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7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고척돔에서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빛좋은 개살구’가 될 가능성이 많다. 전 세계 16개국이 참가, 우리나라에서 사상 처음 열리는 만큼 성적이 좋아야 하는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꼴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비등하기 때문이다.

WBC는 미국 메이저리그(MLB)가 주최하는 대회로 2006년 처음 열려 2009, 2013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WBC는 좀 이상스런 대회다. MLB가 주최하는 세계 최고의 야구축제인데, 세계 최강인 미국이 한번도 우승 못했고(일본 두 번, 도미니카 한번) 이번 대회에도 MLB 구단들의 참여도가 굉장히 낮다.

추신수의 텍사스 레인저스는 소속 선수의 WBC 불참을 MLB에 통보할 정도다. 다른 구단들도 스타급 선수들의 출전을 자제시킬 전망이다.

WBC와 MLB는 왜 엇박자일까? MLB 주요 선수들이 나오지 않으면 흥행은 보나마나다. 더구나 한국에서 열리는데, 추신수는 물론이고 총 8명의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모두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WBC 흥행 붐이 2017년 3월 31일 개막전까지 이어지기를 고대하는 KBO(한국야구위원회)로서는 속이 탈만 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WBC는 흥행 불발이 예고된 대회다. 메이저리거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데, 흥행이 될 리가 없다.

WBC 선수단 명단을 발표하고 있는 김인식 감독.
왜 메이저리거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을까? WBC가 열리는 3월초는 메이저리거들이 한창 스프링캠프에서 땀을 흘릴 때다. 그들은 3월말~4월초에 개막되는 시즌 오픈에 대비해 서서히 컨디션을 올린다(한국, 일본도 마찬가지).

3월초면 타자는 70~80%, 투수는 60~70% 컨디션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이렇게 몸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력으로 맞붙는 국가 대항전을 치른다? 처음 기획은 좋았지만 실행은 ‘아니올시다’이다.

메이저리거는 한해 몸값이 100억원 넘는 선수가 수두룩하다. WBC 우승은 그냥 명예일 뿐인데, 대회중 부상을 입어 시즌을 망치면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다. 그러니, 메이저리거는 WBC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으므로 우승을 차지하기가 어렵다.

복싱으로 치면 메인 게임을 앞두고 스파링 상대와 몸을 푸는 격이다. 사실상 미국이 우승 대열에서 빠진 대회에서 세계 1위의 영예를 누리기 위해 한국, 일본, 도미니카, 대만이 전력투구를 벌이는 것이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대회에서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태극기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제 FA 몸값 100억원 시대가 열렸으므로, 부상을 우려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페넌트레이스때처럼 열과 성을 다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격전이 벌어지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승부를 걸수 밖에 없지만.

이런 판에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불참하니 김인식 대표팀 감독의 머리는 지근거리지 않을수 없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의 스타급 선수들을 언제 직접 볼수 있을까? 양현종, 최형우 등 순수 토종 대표선수들의 분발로 최소 4강에 진출, 멋진 드라마를 연출해주길 힘껏 기대해본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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