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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경동 기자] 프로야구 10개 구단들의 미래가 달려있는 신인드래프트. 각 팀들은 매년 최고의 신인을 데려와 현재와 미래의 전력 강화를 노린다.

그중에서도 지역 연고의 1차 지명과 드래프트를 거치는 2차 1순위 지명으로 뽑히는 선수들은 거액 계약을 맺고 많은 기대를 받으며 입단한다.

한화는 지난 2006년 1차 지명으로 투수 유원상(30), 2차 1순위(전체 2순위)로 류현진(29)을 데려왔다. 그리고 류현진은 데뷔 첫해 30경기 선발로 나서 18승(6완투, 1완봉) 6패 평균자책점 2.23에 탈삼진 204개를 기록하며 KBO 최초로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 동시 수상의 영예를 거머쥔다.

리그 최강의 투수로 군림한 류현진은 지난 2012년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LA다저스로 이적한다.

류현진이 데뷔한 이후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한화는 '포스트 류현진'을 꿈꾸며 상위 라운드에 수많은 투수들을 지명했다. 그 투수들은 어떤 활약을 보여주고 있을까.

(2007년~2011년 上편 참고)'류현진 데뷔 후 10년' 한화 1·2지명 투수의 현주소는(上)

투수 임기영. 스포츠코리아 제공
▶2012년 2차 지명 투수 임기영(23·계약금 1억1000만원)

당시 1차 지명, 전체 1순위로 내야수 하주석(22·3억원)을 지명한 한화는 2차 지명으로 투수 임기영을 데려왔다.

임기영은 2014년까지 3시즌간 41경기(선발 1경기)에 출장해 57.1이닝을 소화하면서 2승 3패 평균자책점 5.34를 기록했다. 2014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투수 송은범의 보상선수로 KIA행을 통보받았다.

지난 2014년 12월 상무에 입단해 2시즌을 뛴 그는 내년 시즌 KIA 마운드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올시즌 퓨처스리그에서 35경기에 출전해 5승 무패 7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투수 조지훈. 스포츠코리아 제공
▶2013년 1차 지명(전체 2순위) 투수 조지훈(22·계약금 2억원), 2차 지명 투수 김강래(22·1억원)

2013년 드래프트에서는 1,2차 모두 투수를 지명해 마운드 강화에 나섰다.

조지훈은 데뷔 첫해 21경기(선발 3경기)에 나와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6.11을 올리며 나름대로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이듬해 2경기에서 0.2이닝 동안 2실점하면서 더 이상 1군 마운드에 올라오지 못했다. 작년 12월 경찰 야구단에 입단했다. 올시즌 퓨처스리그 성적은 16경기에서 승리 없이 평균자책점 12.64.

김강래는 아직 프로 무대에 등판한 경험이 없다. 현재는 공익근무요원으로서 군복무를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수 최영환. 스포츠코리아 제공
▶2014년 1차 지명 투수 황영국(21·계약금 2억원), 2차 1순위(전체 2순위) 최영환(24·1억5000만원)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는 5년 만에 지역 연고 1차 지명이 부활했다. 한화는 1차 지명으로 투수 황영국을 택했으며 2차 1순위로 투수 최영환의 이름을 불렀다.

황영국은 데뷔 첫 해 1경기에 나와 1이닝 1실점을 기록한 뒤 자취를 감췄다. 시즌이 끝나고 경찰 야구단에 입단한 뒤 지난 9월 제대했다.

최영환은 데뷔 시즌 50경기(64.2이닝)에 나와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데뷔년도 성적은 1승 2패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7.10.

2015년에는 1경기 나와 1.1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에 그쳤다. 팔꿈치 수술까지 받아야하는 처지가 되자 구단으로부터 방출된 뒤 육성선수 전환을 제의받는다. 이에 최영환은 정식선수 입단을 제의한 롯데의 손을 잡고 둥지를 옮겨 현재는 한화가 아닌 롯데 소속 선수다.

투수 김범수(왼쪽)와 김민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2015년 1차 지명 투수 김범수(21·2억원), 2차 1순위(전체 1순위) 투수 김민우(21·2억원)

작년에도 한화의 상위 라운드 투수 영입 행보는 이어졌다. 1차에서 투수 김범수, 2차 1지명으로 투수 김민우를 지명한 것.

김범수는 2시즌 동안 20경기 출전해 1승 2패 평균자책점 7.97을 기록했다. 아직까지는 성장을 지켜봐야하는 투수다. 고관절 통증으로 수술을 받아 재활에 힘쓰고 있다.

김민우는 2시즌 41경기(선발 11경기)에 나와 1승 6패 평균자책점 6.44의 성적을 거뒀다. 작년 36경기 70이닝을 소화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아 당분간은 모습을 보기 힘들 전망이다.

투수 김재영. 스포츠코리아 제공
▶2016년 2차 1순위(전체 2순위) 투수 김재영(23·계약금 1억6000만원)

2016년 1차 지명으로 내야수 김주현(23·1억6000만원)을 택한 한화는 2차 1순위로 로 투수 김재영을 데려온다.

김재영은 올시즌 11경기(선발 2경기) 11.1이닝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10.32를 기록, 아직까지는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직 1년차인 만큼 앞으로의 성장세를 지켜봐야 한다.

