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가 세운 동계스포츠 영재센터에 삼성전자가 16억원을 지원한 게 말썽이 되고 있다. 또 최순실의 광고회사에 70억원의 일감을 준 현대차도 큰 비난을 사고 있다.

이처럼 기업에서 돈을 허투루 쓰면 언젠가 들통이 나고 경제-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 게 된다. 그런데 스포츠단, 특히 야구만 ‘사각지대’ 혹은 ‘치외법권’이어서 상황은 심각해진다.

SK 투수 김광현을 보자. SK 구단은 김광현이 팔꿈치 수술을 받을줄 뻔히 알면서도 FA(자유계약선수) 계약으로 4년간 85억원을 썼다. 내년 시즌은 무조건 등판못하고 그 후유증으로 추후 3년 성적도 보장못하는데 85억원을 쓴다?

이건 정말 기업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못지않은 중징계감이다. 야구단은 왜 봐주는지? 야구단 자체 감사 기능이 없어서 이기도 하지만 그룹 차원에서 ‘무법지대’로 방치하는 것도 문제다.

김광현은 순수 보장액만 85억원이다. 옵션 포함하면 100억원을 훌쩍 넘지만 순수 보장액으로 계산해보자.

김광현
김광현은 내년 시즌을 허비하므로 사실상 ‘3년 85억원’인데 이를 4년으로 환산하면 113억 3000만원. 역대 FA 최고액인 100억원의 최형우(2016년, 삼성→기아)와 투수 최고액인 기아 윤석민(2014년말)의 90억원을 넘어 역대 1위 수준이다(김광현은 내년에 한경기를 뛰지 않더라도 연봉 9억원 챙김. 이런 황제 계약을 SK 그룹 노조에서는 어떻게 볼지?).

김광현은 28세의 나이만 보면 1~2년후에도 다시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지만 연도별 승수 그래프를 보면(주식 시세의 그래프를 분석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 2000년 17승후 4→8→10→13→14→11승으로 내리막을 타게 됨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거기에다 피칭 폼을 뜯어보면(웬만한 야구 매니어들은 다 파악하고 있음) 팔꿈치와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간다. 언젠가 부상을 당하거나 수술대에 오를 폼이다.

내년 한해 쉬면서 어깨와 팔꿈치가 강해질 수 있지만 지난 10시즌 동안 에이스로서 무리한 등판을 했으므로 앞으로 한해 10승 올리기도 힘들어 보인다.

어떤 기자는 SK 구단의 ‘눈물겨운 의리’라고 표현하며 동정심을 보이기도 하나 프로에서 동정심은 사치요 금물이다.

우규민
지난달 LG에서 삼성으로 간 우규민도 실패 케이스가 될 확률이 높다. 투수 차우찬, 대형 외야수 최형우의 이탈로 전력 약화가 불을 보듯 뻔한 삼성이 다급하게 우규민을 잡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액수를 축소했다는 의혹도 일지만 일단 구단의 발표액인 4년 65억원을 믿어보자.

삼성은 우규민이 허리통증에 시달리고 스피드가 떨어지고 있음을 알고도 영입했다. SK와 같은 최악의 ‘미필적 고의’다.

우규민은 2013~2015년 3연속 두자리 승수를 거뒀지만 올해는 6승11패로 내리막이다. 우규민은 땅볼 처리 능력이 좋긴 하나 사이드암 스로인만큼 직구 시속이 140km 이하로 떨어지고 변화구의 각이 날카롭지 못하면 안타, 특히 장타 허용률이 급속히 늘어나게 된다.

