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2017 KBO리그]①가을야구? 상위 5개팀의 키포인트는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2016시즌 프로야구가 꿈의 800만 관중 시대를 활짝 연 가운데 2017년에도 10개 구단이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굴 준비에 돌입했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을 비롯해 가을야구 티켓을 따냈던 NC, 넥센, LG, KIA가 정유년에도 우승을 놓고 각축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을야구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던 팀들(SK, 한화, 롯데, 삼성, kt)도 주목할 필요는 있다. 과연 하위 5개 팀이 새 시즌에는 눈부신 도약을 통해 판도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 수 있을까.

SK의 새 사령탑 트레이 힐만. 연합뉴스 제공
▶ SK, 승부수는 외국인 감독

SK는 2016시즌 막판까지 5강 경쟁을 이어왔지만 5위 KIA에 1.5경기 차로 뒤져 가장 아쉽게 가을야구 진출이 좌절됐다. `불광불급'을 외치며 야심차게 시즌을 열었던 SK는 초반까지 상위권을 유지하며 좋은 출발을 알렸지만 6월 이후 페이스가 서서히 떨어졌다. 특히 9월 들어 마운드의 붕괴와 함께 충격의 9연패 수렁에 빠지며 고배를 마셨다.

결국 SK는 김용희 감독과의 결별을 택했고, 트레이 힐만 감독을 제6대 감독으로 새롭게 선임했다.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파격적인 선택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게 된 SK다.

스토브리그에서 SK는 김광현을 4년 85억원에 붙잡았지만 기존 전력을 유지한 것 외에 뚜렷한 보강은 없었다. 김광현마저 오는 6일 팔꿈치 수술을 하는 쪽으로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면 2017시즌은 사실상 뛸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힐만 감독의 지도력이 성적 반등에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힐만 감독은 1990년부터 2001년까지 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 감독,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 선수 육성 디렉터를 거치면서 선수를 키우는 능력을 검증 받았고, 2003년부터는 일본 프로야구로 발길을 옮겨 2006년 니혼햄 파이터스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끄는 등 아시아 야구에도 정통하다.

많은 이들이 2007년 말부터 2010년까지 롯데 사령탑을 맡았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업적을 떠올리며 힐만 감독에게도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과연 힐만 감독이 2016시즌 SK에게 부족했던 세밀함을 채우며 또 한 번의 외국인 감독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부상자들의 건강한 복귀가 중요한 한화. 스포츠코리아 제공
▶한화, 화두는 건강과 선수 운용

김성근 감독 부임 2년 차였던 2016시즌에도 한화는 가을야구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시즌 초반 최악의 출발을 했던 것이 치명타로 작용했고, 올해도 수많은 선수들이 부상을 당해 김성근 감독의 혹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화는 시즌 이후 김성근 감독과 계약 기간 3년을 채우기로 결정했지만 동시에 선수단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박종훈 전 LG 감독을 신임 단장으로 영입한 가운데 운영 방향의 개혁, 전문성 강화, 팀 문화 재정립을 위한 움직임을 가져간 것. 지난 몇 년 동안 FA 시장의 뜨거운 손이었지만 올해는 일찌감치 시장에서 철수하며 중장기 우수선수 육성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감독과 프런트의 불안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 한화다. 하지만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존 자원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똘똘 뭉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타선은 2016시즌에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한화는 마운드, 특히 선발진에서 큰 문제점을 노출했다. 잦은 퀵후크가 계속되면서 불펜에도 과부하가 걸리는 등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외국인 투수 2명의 맹활약이 필수적이지만 그 외에도 선발로서 가능성을 보였던 장민재와 이태양을 중심으로 중고참들의 부활 및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뒷받침 됐을 때 ‘마리한화’의 열풍이 가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자존심을 구긴 김성근 감독이 선수단 운용에 변화를 가져갈 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황재균의 선택을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는 롯데. 스포츠코리아 제공
▶롯데, 황재균 단속 외에도 갈 길 급하다

2016년 8위에 그친 롯데는 새 시즌 캐치프레이즈를 ‘도약, 2017’로 결정했다. 1년 전 롯데는 FA로 손승락, 윤길현을 영입하며 높은 기대를 모았지만 투자에 비해 효과는 미미했다. 또한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 핵심 선수들의 줄부상 뿐 아니라 후반기에는 타선과 불펜 등에서 총체적 난국을 겪으며 조원우 감독이 언급해왔던 ‘승부처’가 끝내 찾아오지 않았다.

