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넥센이 다시 한 번 파격적 감독 선임을 단행했다. 바로 장정석 운영팀장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한 것. 여러모로 전임자였던 염경엽 전 감독이 걸어온 길과 중첩된다.

넥센의 제 4대 감독으로 선임된 장정석 감독. 넥센 히어로즈 제공
넥센은 27일 장정석(43) 신임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장 감독은 계약기간 3년, 계약금 2억원, 연봉 2억원 등 총액 8억원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로써 지난 18일 염경엽 감독과의 이별을 공식화 했던 넥센은 10일이 채 지나지 않아, 새로운 감독을 선임했다. 사령탑 공백은 길지 않았다.

그러나 넥센의 선택은 다소 의외다. 장 감독은 지난 1996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데뷔해, 지난 2004년 KIA에서 현역을 마무리 한 선수 경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감독은 물론 코치 경험이 일천한 인물이었기 때문.

다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행보는 아니다. 전임자였던 염경엽 감독의 선임 발표 직후 야구계의 반응 역시 이와 유사했기 때문. 김시진 감독과의 결별을 결정한 넥센은 지난 2012년 10월 당시 염경엽 작전·주루 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지금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명장으로 통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염경엽 감독이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야구팬들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넥센의 결정은 파격 그 자체였다.

당시 이장석 대표이사는 “긍정적 변화를 위한 대대적인 팀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갈 리더로서 염경엽 감독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라고 선임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유명세는 다소 떨어질 수 있으나 팀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을 선임했다는 설명이었다.

지난 2000년 현대에서 현역 은퇴한 염 감독은 현대 구단의 운영팀 과장과 수비코치까지 역임했다. 그리고 팀을 옮겨 LG의 운영팀장을 거쳐 지난 2011년 넥센의 작전 주루 코치로 부임했다. 코치 시절 염경엽 감독은 현재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가 된 강정호, 서건창, 박병호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잠재력을 발현시켜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이장석 대표이사의 판단은 정확했다. 염경엽 감독은 부임 이후 4시즌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지도를 받았던 강정호와 박병호는 그 실력을 인정 받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정도. 특히 지난 2014년에는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일궈냈다.

넥센은 이번 준플레이오프 직후 염경엽 감독과 끝내 이별했지만, 그를 선임했던 배경만큼은 결코 잊지 않았다. 이는 염경엽 감독이 남긴 유산과도 같은 기억이었다.

장정석 감독 역시 염경엽 전임 감독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 2005년부터 현대의 프런트로 합류한 그는 2008년 사실상 현대의 선수단을 물려받은 넥센에 남아 현재까지 프런트로 재직했다. 염 감독만큼이나 팀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 바로 장정석 신임 감독인 것.

넥센의 제 3대 감독이었던 염경엽 전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이미 장 감독은 내부적으로 코칭스태프와의 교감은 물론 선수단에 대한 뛰어난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비록 팀은 달랐지만, 구단의 운영팀장을 역임했다는 점까지 염 감독과의 경력과 꼭 닮았다. 심지어 감독 부임 당시의 나이(2012년 염경엽 44세, 2016년 장정석 43세)까지 비슷하다.

다만 우려가 되는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수비 코치, 작전 코치등 여러 해 코치 생활을 해왔던 염경엽 전임 감독과 달리, 장정석 신임 감독은 코치 경험조차 일천하기 때문.

감독 선임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이장석 대표이사 역시 이러한 주변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기 마련 아닌가. 오히려 현장에서 보여준 것이 없기 때문에 선입견이 없는 인물이 장 감독이다”며 “하얀 캔버스와 같은 상황이라, 코칭스태프는 물론 각 파트의 조언을 거부감 없이 써 내려갈 인물이라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특히 코치 경험이 없어 감독이 될 수 없다는 것 역시 선입견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각 파트에서 권한과 역할만 주어진다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코치진과 프런트를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각 파트의 이해관계를 가장 슬기롭게 풀어내고 조율할 수 있는 필드매니저가 필요했다. 장정석 신임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라고 덧붙였다.

염경엽 전 감독에 이어 장정석 감독을 통해 선입견에 도전하는 넥센, 넥센은 다시 한 번 파격을 통해 승부수를 띄웠다. 과연 장 감독은 염경엽 감독에 이어 ‘제 2의 숨은 진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넥센의 2017시즌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