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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창원=박대웅 기자] NC 박석민(31)은 그야말로 큰 무대를 가지고 노는 남자다.

NC는 2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0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NC는 안방에서 내리 2연승을 내달리며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단 1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1차전에서 NC가 9회말 집중타를 통해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면 2차전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양 팀 선발 스튜어트와 허프의 역투 속에 6회까지 팽팽한 0의 균형이 이어졌지만 결국 박석민의 방망이에서 두 팀의 운명이 갈렸다.

7회말 2사 1루에서 박석민은 허프의 6구째 시속 148km 몸쪽 높은 코스의 직구를 통타, 좌월 투런 홈런(비거리 105m)을 쏘아 올렸다. 경기 후 양상문 감독의 언급처럼 제대로 받아쳤다기보다는 다소 먹힌 느낌도 드는 타구였지만 공이 쭉쭉 뻗어나가며 왼쪽 담장을 그대로 넘겨버렸다.

1차전에서 몸에 맞는 볼을 한 차례 얻어냈을 뿐 2타수 무안타에 머물렀던 박석민은 2차전에서도 계속해서 침묵을 이어가는 듯 했지만 중요한 순간 기어이 본인의 역할을 해내며 영웅으로 떠올랐다.

사실 박석민은 삼성 시절부터 수많은 포스트시즌 경기를 경험했지만 결과가 썩 좋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50경기에서는 타율 2할7푼5리로 평범했고, 한국시리즈(36경기)만 놓고 보면 타율 2할3푼6리로 더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김경문 감독은 플레이오프가 열리기 전 박석민처럼 경험 많은 선수들도 마음 속에 부담감이 자리잡고 있을 수밖에 없음을 전하기도 했다. 본인 역시 9차례나 포스트시즌을 경험했지만 오히려 겁 없이 달려들었던 첫 시즌 때가 가장 부담이 없었다면서 박석민도 많은 경험 때문에 오히려 힘든 점이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하지만 박석민은 주변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을 굳이 드러내지 않았으며, 오히려 동료들에게 정신적으로 큰 힘을 주는 모습을 보였다. 주장 이종욱 역시 “박석민은 여유가 넘친다. 제발 편히 하자고 하더라. 너무 이기려고 하지 말고 재미있게 웃으며 즐겨보자고 했다. 큰 무대 경험이 많다보니 정말로 여유가 있다”면서 놀라움을 나타냈다.

2차전 승리 직후 박석민은 큰 무대 긴장감을 실제로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포스트시즌은 수비가 우선이라 생각한다. 사실 방망이는 운이 중요하다. 투수가 좋으면 타자가 불리한 것이 정상이기 때문에 공격보다는 얼마나 수비에서 실책을 하지 않는가를 집중적으로 대비했다”며 공격이 풀리지 않아도 수비에서 제 역할을 다해낸다면 부담을 느낄 일이 없다고 밝혔다.

박석민은 이어 “허프의 몸쪽 직구가 좋았는데 1볼 2스트라이크에서 공이 가운데로 몰렸다. 실투였던 것 같다”며 “1차전 첫 타석 때 중월 홈런을 친 줄 알고 손을 내려놓고 뛸 뻔했다. 이번에는 넘어가나 싶었는데 결국 넘겨서 기분이 좋았다”는 홈런 당시의 상황과 심정을 전했다.

올시즌 FA를 통해 NC에 합류한 박석민은 정규시즌에도 이미 충분한 활약을 펼쳤지만 삼성 시절 우승 DNA를 그동안 가을의 벽에 부딪혔던 NC 선수들에게 전해줄 필요가 있다. 박석민은 “NC와의 계약 후에도 부담감은 크지 않았다. 그보다는 책임감이 많았다”면서 “하나를 쳤기 때문에 3차전에는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박석민의 의연한 모습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삼성 시절과 NC 유니폼을 입은 현재 모두 상황이 비슷할 뿐 아니라 3, 4차전이 잠실에서 열리는 가운데 LG의 뜨거운 응원전에 맞서야 하는 점에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상대의 응원전조차 집중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생각.

박석민은 본인보다 동료들을 챙기는 데에도 능숙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기자회견 말미에 더 이상의 질문이 나오지 않자 “한 마디만 더 하겠다”며 먼저 입을 연 뒤 “원종현과 이민호가 잘 던져서 이겼지만 특히 선발 스튜어트가 앞에서 잘 막아줬기 때문에 좋은 홈런이 나올 수 있었다”면서 본인의 이같은 언급을 반드시 기사로 다뤄줄 것을 요청,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2차전 홈런을 통해 경기장 내에서의 맹활약에도 높은 기대가 모아지고 있지만 큰 무대를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박석민의 유쾌함이 NC 선수단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을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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