올해 평균 시속이 134.8km(2015년 137.5km)로 떨어졌으니 홈런 수가 늘어난 건 당연지사다. 9이닝당 홈런 허용수가 0.31(2014)→0.64(2015)→0.77(2016)로 급증하고 있음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게다가 내년부터 홈구장이 될 라이온스파크는 올시즌 경기당 홈런이 2.45개로 엄청나게 많다(내년부터 라팍의 외야 담장을 높이지만 홈런수는 얼마나 줄지). 삼성 구단에서 이런 수치를 알고도 거액을 줬다면 ‘정유라 승마 지원’에 못지 않는 반(反)기업적 행위다. 야구를 잘아는 삼성전자 이재용부회장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일단 구단에서 선수를 보는 안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야구선수 출신 단장이 있는 두산 LG 한화에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계약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지만 그룹의 계열 회사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다 야구단에서 야구를 익힌 여타 단장들은 계약 실패할 확률이 높다(프로야구선수 출신이 단장으로 있는 SK는 단장이 구단주의 신임을 배경으로 김성근감독이 떠난 후 여러해에 걸쳐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임).

두 번째는 투자대비 수십억원을 날려도 문책을 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액 선수와의 계약금은 그룹에서 별도 지원을 받으므로 “일단 구단주를 잘 설득해서 선수를 데려오고 보자”는 한탕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물론 올해 NC가 삼성에서 박석민을 총 98억원을 주고 데리고 온 덕분에 창단 처음으로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으니 실패를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은 있다. 그러나 김광현, 우규민 같은 ‘예상 실패작’은 야구계에서 추방되야 할 것이다.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FA 먹튀’는 정수근으로 보인다. 정수근은 1998~2001년 4연속 도루왕을 차지하고 3할대 타율의 성적을 바탕으로 2003년말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했다. 당시 6년간 최대 40억 6000만원을 받았는데, 현 시세로 따지면 100억원이 넘으니 ‘슈퍼스타’ 대우를 받았다(2001년 홍현우, 2004년 진필중, 2005년 심정수, 2009년 손민한도 대표적 먹튀 케이스).

정수근은 기대와 달리 이적후 6년간 한해 평균 16.8개의 도루에 평균 타율 0.281에 그쳤다. 거기에다 폭력, 음주난동으로 여러번 사고를 쳤으니 최악의 FA인 것은 틀림없다.

롯데는 올시즌 FA 계약한 송승준, 손승락, 윤길현이 모두 거액 대비 저조한 성적에 머물러 ‘밑빠진 독에 물붓는’ 구단으로 악명을 날리고 있다. 이러니 팬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

롯데 못지않는 ‘장님 구단’은 KIA다. KIA는 윤석민이 구위가 떨어진데다 메이저리그를 밟아보지도 못하고 2014년말 귀국했음에도 당시 FA 최고액인 90억원으로 계약했다.

윤석민은 2015년에는 2승 30세이브로 몸값을 하는가 했으나 올해는 2승 1세이브 6홀드에 그쳤고 급기야 지난 8일 일본에서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아 내년 상반기 출전은 힘들게 됐다.

또 일본의 러브콜에도 마다하고 기아 잔류를 선언한 양현종은 100억원 안팎의 FA 계약이 유력시된다. 지난해 한화는 FA 단일시즌 총 계약금으로 191억원을 썼는데, 기아가 이 기록을 깰 것이 100% 확실시된다.

최형우와 나지완(40억원)에 모두 140억원을 투자했으니 양현종이 52억원만 받아도 명예스럽지 못한 신기록을 달성하게 되는 것(한해 2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으면 한국시리즈 진출 아닌 우승까지 그룹에 개런티해야 되는데 쉽지 않을듯. 연봉 낮은 선수의 상대적 박탈감 등 팀웍이 뒷받침되기 어려운 탓).

어처구니없는 FA 계약을 볼 때마다 구단의 처사에 한숨을 쉬면서도, 구단과 선수가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지경이다. 각 구단마다 매년 1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며 그룹에 손을 벌리고 있는 실정인데, 아무리 ‘성적 지상주의’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수십억원을 낭비하는 건 어처구니가 없는 탓이다.

각 기업에서는 투자대비 성과를 매년 임원들에게 채찍질하듯 주문하면서도 야구단 비용엔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게 한편으론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기가 찬다.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면 해마다 수십억원을 절약할수 있는데 말이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si8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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