▶한화의 투수 농사, 무엇이 문제였나

냉정하게 말해 지난 10년간 한화의 상위 지명 투수 농사는 흉작에 가깝다. 한화를 위해 선발로 10경기 이상 나온 투수는 김혁민, 유창식, 김민우에 불과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생각해보면 2000년대 중반 이후 하위권을 전전한 한화가 걸출한 신인에게 기회를 안줬을리는 만무하다. 류현진 이후 제대로 된 토종 선발진을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한화지만 스프링캠프, 퓨처스리그에서의 투구 등을 지켜봤을 때 이들의 기량이 1군 무대에 세울 정도로 훌륭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결국 한화 구단 입장에서 볼 때 제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와 같다. 타팀에서 상위 지명을 받는 투수들과 마찬가지로 한화의 지명을 받는 투수들 또한 고등학교 시절 준수한 투구를 펼쳤기 때문. 선수 육성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화도 한때는 강팀이었다. 1999년 우승을 차지했고 류현진니 데뷔했던 2006년에는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그렇게 강팀의 영광에 취해있을 때 한화가 2군 육성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2군 육성풀을 늘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한국의 야구 저변이 아무리 좁다하더라도 프로의 부름을 받는 선수들은 그중에서 돋보이는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다.

실제로 한화의 상위 지명 투수들이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할 때 그나마 한화의 마운드를 지켜낸 선수들은 2010년 드래프트 2차 3지명 안승민이나 5지명 이태양 등 중하위 순으로 선택된 투수들이었다. 상위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가 재능을 만개하는 것을 보는 건 현재의 프로야구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2006년부터 2009년까지의 드래프트에서 알 수 있듯 한화는 지명권을 다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2006년에는 2차 7순위까지 했지만 7순위로 지명한 내야수 김성환과의 계약을 포기하며 사실상 6개의 지명권을 사용했다. 2007년에도 7지명까지, 2008년에는 2차 지명에서 5명의 이름만을 불렀으며 2009년에도 6명의 이름만을 외쳤다.

2010년부터는 2차 드래프트에서 10개의 지명권을 모두 사용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2011년 NC, 2013년 kt가 창단하면서 상대적으로 우선 지명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불운에 빠졌다.

또한 제대로 된 2군 구장이 완공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한화의 2군 훈련장인 서산구장의 완공일은 2012년 11월. 화수분 야구의 대명사인 두산이 2005년 12월 이천에 2군 구장 베어스 필드를 완공한(2014년 베어스 파크로 변경) 것에 비하면 현저하게 늦다.

▶불펜의 팀으로 변모한 한화, 신인들은 어디에

야구단 투자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한화는 지난 2013년 말 외야수 이용규(31)와 내야수 정근우(34)를 시작으로 적극적으로 외부영입에 나섰다. 2014년에는 투수 배영수(35), 권혁(33), 송은범(32)을 영입해 마운드 강화에 나섰으며 2015년에도 정우람(31), 심수창(35)을 영입했다.

이어지는 거액 투자에 조급함을 느낀 것일까. 최근의 한화는 리빌딩이 아닌 당장의 성적을 내는 데 힘을 기울인다. 특히나 마운드를 보면 그러한 기조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화 투수진을 떠올릴 때 팬들은 보통 불펜투수들의 이름을 먼저 거론하곤 한다. 권혁, 정우람, 심수창이나 박정진(40), 윤규진(32), 송창식(31) 등 대표투수들은 대부분 고참 불펜투수들이다. 물론 이들의 활약으로 한화가 예상치 못한 돌풍을 일으켰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당장의 성적에 급급한 나머지 선발투수의 5회 이전 조기 강판이 많았다. 신인 투수들이 선발로 섰을 때도 마찬가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강판한 뒤 베테랑 불펜을 올리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선발로 나서면 조기강판, 불펜진은 고참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면서 한화 불펜에서 신인들의 설 자리는 점점 없어졌다. 게다가 FA영입으로 유망주 투수인 박한길(심수창 보상선수), 조영우(정우람 보상선수), 임기영(송은범 보상선수) 등을 잃으며 부족한 신인 투수진에서 그나마 가능성은 보인 투수들마저 타 팀에 뺏기고 말았다.

▶김성근 감독의 질책, 묵과해서는 안되는 이유

한화 구단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의하면 김성근 감독은 올시즌 개막 전 구단 스카우트진에 "10년간 제대로 지명한 투수가 누가 있나"라며 질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의 질책을 흘려들어선 안되는 이유가 있다. 한화는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는 팀이다. 당장의 승리가 급해지면서 고참들의 활용이 잦아졌지만 전력 자체가 약해 준수한 투구내용을 보이면 얼마든지 등판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의 투수 상위 지명은 냉정하게 말해 실패에 가깝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볼 수 있다. 선수 육성에 실패했거나 애초부터 제대로 선수의 잠재력을 평가하지 못한 것이다.

육성은 코칭스태프들의 몫이지만 선수 지명은 분명 스카우트들의 몫이다. 직접 선수들과 얼굴을 맞대는 코칭스태프들의 잘못도 있지만 스카우트들도 한화의 부진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지난 2017년 드래프트에서 한화는 1차 지명으로 투수 김병현, 2차 1순위 지명으로 투수 김진영을 지목하며 2015년 드래프트 이후 또 다시 상위 지명에서 투수 2명을 택했다. 이들은 그간 한화의 신인투수 잔혹사를 끝낼 수 있을까. 아니면, 지난 10년의 아픔이 반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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