌 중반이 돼서야 3번 자리에 고정됐다.

송광민은 3번 타순에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생애 처음으로 골든글러브 후보에도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에 활약이 좋았다고 해서 송광민이 3번 자리를 확실하게 차지한 것은 아니다. 원래 주인이 있기 때문이다.

송광민이 3번을 맡기 전 한화의 3번은 김경언의 자리였다. 김경언은 2014년과 2015년 두 시즌 동안 3번 타자로 활약했다. 특히 2015년에는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갓경언’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러나 김경언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지난해 부상과 부진으로 66경기 출전에 그치며 송광민에게 3번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부진했던 김경언은 올 시즌 재기를 노리고 있다. 김경언은 일본으로 떠나는 팀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않고 서산에 남아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부상은 심각하진 않지만 몸 상태를 더 끌어 올린 뒤, 1군 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언이 부상에서 회복돼 2015년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한화의 3번 자리는 다시 경쟁체제로 돌입하게 된다.

최근 3년간 한화의 3번 자리를 양분했던 김경언과 송광민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두 선수는 각각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2015시즌과 16시즌 타율, 홈런, 타점 등 겉으로 나타난 기록을 살펴보면 비슷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두 선수의 타격 스타일을 살펴본다면 약간의 다른 점을 찾을 수 있다.

1루를 향해 뛰어가고 있는 김경언. 연합뉴스 제공
먼저 송광민은 어떠한 상황에도 구애 받지 않고 타석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 송광민의 타격 패턴을 보면 전체적으로 적극성이 뛰어났고 초구공략도 많았다. 타석에서의 적극성이 좋았고 득점권 상황에서도 여지없이 배트를 휘둘렀고 많은 홈런과 타점도 올렸다.

하지만 타석에서 끈질긴 면이 부족했던 것은 아쉬운 점이었다. 송광민은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타석 당 평균 투구 수가 뒤에서 세 번째일 만큼 투수와 승부를 빨리 가져갔다. 볼넷도 28개 밖에 얻어내지 못하며 하위권에 머물렀다.

반면 김경언은 테이블 세터로 뛴 경험이 있어 타석에서 공을 오래보고 투수와 끈질긴 승부를 한다. 송광민에 비해 많은 타점을 올리진 못했지만 출루율면에서는 앞선 모습을 보였다.

다만 김경언이 올해 우리 나이로 36살이라는 점과 지난 시즌 부진했다는 점이 앞으로 경쟁 하는데 있어 핸디캡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 상위타선의 틀이 어느 정도 들어나 있는 상황에서 아직 확실하지 않은 3번 타순에 어느 선수가 위치하느냐에 따라 한화 타선의 전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한국 이상민 객원기자 leecommon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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