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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잠실=김성태 기자] 눈빛이 달랐다. 외인 선수가 자진해서 나오겠다고 감독을 찾아간다. 그런 팀 분위기가 흐르고 있는 것이 지금의 LG였다.

의지는 좋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이틀 쉬고 나온 것이 결국 악수가 됐고, LG는 쓸쓸히 돌아서고 말았다.

LG 허프는 2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5회 중간투수로 등판, 7회 박석민과 김성욱에게 연달아 홈런을 내주며 2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1-1로 팽팽하고 맞서고 있던 5회, 우규민이 상대 손시헌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나온 김태군의 희생번트는 무리없이 처리했지만 1사 2루가 됐다.

어쨌든 단판 승부다. 1점이 중요한 상황에서 LG는 4.1이닝동안 70개의 공을 던져 4탈삼진 1피홈런 1실점을 기록한 우규민 대신 허프를 투입했다.

여기서 점수를 내주면 끝이라는 양상문 감독의 판단이었다. 이미 허프의 중간 투입은 어느 정도 예고된 상황이었다.

지난 22일 마산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이닝동안 97개의 공을 던져 4피안타 2실점을 기록한 허프였다. 본인이 자청해서 등판을 원했다.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니 양 감독이 마음 속으로 얼마나 좋아했을까? 그렇게 이날 경기 전, 허프는 수건을 열심히 뿌리면서 워밍업을 하기도 했다.

어차피 이틀 쉬고 3일째 되는 날이니 불펜 피칭을 소화할 타이밍도 겹쳤다. 허프는 그렇게 우규민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라왔다.

1사 2루에서 상대 NC는 9번 김준완 대신 속구 대처 능력이 뛰어난 권희동을 대타로 투입했다. 하지만 허프는 권희동의 방망이를 부러뜨리는 강속구를 뿌렸다.

그렇게 143km짜리 커터인 5구째 공을 던졌고 권희동의 얕은 타구를 허프 본인이 직접 잡아 차분하게 1루로 송구,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멈추지 않았다. 이어 나온 박민우 역시 2구째 147km짜리 직구로 승부했다. 박민우가 타격에 성공했지만 허프는 수비도 좋았다.

박민우의 강습 타구를 곧바로 잡은 뒤, 1루로 송구하며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모두 자신의 손으로 잡아냈다.

구위도 변함이 없었고 수비 역시 깔끔했다. 양상문 감독이 믿고 기용하는 이유가 다 있었다.

6회에도 등판한 허프는 선두타자 이종욱을 내야땅볼, 나성범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4번 테임즈에게는 유격수 앞 내야 안타를 내줬지만 이호준을 142km짜리 커터로 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끝냈다.

단 18개의 공을 1.2이닝을 그대로 삭제 시킨 허프였다. 하지만 7회 선두타자로 나온 박석민에게 던진 2구째 147km짜리 직구가 그대로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지난 2차전에서 박석민에 홈런을 내주며 실점했던 허프에게 박석민은 또다시 같은 코스와 같은 높이의 공에 홈런을 쳐냈다. 마치 데쟈뷰 같은 모습이었다.

사실 허프의 공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2차전에서 박석민에게 내준 홈런 장면이 허프의 머리 속에는 담겨 있었다.

1스트라이크 이후, 던진 2구째 공이 그렇게 실투가 됐다. 박석민이 그저 이 공을 놓치지 않고 쳐냈을 뿐이다. 잘 던졌음에도 다시 한번 박석민에게 당한 허프였다.

그렇게 1사 1루에서 상대 김성욱에게 던진 149km짜리 공이 다시 한번 실투성 공이 됐고 좌월 2점 홈런이 됐다. 허프는 그렇게 무너졌고 스코어는 1-4가 됐다.

승부의 흐름은 그렇게 넘어갔다. LG 입장에서는 믿었던 허프가 무너졌다. 하지만 허프 이상으로 좋은 카드는 없었다. LG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한 경기였다.

허프의 등판 의지는 좋았지만 아쉽게도 결과는 의지와는 별개였다. 8회에 그나마 정성훈의 2타점 적시타가 나왔지만 결국 3-8로 LG는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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