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역 고가도로를 철거해 뉴욕 하이라인 파크처럼 공중공원으로 만드는 ‘7017 프로젝트’를 자신의 재임중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오세훈 전 시장 측은 서울시내 10여개 고가도로를 철거해 도심환경과 보행권을 개선하려 했던 중장기 프로젝트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 전 시장으로서는 잘 정돈된 고가도로 자리를 지날 때마다 속이 불편할 듯도 하다.

서울시뿐만 아니다. 광역 단체의 현-전 단체장은 거의가 원수지간이다. 전임자가 기획, 추진했던 사업은 후임자가 대부분 폐기처분하기 때문이다. 아주 알찬 사업만 ‘야심작’으로 환골탈태시킨다.

이는 공기업사장, 대기업 CEO들도 마찬가지다. 신임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전임 사장이 세웠던 기획안은 모두 쓰레기통으로 던져진다.

10구단 kt 위즈 창단은 2012~2013년 당시 이석채 회장이 큰 맘 먹고 추진했었다. 부영과의 창단 경쟁이 치열했던 탓이긴 하지만 가입금으로 200억원이나 냈다(9구단 NC는 50억원).

또 구단 설립에 과감한 투자 계획을 세워 신생팀 돌풍을 예고했다(염태영 수원시장은 250억원이 넘는 거금을 들여 낡은 수원구장을 리모델링, 이에 화답했다).

그러나, 2014년 1월 kt 회장으로 취임한 황창규 전 삼성전자 기술총괄사장은 “회사도 어려운데 프로야구단에 왜 이렇게 돈을 많이 들여?”라며 투자 계획을 대폭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곧 축소 경영으로 이어져 꼴찌로 가는 길을 택한 꼴이 됐다.

kt는 조범현 감독을 교체하고 김진욱 신임 감독을 선임하는 등 대대적인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워 실천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신생팀에게는 창단후 2년간 외국인 선수 4명 보유의 특혜가 주어지므로 외국인 선수만 잘 뽑으면 탈꼴찌는 물론, 4~5강 진출까지 바라볼수 있었다는 게 야구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본사(그룹) 지원을 화끈하게 받지 못한 kt 위즈는 전혀 비싸지 않은 외국인 선수를 계속 영입, 교체하다 보니 2연속 10위의 수모를 당했다.

사령탑을 바꾸긴 했지만, 외국인 선수 보유가 3명으로 줄어든데다 최형우(삼성 외야수) 양현종(KIA 투수) 등 굵직한 FA(자유계약선수)를 한명이라도 잡지 않는 한 내년에도 최하위 탈출은 요원해 보인다(NC 다이노스는 박석민 영입효과로 창단 4년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

염태영 수원시장은 프로야구단 창단 프리미엄 효과인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야구장을 과감히 ‘신장개업’했고, 50억원 가까운 각종 광고권도 kt 위즈에 무상으로 줬다(잠실구장은 서울시가 보유). 하지만 kt위즈 구단주인 황창규회장은 애써 투자를 외면했고 결과는 볼품없는 성적으로 이어졌다.

아름답고 쾌적한 구장으로 변신한 수원 kt위즈파크는, 성적만 뒷받침해준다면 올해의 68만명보다 30% 많은 80만명 동원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120만명의 수원과 그 인근 지역인 분당, 판교, 광교, 화성, 용인, 동탄의 합친 인구는 조만간 300만명을 넘어서 잠재 관중은 엄청나다.

kt가 적극적인 투자를 해 치열하게 중위권을 다퉜다면 프로야구 인기를 등에 업고 구단 수입은 크게 늘어났고 통신 가입자 확보 경쟁에서는 SK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섰을 것이다. 경영학에서 금기시하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수 있다.

투자 축소에 이어 황회장의 두 번째 악수(惡手)는 kt위즈를 총괄하는 kt스포츠 대표의 선임이다. 황회장은 지난 2월말 갑작스레 kt스포츠 대표를 바꿔 야구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김준교 대표는 중앙대 예체능 부총장을 지내 스포츠와 약간의 인연은 있지만,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디자인 전문가다. 황회장이 파격적으로 기용했지만, 성적은 여전히 곤두박질쳤고 팀내 사고는 더 많아졌다. 김대표는 브랜드마케팅 전문가라지만 성적은 1년새 단 1승 이 올랐고 연간 관중은 3만여명 증가에 그쳤다.

물론 아무리 마케팅 전문가라 해도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능력 발휘가 힘들것이다. kt는 황회장 취임후 약 3년만에 눈부신 성장을 이뤄 1조2929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그런 만큼 이번 스토브리그부터 투자를 늘린다면 감독, 야구단장 교체의 시너지효과까지 합쳐 큰 변화를 이룰수 있다.

필자는 kt스포츠 임원 출신으로 kt 내부사정을 밖으로 드러내는 게 가슴아프긴 하지만, 1개 구단의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경영이 프로야구 전체 흥행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야구인과 팬 여러분의 넓은 양해를 구한다.

또 프로야구 초창기 기자로서 17년간 야구 발전에 헌신한 만큼, kt스포츠의 무책임한 야구단 운영을 그냥 덮어두기 보다는 백일하에 드러내 비판과 지적을 하는 것이 프로야구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처신일 것이다. 야구 칼럼니스트/전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si8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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