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개 구단의 마무리훈련이 월말까지 한창이다. 그런데 마무리훈련? 가만 생각하니 좀 말이 안된다.

시즌이 끝나면 모든 게 종료되는데, 다시 훈련을 시작하다니? 10개 팀의 마무리훈련엔 1.5~2군이 대부분 참가하지만 일부 팀은 주전이 포함돼 있고, 감독 등 1군 코칭스태프가 모두 참가한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후 늘 시행하는 마무리훈련이지만 꼭 해야 되는지, 혹 다음 시즌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지 살펴보자.

메이저리그는 10월 중순~11월 초 시즌이 끝나면 바로 해산(각자 집으로~)이다. 그리고,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2월 중순에 다시 모인다. 포스트시즌에 못 올라간 팀의 선수들은 4개월이나 휴식을 취한다.

왜 그럴까? 6개월간 전쟁을 치르다시피 힘든 경기를 한 만큼 몸과 마음을 힐링시켜 새 시즌에 잘 대비하자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칠판에 글씨가 가득해졌으니 다시 지우고 새출발을 도모하자는 뜻. 이 기간 동안 평소하지 못한 취미생활을 즐기고 가족들과 여행도 떠나며 심신을 달랜다. 물론 약 두달 정도 쉬고 나서는 스프링캠프에 대비해 철저한 개인훈련을 갖는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 프로야구단 선수들이 해외 마무리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출국장에 들어서고 있다.
우리는 선수들 놀리기가 불안하니까 시즌 종료후 15일 정도만 지나면 선수들을 집합시킨다. 한마디로 구단과 감독들은 선수들을 1년 내내 운동(경기 포함)시키겠다는 생각을 35년째 갖고 있으며 그 누구도 이를 어기지 못해 왔다.

시즌후 마무리훈련을 갖는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고교-대학을 거치며 으레히 선수들은 쉼없이 훈련을 시켜야 된다는 고정관념을 야구인들이 갖고 있는 탓이다.

두 번째는 훈련을 시키지 않으면 감독, 코치들은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감독이 과감하게 마무리훈련을 생략하고(1.5~2군은 계속 훈련) 긴 휴식을 줬다가 다음 시즌에서 성적이 좋질 못하면 문책을 당할 수 있다.

물론 시즌중에도 경기후 숙소에서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도박을 하는 선수가 있고, 스포츠도박에 연류돼 법의 심판을 받는 선수도 있다. 아무리 촘촘하게 cctv를 설치하고 치안이 완벽해도 우리 사회의 범죄 예방이 100% 안되듯 딴짓하는 선수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메이저리그처럼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 선수도 사람인 만큼(감독, 코치도 마찬가지), 시즌후에는 악기를 다루고, 골프도 치고, 여행을 다니며 좋은 경험을 하고 싶어 한다. 특히 6개월간 가족과 떨어져 살다시피한 만큼 가족과의 유대는 매우 중요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바쁜 이가 미국 대통령일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주일에 닷새는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겠다고 취임초에 선언했고, 가능하면 저녁에 2시간 정도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딸 학교의 농구팀 코치를 맡기도 하고 여론의 눈총을 받긴 하지만 긴 골프 휴가를 가기도 한다. 가족과의 스킨십이 국정을 효율있게 추진하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은 스포츠세계에서도 통하는 진리다.

프로야구 규약에 비활동기간을 12월 1일부터 1월 31일로 정해(올해부터 비활동기간이 12월 1일~1월 15일에서 16일간 늘어났다) 이 기간은 자율훈련기간이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후 보통 보름후에 시작하는 마무리훈련은 피로가 덜 풀린 상태에서 받게 된다. 이러니 훈련 효과가 좋을 수가 없다. 일단 긴 휴식을 가진 뒤에 새롭게 훈련을 시작하는게 효과적이다.

‘집중과 몰입’이 전력을 극대화시킨다고 스포츠 과학계에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이젠 우리도 메이저리그 시스템을 과감히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

다시말해 시즌 종료후에는 일시에 해산하고 2월 1일 스프링캠프 시작때 모이는 것이다. 휴식기간 동안 자율 훈련을 얼마나 강하게 하는 지는 온전히 선수의 몫이다. 이제 웬만한 FA(자유계약선수)는 40억원 이상의 거금을 만지게 되므로 가만 놔둬도 선수들이 불꽃튀게 훈련할 수밖에 없다. 엉뚱한 짓을 하는 선수는 자연히 도태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몸이 녹초가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마무리훈련을 계속해 부상당하는 일을 막을수가 있고, 최고의 컨디션으로 스프링캠프와 새 시즌을 맞아 팬들에게 더 화끈한 승부를 선물해줄수 있을 것이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si8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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