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오재원(왼쪽)과 넥센 서건창.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그동안 한국 야구 대표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내야수 정근우(한화)가 부상을 이유로 2017 WBC 대표팀에서 끝내 제외됐다. 붙박이 2루수의 빈자리를 채울 새 얼굴은 누가 될까.

KBO는 1일 무릎 부상으로 대회 참가가 어려워진 정근우를 대신해, 예비 엔트리에 포함했던 오재원(두산)을 최종 발탁했다.

과거 국제대회 참가 경험이 있는 오재원을 발탁했다고 하나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주역이자, 지난 2015년 프리미어 12 대회 당시 선수단의 주장을 맡았던 정근우의 이탈은 호성적을 노리는 대표팀에게 큰 타격이다.

정근우의 이탈은 대표팀의 2루 지형을 크게 뒤흔들 전망이다. 당초 대표팀은 정근우를 붙박이 2루수로 두고 타격 능력은 물론 준족을 보유한 서건창(넥센)을 이른바 '조커'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대주자 혹은 대타까지도 가능한 선수가 서건창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은 크게 틀어졌다.

이로써 대표팀의 2루 자리는 ‘무주공산’이 됐다. 문제는 서건창과 오재원 가운데 누구를 주전으로 기용해야 할지 쉽사리 계산이 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선수 모두 리그 정상급 2루수라는 사실은 분명하나 각자의 장단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사실 때문.

만약 김인식 감독이 수비력과 경험을 우선한다면, 서건창 보다는 오재원이 한 수 위다.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지난 2015년 프리미어 12까지 총 두 차례의 국제대회 경험이 있는 선수가 바로 오재원. 이에 반해 서건창은 이번 WBC를 통해 생애 첫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수비 역시 오재원에게 좀 더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 야구 전문 통계 웹사이트 스탯티즈의 기록에 따르면, 오재원의 RAA(평균 대비 수비 득점 기여)와 RNG(수비 범위 관련 득점 기여)는 각각 5.24, 3.77이다. 이에 반해 서건창은 각각 -3.63(RAA)과 -0.03(RNG)으로 크게 저조하다.

RAA는 물론 RNG가 절대적으로 야수의 수비 실력을 가늠하는 지표라고는 할 수 없으나, 참고는 가능한 지표인 것은 분명한 사실.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 뒤에는 유격수 김재호와 견고한 키스톤 콤비를 형성한 오재원의 수비 공헌이 있었다.

타격 보다는 선수의 수비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물론 국제대회 경험을 우선시하는 김인식 감독의 평소 성향을 고려해본다면 오재원의 주전 등극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그러나 타석에서의 역할과 주루플레이에 무게를 둔다면 오재원 보다 서건창이 우위에 있다.

지난 2014년 전무후무한 역대 한 시즌 최다안타(201안타) 기록을 세웠던 서건창은 지난 시즌에도 맹활약을 펼쳤다.

2016시즌 KBO리그 내야수들 중 멀티히트 1위(61회)에 빛나는 서건창은 해당 시즌 140경기에서 타율 3할2푼5리, 7홈런, 63타점을 기록했다. 그의 출루율은 4할6리에 달했다. 넥센에서 부동의 톱타자를 맡기에 손색이 없었다.

부상으로 낙마한 정근우가 소속팀은 물론 대표팀에서도 이용규와 함께 장기간 부동의 테이블세터로 활약했던 점을 떠올려본다면, 서건창을 주전으로 기용할 이유는 더욱 분명해진다.

반면 오재원은 지난 시즌 122경기에서 타율 2할7푼2리, 5홈런, 58타점을 기록했다. 나쁜 기록은 아니었지만 좋은 기록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출루율(0.358)은 준수한 편이었으나 서건창의 기록에 비할 바는 아니다.

게다가 오재원은 테이블세터 보다 주로 중심타선을 받치는 6번 혹은 하위 타순에 배치되는 것이 훨씬 익숙한 선수.

또한 테이블세터의 최대 덕목 중 하나인 주루 능력에서도 서건창이 훨씬 돋보인다. 지난 시즌 13차례의 도루에 그친 오재원에 비해 서건창은 26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지난 2012년 도루 2위(39개), 2013년에는 도루 3위(48개)에 오른 서건창의 이력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타격과 수비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겠지만, 공수겸장 정근우는 끝내 낙마했다. 서로 다른 장단점을 지닌 오재원과 서건창 중 과연 김인식 감독의 선택을 받게 될 대표팀의 새 간판 2루수는 누가 될까. 대회를 앞둔 김 감독의 고민은 깊어 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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