롯데 역시 한화와 마찬가지로 전력 보강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팀이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여전희 희망을 걸고 있는 집토끼 황재균을 잔류시킬 수 있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2017시즌 전망도 여전히 비관적인 상황.

하지만 박세웅, 박진형, 박시영 등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줬고, 김문호가 풀타임을 안정적으로 소화한 점은 한 가닥 희망을 밝히는 요소다. 지난해 후반 전역해 팀에 힘을 불어넣었던 전준우, 신본기가 시즌 시작부터 함께 한다는 점도 고무적인 부분이다.

이대호가 국내 복귀를 택할 경우 폭풍이 몰아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희박한 확률에 모든 신경을 쏟기보다는 내부 전력 자체를 더욱 단단히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자칫 더욱 깊은 암흑기에 빠지기 전 탈출구를 찾아야만 하는 롯데다.

삼성은 비시즌 동안 많은 변화를 가져갔지만 전력 보강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삼성, 추락만큼 빠른 재도약이 필요

삼성은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의 영광을 뒤로 한 채 2016년 9위까지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새로운 구장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야심한 새 출발을 노렸지만 팀에 온갖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30년 삼성맨’ 류중일 감독이 쓸쓸히 퇴장했고, 삼성은 김한수 신임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 역시 젊은 지도자 위주로 개편을 했다.

하지만 FA 시장에서 최형우와 차우찬이 각각 KIA와 LG로 떠났기 때문에 삼성은 여전히 상황이 암담하다. 물론 우규민, 이원석을 외부 FA로 잡는 등 노력은 기울였지만 빈 자리를 채우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것도 사실. 보상선수를 주고받는 문제에서도 여러모로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마무리캠프를 통해 김한수 감독은 선수들에게 경쟁의식을 불어넣는데 주력했다. 또한 역동적인 야구를 팀 컬러로 표방하며 명예회복을 다짐한 상황. 여전히 걱정거리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존재감이 없었던 외국인 선수 쪽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부상 악령만 되풀이 되지 않더라도 전력이 상승할 여지는 충분하다.

한편 2017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것을 미리 선언한 이승엽은 “팀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7년도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해보겠다. 5년 연속 1위의 자부심을 가지고 다시 비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마지막 각오를 불태웠다. 전설의 마지막 모습이 해피엔딩으로 남을 수 있을 지에도 많은 야구 팬들의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다.

김진욱 감독 영입과 함께 야심찬 투자를 선언했지만 kt의 오프시즌 행보는 조용하기만 하다. kt wiz 제공
▶kt, 더 이상의 꼴찌는 곤란해

kt는 2015년 1군 무대에 발을 들인 이후 2년 연속 최하위에 그치며 신생팀의 한계를 실감해야만 했다. NC가 1군 첫 시즌(2013년)부터 7위, 두 번째 시즌에 곧장 가을 야구를 경험한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단순히 성적 부진 뿐 아니라 각종 사건 사고까지 터지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결국 kt도 초대 조범현 감독과 결별하고 김진욱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새로운 변화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황재균 영입 경쟁에 뛰어들었을 뿐 별다른 움직임도 성과도 없는 상황이다. 내부 단속마저 아직까지 마무리되지 않은 단계.

무엇보다 kt는 2017년부터 ‘외국인 선수 4인 보유’와 같은 신생팀의 혜택까지 사라지게 된다. 2016시즌에도 9위 삼성과 11.5경기의 상당한 격차로 밀렸기 때문에 최하위 탈출마저 쉽지 않은 과제로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주권이 팀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kt는 국내 선발진 전력이 크게 떨어지는 편이다. 정대현, 정성곤, 심재민, 엄상백 등이 좀 더 잠재력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으며, 주권 외에도 올시즌 값진 성과를 남긴 김재윤, 전민수 등이 투타에서 좋은 모습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kt가 1군 진입 3번째 시즌에는 KBO리그에 돌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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