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지난 대회는 아쉽게 끝났는데, 이번엔 아쉽지 않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오는 3월 개막을 앞두고, WBC 대표팀의 선동열 투수코치를 비롯해 선수 8명(손아섭, 서건창, 김태군, 김하성, 장시환, 임정우, 원종현, 박희수)은 지난달 3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괌으로 출국했다. WBC의 호성적을 위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하는 셈.

SK 박희수. 사진=이재현 기자
화려한 스타 선수들의 모습 속 오랜 부상 공백을 딛고, 지난 2015시즌 종반 마운드에 복귀한 돌아온 박희수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난 시즌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이 기간 51경기(54.2이닝)에서 4승5패 26세이브, 3.2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NC 임창민과 더불어 리그 구원 공동 3위에 오른 그는 2017 WBC 대표팀 최종 명단에도 순조롭게 포함됐다.

성공적인 한 시즌을 보낸 것은 물론 국가대표팀에도 포함됐지만 박희수는 덤덤했다. 그는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마칠 수 있어서 만족한다”라고 2016시즌을 짧게 정리한 뒤 “비시즌 기간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에 초점을 맞췄다. 잘 준비했으니 지난 시즌 보다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WBC 참가로 인해 평소보다 몸을 일찍 만들어야했지만 비시즌 기간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왔던 만큼 부상 부위는 물론 몸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 확언한 박희수는 오직 WBC에서의 호성적만을 바라봤다. 특히 지난 대회에서 대표팀이 보였던 실망스러운 성적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는 더욱 이를 악물었다.

박희수는 지난 2013년 대회에서 총 2경기에 출전해 3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말 그대로 짠물피칭을 선보였던 것. 당시 대표팀은 본선 2라운드 진출 실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박희수는 제 몫을 다한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이번에는 개인성적과 팀 성적의 엇박자를 떨쳐내겠다는 각오.

물론 박희수의 바람처럼 한국의 호성적은 결코 쉽지 않다. 당장 한국의 1라운드 상대인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은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을 대거 발탁하며, 잔뜩 벼르고 있는 상황.

그러나 박희수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는 “상대선수들의 과거 메이저리그 경력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의식하지 않고 그동안 해왔던 대로 던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상대의 기량 보다는 자신이 가진 기량을 100%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이번 대회에서의 박희수가 특히 기대되는 이유는 공인구와의 궁합과 비시즌 훈련 내용 탓이다. 다수의 야구 전문가들은 공이 매끄럽고, 실밥이 전반적으로 굵은 WBC 공인구는 투심 패스트볼에 유리한 공이라 입을 모은다.

이른바 ‘악마 투심’이라는 별칭까지 얻을 정도로 투심 패스트볼에 일가견이 있는 박희수이기에 공인구와의 찰떡궁합은 불펜 약화로 고민에 빠진 대표팀에게 한 줄기 희망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박희수는 “변화구와 투심 패스트볼이 잘 먹는 공이 WBC 공인구다”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SK 박희수. 스포츠코리아 제공
여기에 구속 향상을 목표로 비시즌 훈련을 순조롭게 진행해 왔던 부분은 박희수의 주무기 투심 패스트볼에 한층 힘을 실어줄 전망. 그는 “구속 향상이 2017시즌을 앞둔 개인적 목표였는데, 지금까지는 계획대로 잘 됐다”며 “훈련 효과가 일찌감치 발휘된다면, 본 대회에서도 좋을 것 같다”라고 말한 뒤 미소를 지어보였다.

눈 깜짝할 새, 대표팀 내 고참급 선수가 됐다며 겸연쩍은 미소를 지어보인 박희수는 “다수의 젊은 선수들과 조화를 이뤄 ‘팀 코리아’로서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라고 힘 줘 말한 뒤 현장을 빠져나갔다.

건강한 몸상태는 물론 이제는 어엿한 대표팀 선배로서의 여유까지 장착한 박희수. ‘악마 투심’은 이번 대회에서도 다시 한 번 위용을 과시할 수 있을까. 박희수의 두 번째 WBC 도전이 어떠한 결실을 맺게 될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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