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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NC가 이재학(26)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도 제외시킬 방침이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6일 프로야구 승부조작 수사 결과 발표를 한국시리즈가 끝난 이후에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10월말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보강 수사가 필요해 부득이하게 시기가 늦어졌다.

경찰의 발표가 미뤄지면서 이재학이 마운드에 서는 모습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사실상 볼 수 없을 전망이다. NC 관계자 역시 스포츠한국과의 통화에서 “수사 발표가 최종적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이재학의 엔트리 등록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당초 NC는 LG와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이재학을 엔트리에서 제외시키겠다는 공식 발표를 했다. 구단 측에서는 “고심 끝에 승부 조작 의혹을 받아왔던 이재학을 플레이오프에 투입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사와 관련한 논란을 야구 축제의 장으로 가져오는 것은 팬 여러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이재학을 제외시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NC는 엔트리 제외 기간 범위를 포스트시즌이 아닌 플레이오프로 규정했다. 때문에 만약 한국시리즈 엔트리 등록 마감 시점인 28일 이전에 수사 결과가 발표되고 이재학의 결백이 입증됐다면 그를 품고 가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최종 수사 결과 발표가 미뤄지면서 NC로서는 답답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물론 말 그대로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재학이 받은 징계는 전혀 없으며, 규정상으로도 출전이 문제될 일은 전혀 없다.

그러나 NC가 이재학을 한국시리즈에 투입시킬 경우 플레이오프 직전 첫 발표에서 세웠던 원칙을 스스로 깨뜨리는 셈이 된다. 김경문 감독 역시 미디어데이에서 “보도가 나가고 팀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은 맞다. 그러나 스포츠는 어디까지나 깨끗하고 정정당당해야 한다”며 어려울수록 오히려 더 뭉쳐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같은 각오를 플레이오프에서 제대로 보여준 NC이기 때문에 한국시리즈 역시 우승이라는 결과물보다 깨끗한 과정에 계속해서 무게를 둘 방침이다.

하지만 이재학이 엔트리에서 또다시 제외될 경우 두산이 자랑하는 막강 선발 4인방(니퍼트, 장원준, 보우덴, 유희관)에 대항할 전력을 꾸리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재학은 올시즌 12승4패 평균자책점 4.58을 기록하며 개인 최다승을 갈아치우는 등 NC의 토종 에이스로서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했다.

‘원투 펀치’ 해커와 스튜어트가 플레이오프에서 기대 이상의 피칭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3차전 선발 장현식이 정규시즌 막판 뜨거웠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제구가 크게 흔들렸고, 그 뒤를 이어받은 최금강도 상황은 비슷했다. 배재환과 구창모 역시 선발을 맡길 수 있는 자원이지만 큰 경기 경험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재학이 한국시리즈가 열리기 전 혐의를 깔끔히 벗어던지고 마운드에서 맹활약을 펼쳐주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끝내 NC에게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스스로 세운 원칙을 마지막까지 준수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토종 선발진들의 부담감이 더욱 가중된 것은 사실이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것처럼 또 한 번 선수단이 하나로 똘똘 뭉쳐 우승이라는 최종 목표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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