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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원칙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를 잡지 못했다.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김인식 감독은 성적을 택했다.

사실 이번 WBC는 대표팀 구성부터 쉽지 않았다. 선수를 뽑아놨더니 부상으로 빠지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두산 이용찬을 시작으로 마운드의 핵심이었던 SK 김광현도 팔꿈치 수술로 쉬게 됐다.

지난 4일 기술위원회를 마치고 난 뒤, 김인식 감독은 "이전까지 여러 차례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이번 대회처럼 선수를 구성을 하는 것이 어려운 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오승환을 뽑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합류를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게다가 선발진까지 구멍이 생기면서 빈 자리를 채워야 했기에 마무리 오승환을 뽑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물론 실력만 놓고 본다면 오승환의 발탁은 당연했다.

지난 시즌, 오승환은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에서 뛰며 모두 76경기에 나서 79.2이닝동안 6승 3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했다.

한국과 일본을 거쳐 미국에서도 '끝판왕'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미국이라는 큰 무대에 가면서 오승환도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오승환은 문제가 있었다. 해외원정도박 파문으로 인해 작년 1월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았고 KBO에도 리그 복귀 시에 정규시즌 50% 출전 금지라는 징계를 받았다.

비록 벌금을 내고 처벌은 받았지만 KBO의 징계를 받지 않은 선수가 대표팀으로 활약하는 것은 원칙이나 명분상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게다가 도박으로 인해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오승환이 나라를 대표하는 태극마크를 달고 나가는 것 자체 만으로 좋지 않다는 여론도 함께 나왔다.

그러다보니 김인식 감독은 50인 예비 엔트리 명단에도 오승환을 포함 시킬 수 없었다. 하지만 대표팀 구성이 더욱 어려워지자 김인식 감독은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우선 KIA 양현종이 이상없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되면서 선발 대신 마무리를 뽑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렇게 김인식 감독은 전날 대표팀 예비 소집 이후, 기자회견에서 "오승환은 꼭 필요한 선수다"고 밝히며 그를 최종 합류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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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표팀은 마운드 뿐 아니라 야수진 구성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는 중이었다. 우선 대표팀 외야수로 뽑힌 텍사스 추신수는 부상으로 작년 내내 고생했다. 구단에서는 고연봉자인 그를 보내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혔다.

눈치밥을 먹으며 고생했던 김현수 역시 소속팀 볼티모어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번 WBC 출전을 끝내 고사했다. 거기에 유격수 강정호도 음주운전 파문으로 사고를 내면서 빠졌다. 이처럼 해외파가 대거 빠지게 되면서 오승환의 합류는 더욱 절실해졌다.

김인식 감독은 "여론이 좋지 않다는 문제도 있었지만 그래서 더 많이 고민했고 오승환의 합류를 결정했다. 이번 저희 대표팀의 전력이 크게 약해졌기 때문에 오승환은 꼭 필요한 선수였다. 선발진이 다소 미흡해도 오승환이 합류하면 불펜진 활용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뽑았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오승환 같은 믿을 수 있는 마무리 투수가 있다는 것은 대표팀 입장에서는 천군만마와도 같다. 물론 LG 임정우나 KIA 임창용이 있지만 두 선수 모두 지금의 오승환에 비하면 아직 가볍거나 전성기가 지난 선수다.

게다가 WBC는 투구수 제한이 있다. 1라운드에서 선발은 65개 이상을 던지지 못한다. 2라운드에서는 80개, 4강전 이후는 95개까지 늘어난다.

선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지다보니 불펜이 강한 팀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김인식 감독이 오승환을 뽑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김 감독은 "지난 6일, 오승환이 출국 하기 전에 통화를 했다. 본인도 대표팀이 된다면 최선을 다해서 이전의 불명예를 씻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물론 원칙에서 벗어난 선수 발탁이라는 부정적인 시각과 성적에 대한 부담감까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그럼에도 김인식 감독은 이러한 비판을 그대로 끌어안고 갈 생각이다.

그는 "제일 중요한 것은 1차 예선이다. 그게 최우선 목표다. 이번 선수 선발 과정에서 여러 일이 있었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임할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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