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가을에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는데 올해는 정말 잘하고 싶다.”

LG와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NC 이종욱(36)이 밝힌 소망이다. 하지만 이종욱은 팀이 한국시리즈 티켓을 거머쥘 때에도 활짝 웃을 수 없었다. 그가 한국시리즈에서는 베테랑의 진가를 드러낼 수 있을까.

NC는 29일 잠실구장에서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시작으로 7전4선승제의 마지막 승부에 돌입한다.

앞서 NC가 LG의 뜨거운 기세를 잠재우며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을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 마운드의 공이 컸다. 해커와 스튜어트가 등판한 총 3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으며, 모든 투수가 평균자책점 1.69(37.1이닝 21피안타 21볼넷 24탈삼진 7실점)의 짠물 피칭을 합작하면서 3승1패의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물론 토종 선발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크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모습을 이어간다면 두산이 자랑하는 선발 판타스틱4를 상대로도 충분히 좋은 맞대결을 기대해볼 수 있다.

연합뉴스 제공
마운드에 비해 타선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 것이 사실이다. NC 타자들이 4경기에서 남긴 성적은 팀 타율 2할5푼 4홈런 14타점. 정규시즌 당시 보여준 위력에는 한참 모자랐다. 특히 NC가 자랑하는 ‘나테이박(나성범-테임즈-이호준-박석민)’ 중심 타자들은 2할 초반, 심지어 1할대 타율에 그치면서 진가를 떨치지 못했다.

하지만 4차전에서만큼은 달랐다. 3차전까지 13타수 1안타에 그쳐있던 나성범이 5타수 2안타 1득점으로 멀티히트에 성공했고, 테임즈 역시 홈런을 비롯해 5타수 2안타로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호준과 박석민도 나란히 안타와 타점을 신고했으며, 특히 박석민의 경우 2차전에 이어 또 한 번 균형을 깨는 결승 홈런을 때려내 플레이오프 MVP에 등극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처럼 중심 타선이 부활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이들이 더욱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테이블 세터의 활약도 매우 중요하다.

2차전부터 줄곧 리드오프를 책임져온 박민우는 타율 3할3푼3리(18타수 6안타)로 좋은 타격감을 보였기 때문에 특별히 걱정할 부분이 없다. 하지만 박민우와 테이블 세터로 짝을 이룰 가능성이 높은 이종욱의 경우 플레이오프 내내 잠잠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이종욱은 1차전 리드오프의 중책을 맡았지만 4타수 무안타 1삼진에 그쳤다. 득점권 한 차례를 포함해 주자가 2번이나 출루했으나 타점은 물론 진루타도 기록하지 못했다.

2차전을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던 이종욱은 3, 4차전에서도 각각 안타 1개씩을 때려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모습은 아니었다. 특히 3차전에서는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을 통해 3차례나 출루했으나 9회 1사 1, 2루에서 유격수 인필드플라이에 그쳤고, 11회 역시 동일한 기회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 고개를 숙였다.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이종욱이 남긴 성적은 타율 1할5푼4리(13타수 2안타) 1볼넷 1사구 4삼진. 여러 타자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종욱의 침묵이 더욱 아쉽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가 NC에 합류한 이후 가을 무대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종욱은 두산 시절 2007년 처음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 포스트시즌 57경기에서 통산 타율 3할8리(227타수 70안타) 20타점 41득점 15도루를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그러나 NC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에는 이같은 강심장의 면모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14년 준플레이오프에서 10타수 무안타 3삼진에 그친 것을 시작으로 올해 플레이오프를 모두 포함시킬 경우 3년 간 포스트시즌 12경기 타율 1할2푼2리(41타수 5안타) 2타점에 그쳐있는 것.

이종욱 역시 포스트시즌 부진을 잘 알고 있었다.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당시 그는 “가을 성적이 좋지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겠나. 잘 할 때도 있지 않을까”라며 긍정의 힘을 강조한 뒤 “부담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첫 타석, 첫 공을 볼 때의 느낌이 중요할 것 같은데 안타를 빨리 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종욱은 이어 “몸상태는 좋다. 나 뿐 아니라 다들 돌아가며 미쳤으면 한다. NC에 와서 가을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고 도움이 안 됐는데 올해는 정말 잘하고 싶다”는 소망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이종욱은 NC 팬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NC와 이종욱의 가을 무대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특히 친정팀과의 결승 무대가 만들어지면서 이종욱이 한국시리즈에 임하는 각오도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한 상황.

미디어데이에서 “(김)재호가 요즘 약을 올린다. 이번에는 한국시리즈에 올라가서 붙어보고 싶다. 재호야, 기다리고 있어”라는 선전 포고로 두산과의 만남을 기대했던 이종욱이 이번만큼은 명예회복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