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회장(64·kt위즈 구단주)과 롯데 이대호(35)는 나이차가 부자지간격인 29세나 되지만 공통점이 세 개가 있다.

첫째, 프로야구에 함께 몸담고 있는 것이고 두 번째는 부산의 명문고교 출신이라는 점이다(황창규 부산고, 이대호 경남고). 세 번째는 둘다 수백억원대의 갑부라는 점.

황회장은 삼성전자 기술총괄사장 등을 지내며 삼성-KT에서 30여년간 급여와 성과급, 스톡 옵션(주식매입 선택권) 등으로 일반 샐러리맨이 상상도 할 수 없는 큰 돈을 벌었다. 이대호는 한국(2001~2011), 일본(2012~2015)과 미국(2016)에서의 연봉, 롯데에 복귀하며 확보한 150억원 등 17년간 거금을 손에 쥐었다. 황회장은 연임에 성공했고, 이대호는 6년만에 돌아온 만큼 스토리가 많아 두사람을 살펴 본다.

*황회장은 최근 2년간 연속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달성하는 등 눈부신 실적을 이룬 덕분에 ‘최순실 게이트’ 연루에도 불구하고 1월 26일 CEO 추천위윈회의 심사를 통과해 회장 연임을 달성했다(3월 주총에서 최종 확정). 하지만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경우 4월 말~5월에 치러지는 대선을 거쳐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약 3개월후에 물러나야 할 가능성이 높은 ‘시한부 연임’이다. 남중수, 이석채 전 회장들도 각각 연임을 했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도퇴진한 바 있어 황회장 역시 이런 전례를 밟을 공산이 크다.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6~7개월에 불과한 재임기간 동안 취임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프로야구에 큼직한 ‘팬서비스’를 하면 어떨지, 공연한 기대를 해본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전임 이석채 회장이 10구단을 창단했지만, 수원 및 수원 인근 지역의 100만명에 달하는 야구 팬들이 무슨 죄가 있어 3년 연속 최하위가 확실한 팀을 응원해야 할까? 2년 연속 10위의 수모를 당한 kt 위즈는 지난해 시즌이 끝난 후 구단 사장, 단장, 감독이 한꺼번에 교체돼 엄청난 운영 위기를 맞고 있다.

외국인 선수 영입은 지지부진했고,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은 한명도 없어 전력 보강이 거의 되지 않은 상태다. 김진욱 감독의 리더십과 용병술, 선수들의 분발에 목을 매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FA 영입도 없고, 외국인 선수도 확정된 만큼 황창규 구단주가 지원할 일은 없다? 그렇지 않다. 2월 1일부터 시작되는 해외 전지훈련 숙소는 이미 정해져 업그레이드는 힘들다.

하지만 좋은 음식과 휴일날 관광 제공 등 눈에 띄는 지원은 가능하다. 이로 인해 훈련 피로와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내는 등 구단에서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선수들이 깊이 인식한다면 ‘캠프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진다. 구단주의 미국 출장을 겸한 해외 훈련장 방문도 큰 격려가 된다. 이는 곧 전력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야구는 개인 운동이지만 단체 운동이기도 해서 팀웍이 성적의 큰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2군 선수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유망주를 잘 키워 1군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두산, LG처럼 1천억원이 넘는 초현대식 2군 훈련장을 지을수는 없지만, 수도권으로 이전을 시켜야 한다.

현재의 전북 익산 훈련장은 편도 두시간 이상이 걸려 1~2군 소통이 어렵다. 거기에다 선수들이 유배지라고 생각하면 훈련 효과가 적을 수 밖에 없다(2군에 내려갔던 간판타자 김상현의 불미스런 사고는 우연이 아니다). 다른 수도권 구단처럼 서울에서 한시간 이내의 용인, 여주, 이천 지역에 새 훈련장을 건립해야 한다(수원에서는 30~40분 거리).

황 회장은 최근 2년간 2조 9000억원에 가까운 영업 이익을 냈다. 그 이익의 0.17~0.34%인 50억~100억원을 그간 소홀했던 야구단에 지원하면 중위권 도약의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 통신 CEO로는 이미 이름을 날린 만큼 재임중 야구단 탈꼴찌를 이뤘다는 성과도 낸다면 ‘황의 법칙’은 더욱 빛날 것이다.

롯데 입단식에서 손가락으로 하트 표시를 하고 있는 이대호.

*이대호의 복귀는 ‘빛과 그림자’를 담고 있다. 물론 빛이 훨씬 더 광채를 발한다. 야구 사상 전무후무할 ‘타격 7관왕(2010년)’이 전력에 가세함으로써 선수들 사기는 하늘을 찌를듯 하고, 팬들의 기대감 역시 벌써부터 큼직한 애드벌룬을 타고 있다. 5강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여기 저기서 나온다.

이대호 컴백에 대한 긍정적인 분석 및 전망은 많이 나오고 있으므로 여기서는 부정적인 점을 살펴보자.

롯데가 개막 초반부터 치고 올라가 상위권에 포진한다면 시즌 막판까지 중위권 유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6개월의 장기 레이스 동안 몇차례 슬럼프는 불가피하다. 지난해 ‘먹튀’라는 비난을 받았던 손승락-윤길현-송승준 등 FA(자유계약선수) 출신들이 한꺼번에 명예회복을 이룰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외국인 선수들의 기대치도 낮다.

‘이대호 효과’를 낼려면 그의 앞뒤로 포진한 중심타선들이 제몫을 해야 된다. 아니, 전체 타선이 다이너마이트가 되야 한다.

투수들이 시즌 초반엔 이대호와 정면 승부를 펼치겠지만, 그가 홈런과 안타를 펑펑 쏟아낸다면 바로 강력한 견제가 들어온다. 좋은 코스의 투구를 피하다 보면 4구로 걸려 버리는 경우가 잦게 된다. 후속 타자들이 연속 안타를 터뜨리지 못하면 득점이 용이하지 않다. 이는 롯데 스프링캠프의 무거운 숙제다.

부산지역뿐 아니라 많은 전국의 팬들이 ‘엘롯기(LG-롯데-기아)’가 모처럼 동시에 중상위권에 들기를 학수고대한다. 전력이 탄탄해진 LG와 기아는 4강권이 확실해 보이는데, 남은 건 롯데-. 이대호와 선수들의 투지 넘치는 파이팅을 기대해본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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