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경동 기자] 올시즌 16승 11패 평균자책점 3.48을 올리며 성공적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마에다 겐타. 그가 주목받을 만한 이유로는 뛰어난 성적 이외에도 도전 정신을 꼽을 수 있다.

지난 2008년 일본프로야구(NPB) 히로시마 도요 카프에서 프로에 데뷔한 마에다는 작년까지 통산 218경기에 출전해 97승 67패 평균자책점 2.39의 성적으로 NPB 정상급 투수로서 활약했다.

NPB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 수상 2회(2010년, 2015년), 다승왕 2회(2010년, 2015년), 최우수 평균자책점 3회(2010년, 2012년, 2013년)에 빛나는 마에다. 하지만 그는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기 위해 LA다저스와 계약기간 8년에 보장연봉 2500만달러(매년 연봉 300만달러, 사이닝보너스 100만달러)에 불과한 계약서에 서명했다.

LA다저스 선발투수 마에다 겐타. ⓒAFPBBNews = News1
당시 계약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마에다는 NPB에서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나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에 버금가는 활약을 매년 보여줬기 때문. 그가 굴욕적인 계약을 맺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계약 내용에 토를 달지 않았다. 자신의 진정한 실력을 보여준다면 옵션을 통해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에다와 다저스의 계약 세부 내용은 이렇다. 첫 번째는 선발등판에 대한 보너스. 만약 마에다가 15경기에 나서면 100만달러를 받고 20경기에 등판하면 100만달러를 추가로 받는다. 25~30경기 출전시 각각 150만달러가 추가되며 32경기에 출전하면 또 다시 150만달러가 더해지는 조건이었다. 이에 따라 올시즌 32경기 선발로 나선 마에다는 650만달러를 추가로 지급받는다.

두 번째는 투구이닝 보너스였다. 90이닝부터 시작해 매 10이닝마다 25만달러, 200이닝을 찍으면 75만달러를 받는 조건이다. 마에다는 총 175.2이닝을 소화했다. 이에 따라 그는 투구이닝 보너스로 225만달러를 얻게 된다.

마지막은 개막전 엔트리 포함되면 15만달러를 받는다는 조건이 있었다. 마에다는 올시즌 개막 엔트리에 포함돼 이 금액을 받게 된다.

ⓒAFPBBNews = News1
사이닝보너스 100만달러는 8년의 계약기간동안 분할 지급된다. 모두 합하면 마에다는 올해 총 1202만5000달러(보장연봉 300만달러+사이닝보너스 12만5000달러+선발등판 보너스 650만달러+투구이닝 보너스 225만달러+개막전 엔트리 보너스 15만달러)를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로써 마에다는 300만달러 수준의 보장연봉을 약 1200만달러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성적에 따라 주어진 연봉이기에 어느 누구라도 그의 고액 연봉에 토를 달기 힘들다. 마에다는 실력으로 큰 돈을 거머쥔 계약이 합리적이었음을 증명했다.

이제 KBO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을 보자. 선수들의 몸값은 지금도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이미 FA 100억원 시대가 열린지는 꽤 오래된 일이다.

이러한 흐름을 보는 팬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선수들의 실력에 비해 연봉이 너무 고액이라는 점, 두 번째는 과연 이 선수들이 계약을 맺은 뒤에도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FA 선수들이 구단과 '마에다식' 계약을 맺는다면 어떨까. 똑같이 100억원을 얻을 수 있어도 팬들과 구단 관계자들에게 합리적인 계약이라고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KBO리그와 같이 보장액이 많은 계약은 동기부여에 못지 않게 '먹튀'를 양산할 수 있는 함정이 숨어있다.

물론 선수들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까다로운 옵션이 많아지고 보장액이 적어질수록 자신이 원래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못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데 좋아할 선수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FA로 거액을 손에 넣는 선수들은 KBO를 대표하는 선수들임에 틀림없다. 이들의 실력은 KBO의 리그 수준, 명성과 직결된다.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경기에 출전하지 않거나 '먹튀' 수준의 경기력을 보인다면 조롱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선수들이 많은 돈을 받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진정한 프로라면 스스로에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 이견이 없어야하지 않을까. 고액 연봉을 실력으로 얻어낸다면 누구도 `FA 거품'을 거론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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