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SK의 ‘소년장사’ 최정(29)이 다음 시즌에서도 새로운 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까.

KBO는 지난 14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 케이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2016 KBO리그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최우수선수(MVP), 신인상 및 부문별 시상식을 진행했다.

SK 최정. 스포츠코리아 제공
올시즌 홈런왕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시즌 40개의 홈런을 때려낸 NC의 테임즈와 최정이 공동수상했다. 하지만 테임즈는 개인 사정 탓에 지난 8일 미국으로 출국해 이번 시상식에서는 불참했고, 최정 홀로 트로피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시상식 당시 최정이 보인 반응은 이상할 정도로 덤덤했다. 사회자들의 질문에도 “영광이다. 기쁘다”라는 투로 짧은 대답만을 이어갔다. 다 이유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분명 ‘홈런왕’ 수상이 영광이었지만, 팀은 6위에 그치면서 올해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기에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기 때문.

시상식 직후 만난 최정은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점은 무척 아쉽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라고 올시즌을 한 마디로 정리했다.

그럼에도 힘든 시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올시즌 전반기는 최정에게 ‘고난’ 그 자체였다. 그 역시 이를 인정했다. 그는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뒤, 수상을 통해 올시즌을 갈무리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어느 때 보다 올시즌이 힘들기도 했다”며 “이것저것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시도를 해봤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최정은 올시즌 최악의 전반기를 보냈다. 전반기에만 20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거포 본능을 드러냈지만 타율은 2할3푼6리에 불과했고 타점은 51타점에 그쳤다. 20개의 홈런에 비한다면 다소 초라한 타점 기록이었다. 이는 전반기 최악의 득점권 타율과 맥을 함께한다. 그의 전반기 득점권 타율은 1할6푼3리에 그쳤다. 득점권 타율이 좋지 못했으니, 타점이 낮았던 것은 당연했다.

다행히 후반기 들어 최정은 빛을 발했다. 후반기 역시 20홈런을 때려내고 55타점을 기록한 것. 전반기의 기록과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후반기 출장 경기수가 전반기에 비해 무려 27경기나 적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큰 폭으로 기록이 상승한 셈이다. 실제로 그의 후반기 득점권 타율은 5할로 치솟았다. 전반기의 ‘1할 득점권 타율’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기록.

최정은 “후반기에는 성적이 상승하게 돼, 정말 다행스럽다. 뜻 깊은 한해였다”라고 말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개인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최정. 하지만 그는 새로운 변화 앞에 놓여있다. 바로 SK가 지난달 기존의 김용희 감독과의 결별을 선언한 뒤, 미국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외국인 감독 트레이 힐만을 영입했기 때문.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되기에 제 아무리 ‘간판스타’ 최정이라고 할지라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물론 최정은 팀 내에 감지되고 있는 개혁의 바람 속에서도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는 눈치다. 그는 “힐만 감독님이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야구를 원하시는 것 같다. 정말 기대가 되고,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에 맞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새 시즌을 맞이하는 소감을 전했다.

다행스럽게도 힐만 감독은 최정의 경기력에 만족감을 표하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이·취임식 당시 “팀 내에 20홈런은 물론 40홈런을 때려낸 선수들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다음 시즌에도 이들의 장타력이 그대로 유지됐으면 좋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최정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힐만 감독이 최정의 장타력을 눈여겨봤을 확률이 높아 보이는 대목.

SK 최정. 스포츠코리아 제공
최정 역시 힐만 감독의 바람을 전해 듣고, “마음 같아서는 내년에도 이런 자리에 왔으면 좋겠다. 올시즌을 앞두고 ‘타율 3할-30홈런’을 목표로 내걸었는데 운 좋게 40홈런을 기록했다.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며 “홈런왕으로 해당 시상식에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내고 싶다”라고 다음 시즌의 목표를 조기에 설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시 한 번 ‘홈런왕’이 돼 시상식 방문을 꿈꾸는 최정. 하지만 다음 시즌에도 홈런왕을 달성할 수만 있다면, 그는 ‘홈런왕’ 뿐만 아니라 기존의 목표를 초과달성할 가능성도 있다. 리그 MVP가 바로 그것.

실제로 최정은 이번 MVP 투표에서 106표를 얻어 최종 5위에 올랐다. 그를 1위로 꼽은 기자들도 2명이나 됐다. 이는 니퍼트(1위 62표)와 최형우(1위 35표)를 제외한다면 가장 많은 수치. 다음 시즌에도 이와 비슷한 혹은 조금만 더 성적이 높아진다면 ‘리그 MVP'란 결코 오르지 못할 나무는 아닌 셈이다.

올시즌을 앞두고 최정의 ‘홈런왕’ 등극을 예측한 이는 사실상 전무했다. 리그 초반만 하더라도 누군가 그를 홈런왕 후보로 꼽았다면 허황된 예측이라 폄하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당당히 홈런왕으로 올시즌을 매듭지었다.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어 낸 전례가 있는 최정이 다음시즌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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