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이재현 기자] 2016 KBO리그를 빛낸 최고의 별은 과연 누구일까.

두산 니퍼트(왼쪽)과 삼성 최형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KBO는 오는 14일 서울 양재동 The-K 호텔 컨벤션센터 2층 그랜드볼룸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 시상식’을 개최한다.

각 타이틀 1위의 자리는 이미 가려졌고, 신인왕 역시 압도적인 활약을 펼친 신재영(넥센)에게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최고의 영예인 정규시즌 MVP의 향방은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투수 3관왕에 오른 니퍼트(두산)와 타격 3관왕 최형우(삼성)의 팽팽한 2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과연 MVP를 품에 안게 될 선수는 누구일까.

▶ 박대웅 기자 : 니퍼트, 모든 것이 완벽했던 ‘니느님’

두산 니퍼트. 스포츠코리아 제공
먼저 니퍼트의 기록부터 살펴보자. 올시즌 총 28경기에 등판한 그는 22승3패 평균자책점 2.95의 성적을 남겼다. 그야말로 두산의 ‘니느님’으로 불릴 자격이 충분했다.

22승은 2007년 MVP를 차지했던 리오스와 함께 역대 외국인 최다승 타이에 해당되는 성적이며, 8할8푼의 승률은 선발로서 2004년 배영수(17승2패, 승률 0.895) 이후 최고 기록이다.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에 2점대 평균자책점을 남긴 선수도 오직 니퍼트 뿐이다.

2위와 압도적인 차이로 다승, 평균자책점, 승률 3관왕을 거머쥐었다. 최형우의 타격 3관왕도 대단했지만 막판까지 다른 선수들과 치열한 경합이 있었다면 니퍼트의 경우 일찌감치 타이틀 경쟁에 대한 긴장감을 지워버렸을 만큼 그야말로 독보적인 수치를 찍었다. 타고투저의 시대에 이같은 기록을 남겼다는 점이 더욱 인상적이다.

물론 그가 ‘팀 두산’의 강한 전력 덕을 본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타자들이 충분한 점수를 뽑았고, 야수들이 안정적으로 타구를 처리해줬다. 기록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서 제공하는 득점 지원(8.93점 , 최다 1위) 및 수비 무관 추정 평균자책점(4.44) 등에서도 니퍼트가 동료들의 도움을 확실히 받은 사실이 나타나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니퍼트는 두산의 전력에 안정감을 심어준 일등 공신이다. 이미 올시즌 전까지 통산 58승을 책임진 니퍼트는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압도적인 활약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올해도 당당히 팀 에이스로 인정받았고 그럴만한 자격이 있음을 마운드 위에서 증명했기 때문에 그가 등판한 날에는 동료들도 편안한 마음 속에서 평소보다 더욱 좋은 경기력이 나왔다고 보는 것이 맞다.

오히려 니퍼트는 불펜에서 승리를 날린 경우가 3차례 있었을 뿐 불펜 또는 타선이 패배를 막아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주자를 남기고 물러난 경우도 거의 없었을 만큼 스스로가 해결사로서 진가를 떨친 경우가 많았다. 판타스틱4의 또다른 요원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의 성적도 매우 좋았지만 이들과 비교해서도 차원이 다른 성적을 남긴 선수가 바로 니퍼트다.

최근 몇 년 간 정규리그 우승팀에서 MVP가 나오지 않았으나 이는 MVP 수상자와 비교했을 때 그에 준하는 임팩트를 보여준 선수조차 우승팀에서 없었던 이유가 크다. 올시즌 니퍼트는 투수 쪽에서 압도적인 개인 성적 뿐 아니라 외국인 최다승에 해당되는 기록을 통해 두산을 단일 시즌 최다승으로 이끈 중심에 섰다. 최형우와 개인 성적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라면 우승 프리미엄이 기자단의 표심을 움직일 여지가 충분하다. 역대 포스트시즌 탈락팀에서 MVP가 배출된 사례 역시 2005년 손민한, 2012년 박병호 뿐이었기 때문에 최형우에게는 팀 성적이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니퍼트가 토종 선수 프리미엄으로 인해 손해를 볼 가능성은 크지 않다. 2012년 장원삼, 나이트의 골든글러브 투표 논란을 거친 이후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개선됐고, 지난해에는 테임즈가 MVP로 등극한 것을 비롯해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선수 3명이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니퍼트의 경우 어느덧 6시즌 째 KBO 무대를 누비며 한국에서도 다양한 선행을 해온 만큼 외국인이라는 요소는 MVP 등극에 장애물이 되기 어렵다.

