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KIA, 넥센 꺾고 NC에게 패했지만 10번의 가을야구를 통해 LG는 강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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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눈 감고 LG를 그렸을 것 같다. 마음 속에 있는 LG를 찾았을 것 같다. 그렇게 흘러간 옛 유행가의 가사처럼 LG 팬들은 선수들의 이름을 외치고 또 외쳤다.

팬들에게 올해의 LG는 행복, 그 자체였다. 비록 꿈에 그리던 한국시리즈 진출은 실패했지만 사실상 LG가 가을야구의 주인공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LG의 2016시즌이 끝났다.

LG는 지난 2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패하며 길었던 2016시즌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올해 3월, LG가 오키나와로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직전에 양상문 감독은 "정말 올해는 우리 선수들이 뭔가를 해줄 것 같다. 정말 마음 속 깊이 떨리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감독이라면 으레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시즌 초반까지, LG의 행보는 좋지 못했다. 젊은 선수들은 기를 펴지 못했고, 마운드에서는 선발이 연달아 시소처럼 부상을 당하며 자리를 비웠다.

겨우 데려온 외인 코프랜드는 지각생임에도 제 몫을 해주지 못하고 고개만 숙였다. 타선은 여전히 힘을 쓰지 못했고 마무리 임정우는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게 전반기를 8위로 마감했다. 다시금 2014시즌의 9위 악몽이 떠올랐다. 팬들도 힘들고 선수들도 힘들었다. 일부 팬들은 현수막을 들고 외야에서 감독 퇴진과 프런트의 무능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반전에 성공했다. 8월이 되기 전, 4연승을 거두면서 조금씩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코프랜드 대신 영입한 허프는 역대급 활약으로 완벽한 피칭을 보여줬다.

잘 뽑은 캡틴은 어디 가지 않는다. 주장 류제국은 토종 우완 투수 가운데 1, 2위를 다툴만큼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팀을 이끌었다. 소사는 여전히 이닝을 먹어댔고 김지용은 불펜에서 철벽을 과시하며 자신의 이름을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멘탈이 회복된 마무리 임정우는 특유의 커브로 세이브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박용택과 정성훈은 나란히 2000안타 고지를 정복했고 오지환은 LG 유격수 최초 20홈런 타자가 됐다. 채은성은 LG의 진짜 실버스타가 됐고 히메네스는 페타지니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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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극적으로 4위에 진출한 LG는 2년 만에 다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여전히 고비는 많았다. 특히 5위 KIA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절정이었다.

1승을 안고 임했음에도 1차전에서 패하며 궁지에 몰렸다. 하지만 2016시즌 KBO리그 최고의 경기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2차전에서 김용의가 극적으로 끝내기 결승타를 쳐내며 승리를 일궈냈다.

LG의 기세는 이어졌다. 3위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LG는 1차전에서 7-0으로 승리를 거두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고척에서 1승 1패를 기록한 LG는 안방인 잠실에서 더욱 힘을 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3차전에서 포수 유강남의 홈런 한 방이 나오자 팬들은 환하게 웃었다. 이어 4차전까지 연달아 잡아내며 LG는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지난 2014시즌에 1승 3패로 넥센에게 패했던 악몽을 고스란히 지우는 LG의 복수전이었다. 그렇게 NC와 맞붙었다. 2014시즌에 3승 1패로 이겼던 NC였다.

그러나 올해 정규시즌 2위인 NC는 강했다. 마산 1, 2차전에서 LG는 연달아 패했다. 궁지에 몰린 3차전에서는 역사에 남을만한 최악의 졸전 끝에 겨우 승리를 따냈지만 4차전에서 허프가 무너지며 끝내 패했다.

2002년 이후, 14년 만에 다시 한번 한국시리즈에 도전하려 했던 LG의 2016시즌의 꿈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럼에도 모두 10번의 가을야구를 통해 LG는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성적 뿐 아니라 LG에게 올해가 더욱 의미가 있던 것은 바로 리빌딩이었다. 세대교체가 명확하게 이루어진 시기였다. 박용택과 정성훈을 제외하면 타선에서 베테랑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운드 역시 선발과 불펜, 마무리까지 젊은 선수들이 실력을 마음껏 드러내며 성장했다. 양상문 감독의 리빌딩과 성적, 두 마리 토끼 사냥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시즌이었다.

이제는 예전의 LG가 아니다. 강해진 LG다. 더욱 긍정적인 것은 올해 10번의 가을야구를 통해 LG는 더욱 강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전날 패배 후, 양상문 감독은 "가을야구 10경기를 치른 것이 우리 선수들에게는 1년 시즌을 치른 것보다 더 값졌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 하기도 했다.

최근 4년간 3번이나 플레이오프에 나간 팀이다. LG는 그렇게 성장하고 강해지면서 함께 유광점퍼를 입고 응원해준 팬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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