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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한국야구 역사에서 유일하게 '감독'으로 은퇴식을 치른 인물이 있다. 선수가 은퇴식을 해도 감독이 은퇴식을 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그만큼 한국야구 역사에 크나큰 족적을 남겼기에 가능했다. 바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김응용 회장(75)이다.지난 1972년 실업야구 한일은행 간판타자로 활약한 김응용 회장은 한일은행 감독을 거쳐 프로야구에서 해태와 삼성, 한화 사령탑을 역임했다. 특히 '해태왕조'라 불리며 9번의 우승을 이끌어낸 그는 여전히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감독으로 평가된다.게다가 삼성에서 6년간 사장까지 하며 행정을 경험했다. 그런 그가 야구를 위해 다시 한번 이바지하기로 결심했고 지난달 30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해 이계안 후보를 제치고 통합야구협회장에 당선됐다.야구인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존에는 협회가 정치인 및 기업인 출신이 수장이 되어 이끌다보니 이래저래 잡음이 많았다. 더욱이 전임자였던 박상희 회장의 기금 전용 논란과 더불어 사무국 비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한야구협회는 지난 3월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로 지정되는 수모를 겪었다.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야구계의 큰 어른이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그렇게 김응용 회장은 지인들의 권유를 받아들여 선거에 출마했다. 큰 기대를 받고 회장에 당선이 됐지만 산적해 있는 문제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대한야구협회는 전국야구연합회와 대한소프트볼협회까지 모두 3개의 단체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규모가 훨씬 커졌다. 덩치는 커졌지만 여전히 협회는 관리단체로 묶여있다. 하루속히 정식 가맹단체로 새롭게 출범하는 것이 김 회장의 최우선 과제다.지난 20일 김 회장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협회 임원 구성 및 선임에 대한 권한 위임안 의결을 이끌어내며 첫 개혁 행보에 나섰다. 김 회장은 이른 시일 내에 임원진 선임 등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야구협회다. 추락한 위상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 김 회장은 이래저래 고민이 많아보였다. 그는 "이제 시작이다. 협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관리단체에서 벗어나 정식 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임원진 구성을 하는 것이 먼저다"라고 말했다. 협회가 다시금 정상적인 단체로 가동이 된다는 것을 신임 임원진 구성을 통해 대한체육회에 알리고 공식 절차를 통해 새롭게 출범 시키겠다는 것이 김 회장의 생각이다. 쉽지 않다. 이전 집행부에서도 박상희 회장이 주요 직책에 자신의 지인을 임명하면서 논란이 커졌고 끝내 기금 전용까지 가는 파행이 일어났다.적재적소에 참신하고 능력있는 인물을 배치하겠다는 김 회장은 "정말 야구를 위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할 생각이다"라면서 "야구는 야구인들이 해야하지만 행정의 경우는 전문가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효율성을 위해서라면 야구인, 비야구인을 구별하지 않는 폭넓은 인사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이야기다.하지만 김 회장이 프로야구 감독이라는 인상이 강하다보니 주변 인사 역시 프로 출신의 인물로 구성될 것이라는 아마야구계의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김 감독도 알고 있었다. 그는 "협회에 프로 출신이 판을 칠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프로와 아마를 편 가르고 구분해서는 안된다. 큰 틀에서 하나의 야구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20일, 김응용 회장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개혁 행보에 나섰다. 사진=김성태 기자
사례도 언급했다. 올해 홍익대를 대학리그 우승팀으로 이끌고 23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 국가대표 감독으로 나가 3위를 기록한 장채근 감독이다. 김 회장은 "장채근 감독은 프로에 있다가 아마야구로 와서 훌륭한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라면서 프로와 아마를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경계했다.그는 "야구의 미래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기존의 구태의연한 생각으로는 안된다. 다른 것은 몰라도 돈이나 입시와 관련되어 논란이 있던 사람들의 경우는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할 생각이다"라며 강조하기도 했다.다른 방향성을 가진 조직을 합치고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이제는 세밀한 부분도 신경을 써야 한다. 당장 새 식구로 합쳐진 사회인야구와 소프트볼 등 규모가 큰 휘하단체를 관리할 사무국 조직이 필요하다.김 감독도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판을 짜고픈 마음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고 인정했다. 그는 "우선은 조직을 그대로 병합할 생각이다. 이질적인 조직이 합쳐지면 실무적인 부분에서 다소 충돌이 있을 수 있겠지만 향후 협회를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컨트롤 타워)을 만들어 다시금 조정하겠다"라고 사무국 운영구상을 내보였다.가장 민감한 예산과 관련해서도 숙고를 거듭하고 있다. 3개 단체가 통합됐기에 협회 운영비가 종전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그의 취임으로 전임 회장 때 서먹해진 KBO와의 관계가 원만하게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김 회장은 "KBO로부터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나오는 20억원 정도의 지원금과 각종 후원금을 예산으로 편성해 야구발전을 위해 쓰겠다"라고 말했다.그는 "운영 및 경상비는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지만 시·도 지원금 예산확보가 중요하다"며 "공약에서 언급한대로 프로와의 협력을 통해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 기부를 통해서 돈을 끌어오는 방안을 계속 모색 중이다"라고 전했다.이제 막 임원진 구성을 시작으로 향후 4년간의 행보를 밟아나가야 하는 김응용 회장이다. 큰 그림은 그려놓은 상태지만 협회 내부에 쌓여있던 갈등이나 프로와 아마의 대립, 그리고 새 식구와의 원만한 통합과 디테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야구계의 큰 어른인 김응용 회장이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해 대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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