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저는 이제 그림자입니다. 힐만 감독의 성공만을 바라죠.”

염경엽 SK 신임 단장. 스포츠코리아 제공
SK는 지난 17일 민경삼 단장의 후임으로 염경엽 전 넥센 감독을 앉혔다. 염 전 감독이 비교적 최근인 지난해 11월 넥센의 사령탑에서 물러났기에, 이번 인사는 파격 그 자체였다.

지난 4시즌 간 넥센에서 감독으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염 전 감독을 단장으로 영입한 SK의 선택은 야구팬들과 야구인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일각에서는 구단 내부 승격을 점쳐왔던 터라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SK는 염경엽 신임 단장의 선임 배경에 대해 “신임 단장이 전문가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며 “또한 팀 육성 시스템을 완성시키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노하우 역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방침도 존재했다”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여러 조건들을 고려했을 때 염 단장이 최적의 인물이라는 것.

선수시절에는 큰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감독으로서 큰 조명을 받아왔던 염경엽 단장. 하지만 그는 단장 취임으로 인한 각종 매체들의 집중 조명은 무척 부담스럽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심지어 염 단장은 19일 스포츠한국과의 통화를 통해 취임 소감을 드러내는 일 조차 부담스러워 했다. 지난 시즌 중반 일각에서 제기된 SK 차기 감독 내정설 탓에 자칫 이번 단장 선임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는 “소문(감독 내정설)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예민한 질문들에 답변들을 주저하던 염 단장이 한 가지 분명하게 밝힌 내용이 있었다. 신임 감독이자 외국인 감독인 트레이 힐만 감독의 성공적인 적응을 물심양면으로 돕겠다는 것.

사장과 더불어 구단을 대표하는 역할인 단장으로 부임했지만 그는 절대로 ‘튀지’ 않겠다고 답했다. 일각에서 제기하기도 했던 감독과의 역할 분담 혼선 우려를 일축하기도 했다. 오로지 힐만 감독의 ‘조력자’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

염 단장은 “이제부터 저는 그림자가 될 것이다. 단장으로서 올 시즌 제 목표는 힐만 감독의 성공 밖에는 없다”며 “양지에서 활동하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임무를 다할 계획이다”라고 답했다.

조력자를 자처하며 물밑에서 힐만 감독과 꾸준하게 소통할 것임을 공언한 염 단장. SK입장에서는 미소가 절로 나는 일종의 취임사다.

힐만 감독은 지난해 11월 취임사를 통해 소통에 전력을 다해, 신임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열린 마음으로 누구와도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 SK는 다가올 새 시즌 소통에 능한 단장과 감독이 활발한 의견 교환을 통해 구단의 장기적인 발전 모델을 구축하길 기대하고 있다.

염경엽 SK 신임 단장. 스포츠코리아 제공
지난 2000년대 중후반 성공가도를 달렸던 SK는 2010년대 들어 침체기를 맞았다.

특히 최근 4시즌 간 SK가 경험한 가을야구라고는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전부였다. 김성근 감독 시절에 구축한 'SK왕조’ 이후를 대비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뼈아팠다. 김성근 감독 이후, 2명의 감독이 팀을 거쳐 갔지만 확고한 팀 컬러 구축은 물론 쇄신에 실패했던 것.

따라서 모든 부분에서 쇄신이 간절했던 SK는 감독은 물론 단장마저 외부인사로 채웠다. 물론 구단의 수장격인 감독과 단장이 모두 구단 사정에 밝지 못하다는 것은 짧게 본다면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SK는 다소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팀에 새로운 색을 입히는데 능통한 두 인물을 통해 먼 미래를 내다보겠다는 입장.

SK는 미국에서 육성으로 이름을 날린 힐만 감독에 한국에서 육성으로 이름을 날린 염경엽 단장이라는 날개를 달아줬다. 안정보다는 파격을 택한 SK. 파격 인사의 정점에 선 염경엽 단장은 SK에 드리웠던 그림자를 지우고 볕을 불러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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