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두산과 NC가 자랑하는 방패와 창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하지만 시리즈의 운명이 특정 선수들의 어깨에만 달려있는 것은 아니다.

두산과 NC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16 KBO 한국시리즈 1차전을 시작으로 7전4선승제의 마지막 격돌을 앞두고 있다.

양 팀을 대표하는 최고의 무기는 서로 반대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먼저 두산은 니퍼트-장원준-보우덴-유희관까지 리그 최고의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다. 4명의 선발투수가 합작한 승수만 무려 70승에 이르며, 이들이 다승 1위부터 공동 3위를 모두 쓸어 담았다.

이에 맞서는 NC는 나성범-테임즈-이호준-박석민으로 연결되는 막강한 중심타선이 팀의 상징이다. 4명의 타자가 115홈런 425타점을 폭발시키며 정규시즌 동안 상대 마운드를 공포에 빠뜨렸다.

하지만 단순히 시리즈 구도가 창과 방패의 대결로 흘러간다고 볼 수만은 없다. 보다 엄밀히 말하면 두산의 방패는 상대를 찍어 누를 수 있는 공격력을 함께 갖추고 있으며, NC의 창 역시 날카로운 공격과 더불어 방어의 기능을 함께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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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두산은 올시즌 팀 타율 2할9푼8리 183홈런 877타점 935득점 출루율 3할7푼8리 장타율 4할7푼3리를 기록하며 이 모든 부문에서 전체 1위에 오른 팀이다. NC 역시 팀 평균자책점 4.48로 두산에 이어 전체 2위에 올랐고, 피안타율(0.266)과 이닝당 출루 허용률(1.42) 등에서는 1위를 차지했을 만큼 마운드가 안정된 팀이다.

NC에 ‘나테이박’이 있다면 두산은 민병헌, 김재환, 양의지, 오재일, 에반스가 화력 대결에서 맞불을 놓을 수 있다. 특히 올시즌 타율 3할2푼5리 37홈런 124타점을 기록하며 마침내 잠재력을 폭발시킨 김재환과 함께 오재일도 타율 3할1푼6리 27홈런 92타점으로 커리어 하이에 해당되는 성적을 남겼다. 민병헌과 양의지도 변함없이 좋은 활약을 펼친 가운데 에반스 역시 초반 난조를 딛고 타율 3할8리 24홈런 81타점으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중심 타선을 어떻게 꾸릴지도 행복한 고민인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리드오프로 투입될 가능성이 높은 박건우 역시 올시즌 타율 3할3푼5리 20홈런 83타점 95득점 17도루를 기록하며 눈부신 한 해를 보냈고, 오재원, 허경민, 김재호 등 쉬어갈 틈이 없는 짜임새를 갖춘 팀이 바로 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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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판타스틱4에 맞서는 NC 마운드도 호락호락하게 볼 수 없다. 특히 외국인 원투 펀치 해커와 스튜어트는 이번 시리즈의 운명을 좌우할 핵심 열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해커는 올시즌 부상으로 인한 공백기가 있었음에도 13승3패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 변함없이 든든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년 동안 포스트시즌에서 승리와 인연이 없었고, 특히 니퍼트와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고개를 숙였지만 이번 LG와의 플레이오프를 통해 가을의 좋지 못했던 기억을 말끔히 씻어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2, 6차전에서 장원준과의 격돌이 유력하기 때문에 에이스 대결에 대한 부담감도 줄어든 편이다.

스튜어트 역시 풀타임 첫 해 12승8패 평균자책점 4.56으로 충분히 제 몫을 다해줬다. LG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7.1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통해 NC가 안방에서 연승을 챙기는 중심에 우뚝 섰다. 물론 두산전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10.43으로 약점을 노출했고, 니퍼트와 1차전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부담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NC 타선을 믿고 플레이오프 때와 같이 상대 타선을 봉쇄하는 데에만 전념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토종 선발진에서는 이재학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에 두산과 비교해 전력이 밀리는 것은 분명하다. 기대를 걸었던 장현식과 최금강이 플레이오프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점도 불안 요소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들이 안방에서 선발로 설 수 있기 때문에 심리적인 면에서 도움이 될 전망이며, 구창모와 배재환을 포함해 물량전을 펼친다면 평가를 뒤집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무엇보다 임창민, 원종현, 이민호, 최금강 등이 버티고 있는 불펜에서만큼은 두산에게 밀릴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초반부터 일방적으로 밀리지만 않는다면 NC에게도 승산은 있다.

이 밖에도 두산은 시즌 후반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홍상삼과 이용찬의 활약, 이현승이 지난해와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의 여부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NC의 경우 ‘나테이박’에게 밥상을 차려줄 박민우-이종욱 테이블 세터진 및 손시헌-김성욱-김태군 등 중심 타선 이상으로 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을 펼친 하위 타선의 방망이에도 시선을 고정시킬 필요가 있다.

포스트시즌은 기존의 영웅이 승리를 이끌 때도 있지만 승리했을 때 비로소 영웅이 탄생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어느 선수가 최고의 별로 우뚝서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판타스틱4’와 ‘나테이박’ 외에도 엔트리에 포함되는 선수 하나하나를 모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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