▶이재현 기자 : 역대급 ‘타고투저’서 압도적 존재감 뽐낸 최형우

삼성 최형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올시즌은 역대급 ‘타고투저’의 시즌이었다. KBO 역대 최초로 리그 타율이 2할9푼이었던 것은 물론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들이 무려 40명에 달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격 3관왕’의 의미까지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올시즌 타격 3관왕은 역대급 타고투저의 흐름 속,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타격 전쟁에서 승리한 선수로 평가할 수 있다. 그 선수가 바로 최형우다.

소속팀인 삼성은 올시즌을 역대 최악의 성적인 9위로 마무리했지만 최형우는 단연 빛났다. 오히려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어냈다. 타율(0.376)과 타점(144타점), 안타(195안타)까지 총 3개 부문에서 리그 1위에 올랐다. 팀의 부진 속에서 이뤄낸 타격 3관왕인 만큼 더욱 값진 성적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출루율마저 4할6푼4리에 달한다. 리그 정상급 리드오프인 이용규(한화, 0.438)보다도 높은 기록.

특히 타점왕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올시즌 삼성의 팀 출루율은 3할6푼7리였다. 이는 리그 5위에 해당하는 성적인데 타점 환경이 타 팀에 비해 좋지 않았음에도 최형우는 스스로 이를 극복해냈다. 시즌 득점권 타율이 3할8푼에 달했기에 가능한 타점왕이었다.

게다가 KBO 시상에서 제외되는 세부적인 기록들까지 포함한다면 최형우는 실질적으로 올시즌 ‘타격 6관왕’이 된다. 2루타(46개)와, 루타(338)는 물론 OPS(1.105) 부문 선두 역시 최형우의 몫이었다.

반면 MVP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니퍼트는 KBO 시상 기록에서 ‘투수 3관왕’에 올랐지만 시상 제외 기록을 살펴보면 최형우와 달리 선두에 오르지 못했다. 시즌 WHIP(이닝 당 출루허용률, 1.18)은 물론 피안타율 선두(0.239)는 보우덴(두산)이며, 퀄리티스타트 부문(22차례) 역시 양현종(KIA)이 1위 자리를 가져갔다.

이 중에서도 눈여겨 봐야할 니퍼트의 기록은 상대적으로 적은 이닝수와 상당한 득점 지원이다. 니퍼트가 올시즌 책임진 이닝은 167.2이닝인데 이는 리그 13위에 불과하다. 사실상 올시즌 신인왕으로 평가받는 신재영(168.2이닝) 보다도 적은 수치. 니퍼트와 마찬가지로 28경기에 나선 삼성 윤성환의 경우 180이닝을 책임졌다. 선발 투수의 최대 덕목 중 하나인 ‘이닝 이터’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최형우가 단순히 개인 기록만 쌓은 선수도 아니다. 팀적인 면에서도 그의 활약은 ‘영양만점’이다. 올시즌 최형우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 기여도)는 7.75에 달한다. 이는 리그 내 타자들 가운데 최고다. 리그 내에서 ‘괴물 타자’로 평가받으며 올시즌 ‘홈런왕’에 오른 테임즈조차 5.97을 획득하는데 그쳤다. 그만큼 최형우의 올시즌 활약은 단연 독보적이다.

니퍼트와의 종합 WAR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는 최형우다. 수비와 주루까지 포함한 최형우의 올시즌 종합 WAR은 7.96이다. 오히려 타격 WAR보다 높아지는 모습인데, 니퍼트의 종합 WAR은 5.97이다. 비교를 불허하는 격차다.

이러한 시즌 종합 WAR 1위라는 기록은 리그 MVP 수상에 있어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2014시즌 이후 리그 MVP는 모두 종합 WAR 선두인 선수가 수상했기 때문. 2014년의 서건창과 지난해 테임즈가 바로 그 주인공들인데 이 추세라면 최형우 역시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최근 4시즌간 리그 MVP의 주인공은 투수가 아닌 타자였다. 가장 최근 투수로서 리그 MVP를 수상한 선수는 2011년의 KIA 윤석민이 마지막이었다. 통산 MVP 수상자들의 면면(투수 12명, 타자 22명)을 살펴보면 리그 MVP는 기본적으로 타자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최형우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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