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2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빛나는 두산. 그러나 강점만 수두룩해 보이는 두산에게도 약점은 있다. 바로 우완 불펜이다.

다사다난했던 2016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승부조작 파문 등으로 큰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던 KBO리그였지만, 그럼에도 올해 가장 크게 웃은 팀은 단연 두산이다.

두산 홍상삼. 스포츠코리아 제공
두산은 올시즌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거두며 2016년을 최고의 한 해로 만들었다. 한 시즌 팀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던 것은 물론 한국시리즈 마저 싱겁게 만들 정도로, 두산의 전력은 막강함 그 자체였다. 페넌트레이스 2위 팀인 NC와의 한국시리즈에서 4전 전승을 거둔 것.

약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최강팀’의 면모를 갖춘 두산인데, 다음 시즌은 이야기가 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시즌 개막 이전부터 분명한 약점이 노출됐기 때문. 바로 지난 시즌부터 줄곧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돼 왔던 우완 불펜진의 깊이다.

두산은 지난 16일 FA 신분인 이현승과 3년 총액 27억원의 계약에 합의했다. 2시즌 도합 43세이브를 올렸을 정도로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큰 공헌을 세운 이현승의 잔류로 두산은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물론 이현승의 잔류는 두산 입장에서는 큰 힘이나, 그의 잔류는 냉정하게 말해 전력 강화 보다는 공백 최소화에 가깝다. 좌완 불펜 이현승의 잔류는 정작 필요한 우완 불펜 투수 보강과는 무관한 계약이었다.

안 그래도 취약했던 두산의 우완 불펜진은 다음 시즌 더욱 큰 어려움에 봉착할 전망이다.

올시즌을 끝으로 군 복무를 위해 팀을 잠시 떠나는 윤명준을 비롯해 지난달 15일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은 이용찬, 지난달 22일 오른쪽 어깨 회전근 수술을 받았던 정재훈 등 믿을 만한 우완 투수들이 연쇄 이탈했다. 이 때 수술을 받은 이용찬과 정재훈은 최소 다음 시즌 전반기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공산이 크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FA 시장에서 우완 투수 보강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마땅한 우완 불펜 투수들이 시장에 나오지 않았음을 감안해야 한다. 자의로 움직이지 않은 것이 아닌 타의에 의해 움직일 수 없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설상가상으로 삼성은 FA를 통해 이원석을 영입한 뒤, 투수가 대거 포함된 보호선수 20인 명단을 두산에 제출했다. 결국 두산은 올시즌을 마치고 군복무에 나서는 포수 이흥련을 지명해 미래를 대비했다. 보상선수로도 우완 불펜 투수를 구하지 못했던 것.

결국 내부에서 해당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하는 두산이다. 올시즌 23홀드를 기록하며 불펜진의 기둥이 됐던 셋업맨 정재훈의 대체자를 가장 먼저 찾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홍상삼이다.

지난해 9월 군 복무를 마치고, 곧바로 1군에 합류한 홍상삼은 약 1개월간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총 11경기에 나서 승리 없이 1패, 5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5.25를 기록한 것.

특히 지난 9월 8일 잠실 LG전을 시작으로 무려 4경기 연속 세이브에 성공했던 모습은 승부처에서 제구난조를 보이며 무너졌던 군복무 이전의 자신과는 전혀 달랐다. 군에서 안정감을 더하며,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평가.

물론 9월 27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연속 4볼넷을 내주며, 아웃카운트를 단 한 차례도 잡아내지 못한 채 4실점 패전의 멍에를 쓰기도 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완벽에 가까운 모습은 아닌 셈.

그러나 우완 주축 불펜 투수들이 대거 이탈한 현상황에서는 홍상삼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홍상삼을 중심으로 우완 불펜진이 구성될 것이라 예상되는 것은 이 때문.

두산 김성배(왼쪽)과 오현택. 스포츠코리아 제공
홍상삼만큼의 강렬함을 주는데는 실패했지만 올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통해 다시 한 번 친정 두산 입단에 성공한 김성배 역시 나름 기대를 걸어볼 만한 선수. 두산 입단 이후, 24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09를 기록했다.

객관적으로 평가해 그의 기록은 호성적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그를 우완 불펜진의 구심점으로 삼기에는 존재감이 다소 미약한 것이 사실. 하지만 올시즌 포함 프로 12년차 베테랑일 정도로 경험이 풍부하고 사이드암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여전히 활용가치는 있어 보인다. 홍상삼을 받치는 역할로서는 무리가 없다.

김성배와 마찬가지로 역시 우완 사이드암 투수들인 오현택과 고봉재 역시 어려운 불펜 사정 탓에 다음시즌 분발이 절실히 요구되는 선수들. 특히 부진한 모습 끝에 지난 5월을 끝으로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던 오현택은 다음시즌을 맞이하는 각오가 남다를 전망. 그는 지난 2013년 67경기에 나서며, 두산의 마당쇠로 통했던 당시의 기억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다음 시즌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두산의 우완 불펜진이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판타스틱 4’로 명명된 팀의 화려한 선발진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았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희망은 물론 대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에, 유일한 위기를 슬기롭게 넘길 수만 있다면 두산은 그 어떤 팀도 넘보지 못할 최강 전력을 구축하게 될 전망이다. 굳건한 왕조 구축을 원하는 두산의 위기관리 능력에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